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서민전세자금 대출 사기로 수백억원을 챙긴 일당이 무더기 검거됐다. 지난 6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최성환 부장검사)는 허위 재직증명서로 국민주택기금 등을 재원으로 하는 서민전세자금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123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425명을 적발했다. 사기를 벌이는 일당은 신용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이용, 집과 건물의 소유 여부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역할을 나눈 뒤 전세대출을 받기 위한 가짜 서류를 꾸미는 일을 벌였다. 이른바 ‘서류조’는 은행 대출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위조했고, ‘교육조’는 신청인들에게 예상 질문과 대답 내용 등을 교육시켰다. 이같은 철저한 ‘연극’ 준비로 사기 일당은 몇십억의 돈을 가로챈 것이다. <사건의내막>이 취재했다.
123명 구속 등 425명 적발...87회 걸쳐 50억원 가로채 한국주택공사 보증으로 시중은행들 대출심사 ‘허술’ 지적
무직자나 신용도가 좋지 않은 이들의 서류를 위조해 대출을 알선하는 하는 이른바 ‘작업대출’. 말 그대로 ‘작업’을 통해 ‘대출’을 받게 한다는 것. 여기에 ‘전세자금’을 이용하면 ‘전세작업대출’이 된다.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구속된 일당도 ‘전세작업대출’을 벌이다 붙잡혔다. 과거 <사건의내막>에 ‘전세작업대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던 최모(43세)씨는 서울남부지검 사건에 대해 “전형적인 수법이었다”고 말한다. 최씨는 지난 2011년 작업대출 ‘총책’으로 활동하다 검거돼 2년형을 선고 받고 최근 출소했다. 그에 따르면 전세금 사기를 벌이는 일당은 철저히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 먼저 ‘서류조’는 무직자나 신용이 좋지 않은 이들의 서류를 조작하는 역할을 한다. 서류조작은 재직증명서부터 시작한다. 무직자나 신용이 좋지 못한 이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직장 유무’가 중요하기 때문. ‘서류조’는 자신들이 ‘섭외’ 한 직장에 대출 신청인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대출신청자의 재직증명서와 명함 등을 위조한다. 또한 ‘섭외’된 회사는 은행에서 대출심사전화가 오면 이를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검거된 일당 등은 비어 있는 사무실을 빌려 허위 임차인의 직장인 것처럼 위장업체를 만들었고 대출에 필요한 급여명세서와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두 번째 ‘교육조’는 대출심사자를 교육하는 역할을 한다. 저축은행이나 사금융과 달리 전세대출은 대출신청자가 은행을 직접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교육을 진행한다. 실제 최씨의 경우 1박 2일간 대출신청인과 모텔에 머물며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섭외조’가 있다. 섭외조는 앞서 밝힌 회사를 섭외하는 것부터 주택을 허위로 임차할 수 있는 임대인을 섭외한다. 전세자금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임차’할 수 있는 주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한 ‘여성’을 찾기도 한다. 여성을 찾는 이유는 혼인신고를 위해서다. 전세자금대출이 개인으로 신청하는 것보다는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남부지검에 붙잡힌 신모(28)씨 역시 “30세 미만이면 배우자가 있는 세대주가 대출에 유리하다”는 설명을 듣고 ‘섭외조’의 소개를 받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A(25·여)씨와 혼인신고까지 했다. 최씨는 “전체 대출금 중 섭외된 회사에 10%, 혼인신고한 여성에게 0.5%정도 지급되고 40%는 이른바 각 해당 조에서 활동한 이들이 나눠갖는다. 대출신청인이 가져가는 돈은 50%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세자금 대출의 금액이 일반 대출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대출신청인 자체도 이 금액에 만족한다는 것. 최씨는 “대출이 힘든 사람들이기 때문에 많은 수수료를 떼갈 수 있는 것”이라면서 “전세자금대출이 보통 ‘작업’을 거치면 8천만원 이상 나오기 때문에 대출신청인은 4천만원 이상 가져갈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의 사기일당 검거 다음날인 지난 7일에도 같은 수법을 벌인 이들이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허위 서류를 만들어 서민전세자금 대출 후 이를 가로챈 사기단 총책 강모씨(30)와 조폭 송모씨(29) 등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또 경찰은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허위 임차인 최모씨(33)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최근까지 허위 서류를 가지고 은행에서 서민전세대금 1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들은 대출 이후 ‘가짜 임차인·임대인’과 부동산업자에게 각각 대출금의 20~30%를 지급 후 나머지 금액은 비율에 따라 배정해 사기단들이 나눠가졌다. 이들은 대출금을 갚지 않기 위해 곧바로 계약을 파기했으며, 신용불량자가 된 허위 임차인들에게는 개인 회생을 신청하도록 강요하기 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대출 허점 이용 이처럼 전세자금을 가로채는 사기는 사실 최근의 일이 아니다. 2012년 청주지검, 2013년 의정부지검, 2014년 대전지검 천안지청과 서울서부지검 등에서 같은 수법이 잇따라 적발됐다. 끊이지 않는 전세자금 대출 사기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은행의 허술함이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관계자는 “대출신청인(임차인)이 돈을 갚지 않아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으로 은행은 최대 10%만 손해를 본다”면서 “손해가 적기 때문에 은행들이 심사를 형식적으로 진행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세자금대출 금액이 임대인에게 지급되는 질권설정이나 채권양도 같은 조치가 전혀 없어, 전세기간 종료 전이라도 임대인이 브로커에게 전세자금을 법적 제약 없이 전달할 수 있는 구조다. 검찰은 지난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전세자금 대출을 보증했다가 손실금을 대신 변제한 금액이 2,068억원에 달하는 점에 비춰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 제도상 문제점을 통보해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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