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돈·돈 세태가 자살 바이러스 퍼뜨린다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5/11/12 [13:18]

돈·돈·돈 세태가 자살 바이러스 퍼뜨린다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5/11/12 [13:18]

 

 아닌게아니라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주식투자, 부동산, 펀드 등 종잣돈으로 빠른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이른바 ‘재테크 열풍’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 사건의내막
자살 연구가 오진탁 교수는 과거 자신의 책에서 자살 도미노와 관련,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가 되고 G7국가에 들어가는 게 전부는 아니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위험수위에 이르러 자살률 고위험도 국가로 전락한 마당에 그런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세속적인 성공만을 최고로 치는 황금만능주의 풍조를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황금만능주의가 자살 부채질 
아닌게아니라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주식투자, 부동산, 펀드 등 종잣돈으로 빠른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이른바 ‘재테크 열풍’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재테크가 합법적인 투자 전략이라면, 한편에서는 로또를 비롯한 사행성 복권들이 국민들의 한탕 심리를 부추기는 방법으로 또 다른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재테크나 로또 열풍은 결국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황금만능주의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례들이다. 

누구에게나 열심히 노력해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겠다는 의지는 있는 법이며, 이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10억 만들기’ 신드롬 같은 것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되고 말았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돈은 어디까지나 삶의 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바르게 관리하지 못하면 더 큰 불행을 자초한다. 한탕주의가 문제인 것은 쉽게 벌고 쉽게 쓴다는 데 있다.  

과연 복권에 당첨되어 10억을 거머쥔 행운아의 인생이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미국의 사업가 잭 휘태커는 2002년 10월 무려 3000억원의 복권에 당첨됐으나, 그 이후 불행한 일이 잇달아 닥친 끝에 거의 빈털터리가 되었다. 3억1490만 달러에 달하는 파워볼 복권에 당첨된 이후 그는 행복해진 게 아니라 훨씬 불행해졌다.

당첨 이후 그는 끊임없는 음주와 도박에 연애행각까지 벌였고, 무려 460건에 달하는 소송에 연루됐다. 손녀의 납치 가능성이 높아지자 집안에서 가정교육으로만 공부했던 손녀는 결국 마약 과용으로 17세 때 사망했다.  
  
직장인 26% “자살충동 느껴봤다” 
돈은 단지 경제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돈은 윤리와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교육은 곧 윤리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인간이 주인이 아니라 돈이 인간의 주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특히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올해 들어 자살률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데 일조를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이 자살률의 증감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입증되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얼마 전 어느 상담기관이 서울시내 직장인 458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6%가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에서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사람은 84%나 된다고 한다. 청년 실업자 10명 가운데 4명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수많은 직장인들은 갑작스런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판단력 상실과 낙오의 불안감에 쫓기는 신세다. 더 문제 되는 사람들은 사회 부적응자들이다. 물론 실업과 실직 자체를 사회 부적응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사회의 경쟁 강도가 점점 격화되면서 멀쩡한 사람이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들은 개인의 의지보다는 사회 분위기에 압도당한 나머지 끊임없는 자살의 유혹을 받는다. 특히 우리 사회는 자살 행위에 대해 동정적 시각이 강한 데다가 잘못된 혈연의식까지 결부되어 범죄행위나 다름없는 가족 동반자살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다음에 소개하는 사례들은 우리 사회의 황금만능주의가 얼마나 많은 자살을 불러오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 매일 저녁 뉴스에 거의 단골처럼 빠지지 않는 자살 소식만으로도 자살 문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요, 발등에 떨어진 불임을 알 수 있다.     © 사건의내막

   
사례1. 10억 신드롬과 부녀 자살 
‘10억 만들기’ 신드롬에 빠진 부녀가 재산을 모두 탕진하자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아버지는 딸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쇠고랑을 차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최고의 통신회사에 최연소 합격해 승승장구하던 A(30)씨는 1996년 이혼한 아버지 B씨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옥탑방 생활을 시작했다. A씨는 아버지가 14년간 지방 세무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빈털터리였기 때문에 모든 생계를 책임졌다.  

A씨는 그러나 격무에 시달리는 데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번번이 미끄러지자 2003년 5월 갑자기 사표를 냈다. 퇴사한 A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서민들의 인생 목표가 되다시피 한 ‘10억원 만들기’에 골몰했고 재취업은 관심 밖이었다. A씨는 아버지에게 “1년 이내에 10억원을 만들지 못하면 같이 죽자”고 했고 아버지도 “그러자”고 다짐했다. 
   
유행처럼 번진 재테크 신드롬 남녀노소 모두 뿌리칠 수밖에 없는 유혹에…
상대적 박탈감·갈등 해소하는 열쇠는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확립해야
   
이들은 수중에 있는 전 재산인 A씨의 퇴직금 5000만원 가운데 2500만원을 투기성이 강한 코스닥 업체 주식에 투자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식을 샀다가 다시 되파는 초단타 매매를 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깡통계좌뿐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통계분석으로 숫자를 찍어 매주 로또에도 30만원씩 투자했지만 당첨금이 100만원에 불과한 3등에 3번 당첨됐을 뿐이다.  

결국 2004년 8월22일 통장계좌 잔고는 ‘0’이 됐다. 부녀는 이날 옥탑방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다 A씨가 먼저 목숨을 끊으면 아버지 B씨가 시신을 수습하고 뒤따르기로 했다. A씨는 “이제 갈 때가 돼서 갑니다”라는 유서를 남긴 뒤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는 이틀 동안 딸의 시신을 옆에 두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술을 마시다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월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에 의해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10억 만들기’는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하지 않는 이들에겐 신기루일 뿐임을 보여준 사건일 뿐이다.
   
사례2. 로또, 인생역전? 인생추락? 
한방에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로또 복권의 광고 문구는 ‘인생역전’이었다. 과연 로또 당첨으로 인생이 역전될 수 있을까. 

2005년 6월23일 로또 1등 당첨으로 2003년 34억 당첨금을 받은 40대 사내가 장물을 처분해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취직도 하지 않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세 차례 감방에 갔다 나왔는데, 어느 날 별 생각 없이 로또를 샀다가 기적적으로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날 이후 사내의 인생은 달라졌다. 당첨금 34억 중 세금이 7억7000만원이었고 복지관에 3억원을 기부했다. 주변에는 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로 들끓어 하루하루가 시달림의 연속이었다. 친척에게 준 돈을 빼면 약 20억.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가 소유한 재산은 전세금 6000만원 정도, 나머지는 모두 사기를 당했다.

이 사내는 전문 털이범에게 귀금속 3400만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1억7000만원어치 장물을 취급해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의 아내는 5년 전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자였다. 

이 여성은 남편이 로또에 당첨된 이후 사람들이 무서워졌다면서 로또 당첨이 대박이 아니라 행복을 빼앗아간 결정타였다고 통곡을 했다.  

“남편이 착하고 진실한 줄 알았다. 이제 보니 나 몰래 나쁜 일을 한 것이다. 남편을 하늘처럼 믿었다. 내 가슴에 못이 너무 박혔다. 2000년 탈북과정에서 아버지가 바다를 헤엄쳐서 건너오다가 내가 보는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 목숨을 걸고 온 이 나라에서 또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 로또에 당첨되는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이제는 남편도 내 옆에 없는 상황이다. 무섭다, 한국이 무섭다.”
   
사례3. 60억 재산가 할머니 자살 
60억대 재산을 가진 70대 할머니가 한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005년 6월29일 서울 동호대교 부근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정모(77) 할머니 사건을 조사한 결과 타살 혐의점이 없어 자살로 결론 내렸다”고 2005년 8월9일 밝혔다.  

경찰은 사망 당일 새벽 5시께 반포대교 위 난간에서 할머니를 봤다는 목격자 신고 등으로 미뤄 처음부터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타살됐을 수 있다는 가족의 진정을 받아들여 한 달 넘게 할머니의 당일 행적과 금전관계 등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가 사고 당일 새벽 4시께 전화를 받고 나간 사실과 큰딸이 사건 며칠 뒤 할머니의 통장에서 1억6000만원을 인출해간 점 등이 밝혀져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새벽에 걸려온 전화는 할머니가 부른 택시기사의 전화였고, 큰딸은 사건 전에도 수차례 어머니의 돈을 인출한 적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는가 하면 ‘죽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할머니의 일기도 발견돼 자살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할머니는 남편과 10여 년 전부터 별거해왔으며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고급 아파트에서 가정부와 함께 외롭게 지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60억원대의 재산상속 문제를 놓고 두 딸과 아들 사이에도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할머니가 가정불화 등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십억원대 재산이 오히려 불화의 씨가 돼 할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돈이 최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돈’이 유일한 가치 기준이 되어 있다.
 
그러나 행복한 삶이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또다시 돈이 행복을 줄 것처럼 착각하곤 한다. 돈은 우리 자신이 그것의 주인이 될 때만 가치 있을 뿐, 돈이 우리의 주인이 된다면 오히려 독배로 작용하게 된다.
 
돈 그리고 인생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확립은 우리 사회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갈등을 해소하는 열쇠가 될 수 있으며, 삶과 죽음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윤병철 전 회장은 “돈은 사람을 편리하게 할 수는 있지만 결코 행복하게 하지는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남을 대신해서 돈을 만지는 직업인 은행가로 40년을 넘게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이가 평생 직장에서 돈을 만지면서 배운 교훈이 이것이고, 그의 자녀들에게도 산 교훈으로 물려주려 한다니 더욱 그 말의 무게가 느껴진다.
 
윤병철 회장이 말하는 교훈은 결국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느냐’는 우리 속담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즉 자신의 인생에 로또의 행운이 와도, 10억을 쥐어줘도 그 돈을 가치 있게 쓰고 인생을 윤택하게 살도록 노력해야지, 돈의 노예가 되어 인생을 소모해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돈은 어떻게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건 동서고금의 부자들조차 강조하고 있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스타화보
한소희, 또 레전드 찍었다…엑스러브 MV 비주얼 화제
사건 Live 많이 본 기사
Subquery returns more than 1 row
select uid,name,title,section,section_k,count+(select read_count from news_report where news_report.news_uid = ins_news.uid) as count from ins_news where (section='sc63' and wdate > 1777871034 ) and onoff='1' order by count DESC,uid DESC LIMIT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