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싱가포르에서 무슨 말 오갔나

이상호 | 기사입력 2012/06/11 [09:14]

한·미·일 싱가포르에서 무슨 말 오갔나

이상호 | 입력 : 2012/06/11 [09:14]
이명박 정부가 한일군사협정을 임기 내에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서해 이지스함 배치에도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5월 4일자 조선일보에 “군사비밀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 등 한일군사협정을 현 정부 임기 내에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일군사협정을 추진키로 했으나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17일 박지원 민주통합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해 보류된 것으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이명박 정부 임기중 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야당의 반대 때문에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 조만간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일본 이지스함 서해 배치로 우리의 대북정보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출처=청와대>

 
 
과정

1.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의 내용
지난 2008년 9월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 열린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데이비드 세드니 미국 국방부 아시아당당 부차관보는 카운터파트인 전제국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에게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열흘 남짓 지난 9월 22일 전제국 실장은 세드니 부차관보에게 한미일 3국 안보협력 대화에 참석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위키리크스가 지난해 공개한 2008년 12월 4일자 주한 미국대사관 전문에 나온 내용이다.
일본도 한국과의 군사협정 체결을 위해 미국이 움직여 줄 것을 다각도로 요청했다. 2009년 4월 작성된 주일 미국대사관 전문을 보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한반도 위기사태 발생할 경우 일본 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자위대 항공기와 선박이 접근하도록 한국정부의 허가, 공항과 항만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며 미국 측에 "평화유지 활동과 재난구호와 같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문제에서 점차 그 이상으로 나아갈 것이고, 한반도 위기사태 문제에 대해 양측(한.일)이 솔직히 대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7월 도쿄에서는 앞서 우리 정부가 미국에 참여의사를 밝혔던 차관보급 한.미.일 3자 안보회의가 열렸다. 주일 미대사관 전문에 따르면 일본은 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을 한국에 요구했고, 미국 측은 3자 회의에 이어 열린 한.미 양자회담에서 일본과의 군사비밀보호협정이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한 기본요소라고 압박했다.
 
2. 천안함, 연평도 포격 이후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사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한.미.일 3국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동해에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까지 출동한 가운데 열린 그해 7월 한미 합동군사훈련에는 일본 자위대 간부가 옵서버로 참가했고, 11월 연평도 포격 직후에 열린 미일 합동군사훈련에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군 관계자가 옵서버로 참가했다. 당시 방한한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한국과 일본이 과거 문제를 초월해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10월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마에하라 세이지 당시 일본 외무상은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추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달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서명한 한.미 국방협력지침에서 양국은 “양자(한미), 삼자(한미일), 다자간 국방협력을 강화” 하기로 합의했다.
2011년 1월,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 당시 일본 방위상은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군사비밀보호협정 추진에 대해 협의하고 그해 안에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광명성 3호 발사 이후
지난 4월 13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이후 한일 군사협정 체결설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초 국방부는 5월 말 열리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이 군사비밀보호협정,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반대여론이 들끊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스탠스는 6월 들어 갑작스레 돌변했다.
정부 관계자는 4일자 조선일보에 “군사비밀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 등 한일군사협정을 현 정부 임기 내에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양국간 상당히 오랫동안 실무적인 협의가 진행돼 왔고, 실무적인 협의가 마무리 되는 대로 서명을 하고,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이지스함 서해 배치로 우리의 대북정보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서해의 공해상에서 ‘항해의 자유’가 완벽히 보장되는 것이 우리의 안보 이익에 가장 부합된다”며 “일본이 추진 중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한.일 군사협정 체결, 나아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이 속도를 내게 된 이유는 뭘까? 안보전문가들은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안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3국이 내놓은 공식 언론발표문을 보면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3국 모두를 위협하며 이에 대해 3국은 함께 협력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한다고만 돼 있다.
구체적인 협의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회담이 정부가 ‘한일군사협정 임기 내 마무리’ 발언을 내놓은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3국이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데 합의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0년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에 합의한 바 있으나 여론에 밀려 보류한 바 있다.
싱가폴 샹그릴라 회의 담화문을 살펴보면 해군력의 60%를 아태 지역에 배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발표한 신군사전략에서 전략의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shift)’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동’라는 표현은 너무 다의적이어서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자 이를 ‘재조정’으로 바꾸었다.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라크, 아프간 두 전쟁 이후 중점에 대한 재조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의 신군사전략상의 재조정은 크게 지역, 군사력, 주둔 방식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 짐을 의미한다.

첫째, 유럽과 아시아의 전략 균형. 즉 미국 전략의 중심은 이미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가 대체했다는 것이다. 파네타 장관은 “향후 5~10년,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계속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고 더 큰 비율로 부대를 배치한다”고 말했다. 파네타 장관은 지난달 29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도 “차세대 미 해군의 핵심 프로젝트는 아태 지역에서 미군의 역량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훈시한 바 있다.

둘째, 군사 전략의 균형. 즉 해군과 공군을 더욱 중시한다는 것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50:50이라는 현재의 해군력 배치 구성을 변경해 60%의 군함을 태평양에 배치한다.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연해지역전투함(LCS)의 대부분을 태평양에 배치하고 항공모함도 6척으로 늘린다. 파네타 장관은 수적인 향상뿐만 아니라 더 선진적인 잠수함, 군함, 신형 전자전 장비 및 통신 시스템을 태평양에 배치하는 등 질적인 향상도 도모하고 있다.  

셋째, 배치(주둔) 방식의 균형. 즉 냉전 때처럼 대규모 영구 기지를 새로 건설함으로써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력하여 일시적인 임무와 합동 군사연습과 행동 참여를 통해 파트너 국가의 항만, 공항, 부대시설의 이용을 확보한다. 이러한 방법은 보다 경제적이고 비용을 억제하여 파트너 국가의 정치적 반대도 비교적 적다.
파네타 국방장관은 아시아 안보회의가 끝난 직후 베트남전 당시 미 해군의 핵심 기지였던 캄란항을 방문했다. 파네타 장관은 미 해군 병참함에 올라 베트남과의 군사 협력 강화를 역설하며 “베트남과 같이 협력할 수 있고 이 항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은 영구 주둔기지 보다는 동맹국의 항만과 부대시설을 이용하도록 확보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신군사전략 재조정과 제주해군기지의 군사전략적 의미
친중 성향의 대만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양안문제는 안정되어 가고 있다. 반면 동중국해에서 일본과의 댜오위다요(센카쿠열도) 분쟁, 남중국해서 필리핀과의 황예다오(스카보러섬) 분쟁이 빈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남사군도에서도 중국과 베트남의 영토분쟁 조짐이 확산되고 있고 최근 이어도 부근에서도 한중간의 갈등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최근 전통적인 우방인 일본을 비롯해서 필리핀, 베트남 등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들과의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매번의 분쟁에서 미국은 항상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의 입장을 옹호해 왔다.

올 1월 워싱턴포스트(WP) 미국과 필리핀 당국 사이에서 필리핀 내 미군의 활동 강화에 대한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최고 우방인 한국 일본이 있는 태평양 북쪽 외에 태평양 남쪽에서도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병력이 주기적으로 순환된다는 전제하에 더 많은 미 지상군이나 해군 함정이 자국 내에 머물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3월초에는 미국과 필리핀이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여기에 일본 자위대까지 참여해 국제적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밖에 미국은 호주 북부 다윈에 미 해병을 배치하기로 했고, 싱가포르에 미 해군 함정의 배치를 협의했다.

우리 해군이 건설 중인 제주 해군기지가 그동안 끊임없이 “제주해군기지는 미군기지”라는 의심을 사게 된 것도 미국의 대중국 봉쇄의 필요성에 대한 제주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또한 이에 대해 군당국은 끊임없이 미군기지가 아니라 군민관광미항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군의 전략 재조정에 따라 미군이 항시 주둔하는 것(제주해군기지=미군기지)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미군이 이용하는 거점 기지가 될 수 있다. 제주해군기지에 설사 크루즈선이 입항 한다하더라도 이 항구가 해군기지인 한 언제든 미군의 거점 기지로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이 앞서 밝힌 대로 미국의 신군사전략 재조정의 일환이며, 미국은 이미 중국 연안국가들과 이런 방식으로 기지 이용 계획을 확대해 가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 미 해군기지 확충이 난항에 빠질수록 건설될 제주해군기지의 전략적 의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서해상에서 중국과의 대립이 격화될수록 미국의 개입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는 점에서,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군의 군사전략적 거점이 될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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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 무력충돌 가능성과 군비지출 부채질
미국은 이러한 재조정이 아시아에 중심을 두는 것일뿐, 중국의 해군력 확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네타 장관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정의 열쇠는 미.중 양군이 함께 안보의 책임을 맡아 아시아 태평양 및 세계 평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중국과 방위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파네타 장관이 말뿐이라며 “말 이상으로 행동을 중시한다”고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4일자 인민일보(전자판)는 “이러한 ‘균형’에서 미국이 아시아를 행동의 장소로 바꾸고 무력을 과시해 군사적 존재의 지속적인 강화를 특징으로 하는 ‘재조정’은 지역의 기존 균형을 깨려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미국의 재조정은 아태지역의 군사적 위기 특히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으로서도 미국의 군사력 확장을 두고 보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올해 8월 중국은 최초로 자체 제작한 항공모함 바랴크호를 서해상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 중-러 합동군사훈련을 감행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팽창을 경계하고 있다.
또한, 미.중의 군사력 확대는 서해상의 이해 당사국들의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외교적 고립을 중국을 통해 풀어나가기를 원하는 북한으로서는 서해상의 분쟁 확대는 중국을 당사자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미국과의 항시적 긴장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일본도 북한 장거리 로켓 동향 탐지를 내세워 이지스함을 서해에 배치해 북한과 중국 양쪽을 모두 견제하려는 의도를 밝히고 있다.
한국 내에서도 정부와 군 당국, 보수진영은 서해상에서의 중국과 북한 위협론을 확대 과장하면서 세계 2위의 무기 수입국인 한국의 군비지출을 더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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