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지키면 진다"...동시조합장 선거 '시끌'

농협-수협-축협, 후보자 토론회 막아...조합원 '정책선거' 어려워져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5/02/24 [14:40]

"법 지키면 진다"...동시조합장 선거 '시끌'

농협-수협-축협, 후보자 토론회 막아...조합원 '정책선거' 어려워져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5/02/24 [14:40]
오는 3월 11일 지역 간 개별적으로 이뤄졌던 농·수산업협동조합 및 산림조합 조합장 선거의 방식이 동시선거로 바뀌어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지난 2월 24일부터 13일간 후보자 등록을 마친 후 총 1,400여명의 조합장을 선출한다. 유권자는 280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조합장이 가지는 지역에서의 입지와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급이라 할 만큼 규모가 크다. 문제는 이번에 치러지는 선거의 방식이다. 과거 개별적으로 이뤄졌던 조합장 선거의 부정을 막고자 진행되는 이번 동시선거(개정된 위탁선거법)에는 후보간 공개토론회는 물론 합동토론회도 빠져있다. 결국 단위별 선거의 부정 및 폐해를 막고자 선거법을 개정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취재/ 이상호 기자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현재 농·수산업협동조합의 총 자산은 총 288조원으로 평균 조합 당 자산은 2,5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조합장의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이르고 홍보비, 경조사비, 조합원선물비 등의 명복으로 연간 10억원 내외의 돈을 쓸 수 있다. 지역 내 조합장의 힘은 단순히 이뿐만이 아니다. 농산물 판매, 대출, 인사 등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장은 이른바 지역 내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0부터 5년간 조합장의 자녀 81명이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해당 조합에 특채되기도 했고, 언론에 등장하는 협동조합의 비리-불법대출 등은 대부분 조합장과 관련이 있는 사건이었다.
조합장은 또한 훗날 정치적 발판이 되기도 한다. 도심보다 유대관계가 끈끈한 지역사회의 특성상, 조합을 바탕으로 향후 다른 선거에 출마하면 승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막강한 힘’은 ‘조합장 선거’의 불법을 부추기는 요인이었다. 더욱이 선거 자체가 개별적으로 이뤄진 탓에 중앙의 감시가 소홀했고, 이 틈을 비집고 학연, 지연 등을 동원한 인맥선거, 돈을 이용한 금품 선거가 난무했다. 때문에 과거 조합장 선거에서 ‘정책’은 항상 뒷전이었다.

한 지역 농협조합원은 “조합장 선거가 다가오면 후보자 간 인맥동원은 물론, 금품선거가 이뤄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여기에 더해 후보자간 비방이 잇다르면서 선거운동 기간에 되려 지역 내 갈등이 심화되곤 했다. 조합장이 조합원들의 삶과 지역의 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당선만을 위해 뛰곤 했다”고 말했다.

국회, 알면서도 왜?
조합장 선거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자 지난해 2월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안’(위탁선거법)을 발의했다. 당시 법안은 이제까지 농협법 등 개별법에서 도입했던 선관위 주최의 ‘합동연설회, 공개토론회 실시’ 조항을 삭제하고 대신 ‘언론기관 및 단체의 횟수 제한 없는 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를 포함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후보자에게 홍보기회를 보장하고 실시 횟수의 제한없이 기관·단체가 대담·토론회를 개최하도록 해 조합원들이 후보자의 정책 등을 잘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하지만 법안 심의 과정에서 후보자 토론회, 연설회는 제외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가 “진행의 공정성 확보가 어렵고, 외부기관 주최 토론회는 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당시 산림청은 지정된 언론기관에 한해 토론회를 개최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합동연설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반대했다. ‘짧은 선거운동기간 중 모든 조합의 합동연설회 관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회는 관련법을 제정하면서 ‘공청회’조차 열지 않았다.
국회법 58조 6항에 따르면 법률을 제정할 때는 공청회를 거쳐야 하지만 동시조합장 선거를 규정한 법은 공청회를 거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소속 김태환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법안 심의과정에서 관련 기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등 별도의 공청회 개최 사유가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청회를 생략했다. 상임위 의결로 공청회를 생략할 수 있다는 국회법 조항을 따른 것.
이와 관련해 지역 조합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한 지역 조합원은 “과거 조합장 선거의 부정을 막겠다는 취지로 법안이 발의 됐는데 결국 중요한 부정선거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게 됐다”면서 “후보자의 정책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를 하라는 말인가”라고 밝혔다.
후보자들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에 조합장 후보로 나서는 이모씨는 “나와 같은 신생 후보는 이런 선거 구조에서는 이길 수가 없다.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알려야 하는데 결국 법안 자체가 통로를 막아버렸다”면서 “결국 기득권이 다시 판을 치게 될 것이고, 이는 법을 지키는 사람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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