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프라이머리’ 김무성…청와대에 버림받나?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5/09/17 [15:58]

‘오픈프라이머리’ 김무성…청와대에 버림받나?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5/09/17 [15:58]

 지난 7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 당시 한 야당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정치를 하려는 사람, 즉 자신이 하려는 일에 ‘태클’을 거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직을 내려놓을 때 대통령을 포함한 당사자를 제외하고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이 바로 김무성 대표였다. 그는 당시 유 전 원내대표에게 당의 사퇴요구를 직접 전달했다. 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현실화 했다. 김 대표는 다시 ‘박근혜의 남자’가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에서 4선이 될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 가운데 차기 대선에 도전할 분이 있다”(윤상현 의원), “국정 감사를 전후해서 김 대표의 입장을 분명히 할 때가 됐다”(서청원 의원) 등 최근 친박계가 김 대표 흔들기에 나섰다. 트집거리도 많다. ‘사위마약’부터 ‘오픈프라이머리’까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듯 여권에서는 “친박계가 반기문 UN사무총장이나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차기 대권 후보로 점찍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사건의내막>이 취재했다.

 

▲ 김무성 대표가 자리를 극도로 낮추고 ‘박근혜 코드’에 맞추려고 몸부림 쳐도 번번이 외면당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건의내막

     

[사건의내막=이상호 기자]청와대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지난 9월 15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당 지지율은 40%대인데 김무성 대표 (대선주자)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야권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지지율을 다 합치면 김 대표보다 훨씬 많다. 여권이 현재 상태로는 어렵다”면서 “내년 총선으로 4선이 될 친박 의원들 중에 차기 대선에 도전할 분들이 있다.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의 발언은 단순히 김무성 대선 견제론으로 치부될 문제가 아니었다. 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박으로 분류되며 청와대 정무특보를 맡고 있다. 이런 그가 유력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무성 대권 불가론’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의중이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정치적 해석이 난무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던 지난 17일.

이번에는 친박계의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안이 어제 통과됨으로써, 그간 우리가 야당과 같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려던 문제가 어려움에 봉착한 듯하다. 국정 감사를 전후해서 김 대표의 입장을 분명히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가 합의해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리 당에서도 뭔가 새로운 시대정신과 국민 정신에 맞는 방향으로 연구가 필요하다. 김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걸고 관철하겠다고 한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려워졌을 때 어떻게 할거냐에 대한 얘기가 먼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최고위원의 김 대표에 대한 발언은 위원회 회의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다시 만나 “김 대표는 ‘지켜보자’는 얘기인데, 야당은 안 되는 것 아니냐. 물 건너간 것을 정치권이 다 아는데 질질 끌고 갈 것이냐”면서 “본인이 그 문제 가지고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으니까, 이제 물 건너갔으면 대표가 입장을 얘기하고, 제2의 방법이 있으면 연구해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4월 총선에서 친박을 대거 당선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제스처도 ‘김무성 흔들기’에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7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4명과 대구를 방문면서 대구 지역 국회의원 12명 중 단 한 명도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뒤인 9일 진행된 인천 방문길에는 여야 의원들을 대거 초청했다.

 

이와 관련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왜 인천과 대구 지역구 의원을 차별 대우했느냐 하면, 인천은 ‘친박’이라고 해서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대구는 ‘친박’이면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에 친박 사람들을 대거 당선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친박이 대거 당선된다면 김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추측은 어렵지 않다.

또 다른 의견도 있다. 바로 대구 지역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당시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과 관련해 ‘물갈이’를 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은 김 대표를 따르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사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김무성 흔들기’의 모습인 것이다.

 

    

왜 타깃이 됐나?

그렇다면 김 대표는 왜 ‘유승민 찍어내기’에 동참해놓고서도 박 대통령의 타깃이 됐을까?

오픈프라이머리 때문이란 것이 정계의 지배적 해석이다.

 

최근 김 대표는 새누리당 당헌·당규가 정해 놓은 ‘상향식 공천’을 관철시키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김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것. 김 대표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견제하면서 당을 장악할 방법’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향식 공천’이 김 대표에게는 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논란의 와중에서 그가 “당 대표로서 국민께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키겠다”, “그건(오픈프라이머리) 저 혼자만의 주장도 아니고 수차례 의총을 거쳐 당론으로 채택한 것이고, 서청원 최고위원도 지난 (당 대표) 경선 때 그 주장을 한 바 있다”고 발언하는 이유다. 문제는 청와대에서는 이를 “자기정치”라고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김무성 대표와 오픈프라이머리’라는 <경향신문> 기고글에서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이 일종의 악몽으로 남아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낙하산을 타고 우세 지역구에 내려오고 싶은 청와대의 ‘십상시’들에게도 오픈프라이머리는 장애물일 따름”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는 김 대표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가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청와대와 친박의 공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총선 공천이 김 대표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임을 잘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사위 마약사건, 청와대 기획설도

복잡한 정치공학적 상황이 이어지자 최근 벌어진 ‘김무성 대표 사위 마약사건’과 관련, 청와대 기획설도 제기됐다. 청와대 측은 “말할 가치도 없다”면서 부인했지만, 정치인의 가장 큰 약점이 ‘본인의 비리 문제를 포함해 친인척의 도덕성’인 것과 사건 자체가 지난 2월에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갈등상황에서 알려진 점 등은 의구심을 부추긴다.

 

더욱이 친박 세력의 대안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회자되는 점을 비롯해 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 당시 반 총장과 ‘밀담’을 나눴다는 루머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의 청와대에 대한 의구심과 위기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은 김 대표의 반격 여부도 포인트다. 김 대표 입장에서 청와대가 자신을 버렸다고 판단한 뒤 박 대통령에게 직접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자기정치’를 막으려는 박 대통령이 오히려 김 대표의 ‘자기정치’를 부추긴 상황이 된 것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자기 정치를 했다며 국민이 심판해달라고 배신의 정치로 찍어냈다면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박 대통령을 향한 유화 제스처와 상관없이 박 대통령의 성격과 인간적인 호불호에 비껴가 있는 인물로 보인다”며 “향후 총선의 공을 세운 자가 대선으로 달려갈 수 있는데 적어도 올 가을이나 겨울에 대통령이 의중이 주목되는 큰 이슈가 터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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