나쁜언론, ‘더’ 나쁜기업, ‘제일’ 나쁜 정부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5/09/24 [16:51]

나쁜언론, ‘더’ 나쁜기업, ‘제일’ 나쁜 정부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5/09/24 [16:51]

 

나쁜언론

자료를 뒤적인다. 기업의 부정을 발견한다. 오너의 성범죄면 더욱 좋다. 자료를 모은 뒤 기사를 ‘어느 정도’ 작성한다. 그리고 전화기를 든다. “0000뉴스의 000기자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문제점을 지적한다. 문제제기를 하자 수화기 너머의 기업 홍보팀 관계자가 절절맨다. 더욱 거세게 문제를 지적하자 홍보팀 관계자는 이른바 ‘미끼’를 던진다. 그렇게 이야기가 잘 풀어지면 ‘어느정도’ 작성된 기사는 폐기처분된다. 반면 이야기가 잘 되지 않으면 오너 사진을 걸고 기업의 부정을 보도한다. 대략 “000회장이 이끌고 있는 00기업이...”라는 ‘리드문’을 시작으로 말이다.

 

위 사례는 한국광고주협회가 지적한 ‘나쁜언론’의 대표적 사례다. 이런 언론의 ‘나쁜짓’은 기업의 홍보팀을 곤경에 빠뜨린다. 기업홍보에 쓰여야 할 비용이 ‘언론의 입막음’에 쓰인다. 회사는 또 다시 예산을 짜거나 남은 비용으로 홍보를 해야한다.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언론의 ‘나쁜짓’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일까? 지난 6월 한국광고주협회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유사언론 실태조사’를 벌였다.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광고주협회는 “유사언론행위로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해 90%(매우심각: 53%, 심각한 편: 37%)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유사언론으로 192개 언론사를 지목했고, 이중 1위가 ‘메트로’라고 밝혔다.

 

▲ 한국광고주협회가 운영하는 '반론보도닷컴' <사진은 반론보도닷컴 사진 캡처>   

 

   

더 나쁜 기업

자료를 뒤적인다. 회사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특히 오너의 성범죄 관련이면 큰일이다. 여러 가지 자료를 뒤적이며 리스트를 작성한다. 그리고 전화기를 든다. “000의 000입니다.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연락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고민거리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미끼’를 던지거나 ‘미끼를 주겠다’고 말한다. 말이 잘 통하는 신문사는 이미 ‘미끼를 문’ 곳들이다. 이제 회사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는 포털에서 홍보 기사들에 밀려 뒤로 밀려난다. ‘명확한 검색’이 없다면 ‘우리 회사의 비판 기사’를 찾기 힘들다. ‘

안좋은 기사를 쓴 신문사에서 반론보도를 이유로 연락이 와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미끼를 문’ 신문사들이 또 다시 홍보기사를 써 기사를 밀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기자들이 지적한 대표적인 기업의 횡포다.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언론과의 관계를 ‘보험’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너 관련 기사는 무조건 홍보비를 집행 할 수밖에 없다”며 “오너도 신문을 보는 데 그냥 두면 난리난다. 더군다나 오너 일가와 관련해 핵심적인 내용이면 많은 돈을 주고라도 빼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국내 10개 일간지 전·현직 편집국장을 인터뷰한 석사논문에는 ‘대기업으로부터 기사 조정을 요구하는 전화를 자주 받았다. 굉장한 부담감을 느꼈고 사실상 무시하기 어렵다’, ‘기사를 톤다운 해달라는 협조 요청이 많았다’는 기자들의 고충이 실려있다. 이 같은 기업의 횡포는 기자를 곤경에 빠뜨린다. 신문사 대표는 기업이 제시하는 광고 때문에 본연의 언론 기능보다는 사업가가 되어 가고, 기자는 대기업들의 홍보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한 신문사, 개인 기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의 풍토를 바꾸는 일이다.

    

▲ 지난 9월 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포털이 우리 사회에, 특히 젊은 층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절대적인데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의내막

 

제일 나쁜 정부, 여당

나쁜언론이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것과, 더 나쁜 기업이 돈을 뿌려가며 언론의 기능을 막는 이유에는 ‘포털’이 존재한다. 언론의 기사는 포털을 비롯한 몇 안되는 플랫폼으로 수렴되고, 기업 역시 이를 통해 ‘기사 밀어내기’를 행한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포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먼저 기업들은 “조회수로 장사를 하는 포털”이 “나쁜언론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포털의 조회수가 ‘나쁜언론’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신문 발행의 포맷이 포털 등으로 한정된 상황에서 신문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문제는 언론 독립을 방해하는 기업과 언론의 유착, 기업과 포털의 관계, 포털과 언론의 갑을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언론, 포털, 기업의 주장이 오가는데, 이번에는 정치권이 나섰다.

 

첫 타깃은 포털이었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이 서강대학교 가족기업에 의뢰해 네이버와 다음이 올해 상반기 모바일 화면을 통해 제공하는 뉴스 5만2천36건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 모두 청와대·정부에 대해 부정적 표현을 사용한 콘텐츠를 긍정적 표현을 사용한 콘텐츠에 비해 더 많이 노출했다. 또 당 대표에 대한 언급의 경우 네이버, 다음 모두에서 김무성 대표보다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더 많이 언급했다.

 

연구원이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을 당 최고위원회의에 전달한 지난 9월 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포털이 우리 사회에, 특히 젊은 층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절대적인데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길들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새누리당은 ‘편향성’, ‘차별’이 아닌 ‘독과점’으로 방향을 바꾼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치적 편향 문제를 다루자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나쁜 게 독점과 불공정(경쟁)”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이재영 의원도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독점력을 가지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도 아닌 지네발식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네이버는 시장 점유율만 봐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행위를 한다면 제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두 번째 타깃은 언론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월 22일 인터넷신문 관련 업계의 의견 수렴 없이 신문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신문법 시행령(안)은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안으로, 기존의 발행인을 포함한 3명의 취재, 편집 인력을 취재인력 5명으로 등록요건을 강화했다. 과거 취재와 편집인력 명부만 제출하도록 했던 조항을 실질적인 상시고용 여부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또는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의 가입 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인터넷신문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발행인과 함께 4대 보험을 납입하는 상시 고용 취재, 편집 인력을 5명을 고용해야 한다. 한 인터넷 언론사 편집장은 “5명을 상시 고용하려면 한 달 광고를 2천만은 해야 한다”면서 “이 강화된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을 갖추려면, 현재 인터넷신문의 85%, 5000여개의 인터넷신문이 폐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편집장은 “현재 군소 언론 매체들은 나쁜언론의 행태를 벌이지 못하고 있다. 포털에 전송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 등에 편승하지 않고 공정보도를 모태로 자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나쁜언론’ 보도를 통해 포털과 언론을 손보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는 결국 ‘우리한테 유리한 기사를 쓰라’는 것 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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