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완주군 상관면 신리 21번 국도 고덕터널 인근 도로변에 세 워진 냉동 탑차 안에서 중년 남성 세 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냉동차 짐칸 에는 2명의 남성이 청테티프로 얼굴 전체가 감긴 채 숨져 있었고, 운전석에는 다 타버린 번개탄과 함 께 또 다른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른바 ‘냉동탑차 살인’이었다. 냉동탑차 안에서 발견된 정모(55세)씨와 윤모(44세)씨, 그리고 운전석에서 발견 된 고모(45세)씨는 한때 친형제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이들은 채권, 채무 관계가 얽히자 우정에 금이 가고 말았다. 200억원대의 예식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1,000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진 고모씨는 그러나 지난해 8월 회사돈을 횡령한 혐 의로 수배를 받고 도망자 신세가 되어 있었다. 이후 채무관계에 있던 정씨와 윤씨와의 갈등은 깊어갔다. 고씨의 유가족들은 “그 사람들(정씨와 윤씨)들이 집까지 찾아왔다. 형수(고씨 부인)도 괴롭히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고씨는 지난 4 월 20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윤씨와 정씨를 만났고, 13일만인 지난 5월 3일 세 명 모두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채무 관계에 있던 정씨, 윤씨와의 갈등 이 깊어지자 결국 이 둘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 사건은 고씨의 단독범행으로 추정됐고,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됐다. 마른체형에 지병까지 앓고 있는 상황에서 고씨가 두 사 람을 동시에 납치, 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씨의 한 지인은 이와 관련해 “공범이 존재할 것”이라면서 “윤00는 덩치도 크고 키도 크다. 고씨가 어떻 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의혹은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 고씨 아들, 공범으로 밝혀져 사건 발행 후 두 달 만인 지난 7월 2일, 고씨 범행에 연루된 공범자 다섯 명이 경찰 에 검거됐다. 고씨 범행을 도운 이들 중에는 고씨의 아들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이번 검거와 관련해 “냉동탑차 조수석에서 고씨 아들의 지문을 발견했 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 당일 고씨가 윤씨와 정씨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부를 당시 고씨의 아 들이 같이 있었다는 점도 CCTV를 통해 확인되었다. 청테이프 등 범행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한 것 역시 모두 아들의 소행이었다. 냉동탑차 역시 고씨 아들이 처음부터 갖고 왔으며, 차에 있는 예식장 로고까지 지 운 정황도 포착했다. 이들이 피해자를 태우고 간 곳은 인적이 드문 시골집, 고 씨 의 사촌처남 이모씨가 안내한 장소였다. 현재 경찰은 살인사건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고 씨의 아들 등 세 명을 구속하고, 나 머지 두 명을 불구속으로 입건한 상황이다. 경찰은 또한 고씨 아내도 공범으로 보고 있다. 고씨 부인이 조직폭력배 황모씨에 게 4천만원을 전달한 상황을 밝혀 낸 것이다. 경찰은 고 씨 부인이 피해자들의 시 신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며, 그 대가로 4천만 원을 건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돈을 받았던 황 씨가 시신 유기 장소를 찾아 배회한 정황이 CCTV에 포착되 기도 했다. 고씨의 한 지인은 “(고 씨가 아내에게) ‘빈집을 사가지고 그 빈집 부엌을 뜯어서 시체를 묻어라, 계약금으로 4천만 원을 줘라’ 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예식장 관계자로부터 나온 이 돈은 고씨의 부인과 와 숨진 고씨의 아버지 등을 거쳐 황씨에게 전달됐다. 그 이후 같은 경로를 통해 다시 예식장 관계 자에게 되돌아왔다. 경찰은 “예식장에서 수표를 발행한 사람 역시 ‘신축 중인 건물 의 인테리어 공사 감리비로 고씨 아내에게 준 것뿐이고 조폭에게 왜 갔는지는 모 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고씨 부인 역시 ‘감리비용으로 받았다가 남편(고씨)이 실종 돼 감리를 맡 지 못할 처지에 놓여 되돌려 줬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숨진 고씨의 다 른 가족은 이 수표가 범죄에 이용될 자금이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숨진 고씨의 아버지는 이와 관련 “며느리가 찾아와 ‘시체를 땅속에 묻어야 되니까 역할을 해달라’고 하면서 1000만원권 수표 4장이 든 봉투를 건넸다”며 “‘제3자, 완 전범죄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시켜 황씨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표는 시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수표의 번호 를 적어 놓았다가 경찰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수표가 황씨에게 전달됐다가 다시 수표발행인에게 되돌아 간 사실 이 확인됐지만 관련자들이 공사에 쓰인 대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아직 사 건은 마무리 되지 않았으며 여러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씨 역시 살해됐나? 속속 실체가 드러나는 이번 사건, 하지만 여전히 의혹이 남아있다. 고 씨의 아버지와 여동생 등 유가족이 고 씨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주 장하고 있는 것. 이들은 고 씨가 타인 명의로 관리해 온 수백억 원 대의 숨겨진 재 산을 노린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한다. 가족들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씨가 죽기 전 사건 관련자들에게 유서 형식 의 편지를 썼는데 유독 친족들에게만 아무런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시스가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서 내역을 확인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고씨 는 죽기 전 아내는 물론 처제, 처남을 비롯해 예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재 경리직 원 및 부장에까지 일일이 편지를 남겼다. 특히 관련 변호사,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조폭 관련자 지인들에게까지 편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고씨는 친아버 지, 친누나 2명, 친형 2명 등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말을 남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친족들은 이들 유서가 관련자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사건을 호 도하기 위한 실질적 배후자들의 교묘한 본질 흐리기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유서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각종 유서의 글이 죽기 직전 쓴 사람의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 가족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뉴시스는 이와 관련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서는 사실 철자가 틀리거나 흐트 러짐 없이 한번에 정연히 써내려간 것으로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 다”고 보도했다. 친족들은 “유서를 보면 고씨는 죽는다는 생각보다는 죽음을 가장할 뿐 자신은 살 아갈 것이라는 의지속에서 쓴 것으로, 자신이 당할 것이란 생각을 못한 상태였 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이에 따라 “고씨와 주변 관계자들이 일부 반대 세력들을 제거하고 잠시 피신하기 위해 만든 상황에서 고씨가 막판에 주변 인사들에게 당한 경우로 살인자 와 자살자로 몰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결국 “이 사건은 고씨가 차명 등으로 관리해온 재산을 둘러싼 치밀한 기획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총 5명이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 냉동탑차 살인 사건, 추가로 4명이 용의 선상에 오르며 사건의 실체가 명확하게 밝혀질 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사건의내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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