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에 진술서…BBK 총선판 뒤흔드나?

꺼도 꺼도 다시 살아나는 BBK 불씨…청와대·여권 ‘절레절레’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2/04/02 [10:01]

명함에 진술서…BBK 총선판 뒤흔드나?

꺼도 꺼도 다시 살아나는 BBK 불씨…청와대·여권 ‘절레절레’
송경 기자 | 입력 : 2012/04/02 [10:01]
옥중 김경준 입 열어 골칫거리…‘이명박’ 이름 박힌 BBK 명함 또!
MB가 미국법원 제출한 “BBK와 LKE뱅크 한몸” 진술서 뒤늦게 나와

▲현재 수감 중인 김경준씨는 최근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2007, 2008년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많은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펜그리고자유 자료사진
끝없이 이어지는 BBK 의혹에 청와대가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가장 확실하게 위협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퇴임 시기가 다가올수록 청와대가 느끼는 중압감이 예상외로 크기 때문이다. 최근 BBK 명함과 MB의 진술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옥죄고 있는 형국. 옥중에서 입을 연 김경준씨도 골칫거리다. 여권은 이미 다 끝난 사안이라면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여론의 기류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야권은 이 문제를 정치 공세화 할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야권의 청와대 목줄죄기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과연 BBK 사건이 저승사자가 될 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는 점에서 BBK 의혹은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여권에 치명상을 입히는 독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이 대통령 역시 중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실공방을 두고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제보와 파열음을 힘이 빠져가는 여권이 대처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귀추가 주목된다.
 
취재/송경 기자
잠잠하던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다름 아닌 BBK 의혹이 성난 민심을 자극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최대 선거 쟁점이었던 BBK 사건의 부활은 총선을 앞둔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서는 최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반면 야권에서는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 해서 이명박 대통령을 옥죄고 나아가 새누리당을 공략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BBK 명함이 또 나왔다고(?)
BBK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사안이다.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 퇴임 이후가 불안해질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극도로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BBK 문제가 현 시점에서 또 다시 부각하고 주목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는 2007년 대선 당시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씨의 옥중서신 내용이고, 두 번째는 ‘이명박’ 이름이 박힌 명함의 등장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 대통령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BBK는 LKE뱅크의 비즈니스 컴포넌트, 즉 사업 구성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점이다.

현재 수감 중인 김경준씨는 최근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2007, 2008년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많은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회유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라는 주장을 뒤집었으며, BBK 국정조사 증인으로 참석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2008년 다스와 김경준씨 간의 미국 소송 과정에서 김씨가 ‘BBK투자자문회사 대표이사 회장 이명박’으로 명시한 명함을 미국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사실이 있다”며 증거로 제출한 사진을 게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명함은 지난 2007년 이장춘 전 싱가포르 대사가 공개한 이명박 대통령의 BBK 명함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안치용씨에 따르면 이 명함은 지난 2008년 9월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서 열린 손해배상소송에서 김경준측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가 블로그에 첨부한 명함 복사본의 앞면에는 한자로 ‘이명박 회장/대표이사’라는 직함과 함께 ‘BBK투자자문주식회사, LKE뱅크, EBANK 증권주식회사’ 등 3개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뒷면 영문 명함에는 볼펜으로 011-822-536-5967라는 전화번호가 가필돼 있는데 이는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았던 동아시아 연구원의 국제 전화번호다. 앞서 2007년 이 전 대사가 공개했던 명함에는 볼펜으로 동아시아 연구원의 주소가 가필되어 있었다.

대선 당시부터 이 대통령은 BBK는 자신과 무관한 회사라고 주장해 왔다. 이 전 대사의 명함 공개 당시에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전 의원은 “위조 또는 사용하지 않고 폐기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일한 명함이 새롭게 나온 데다, 국제전화번호가 가필되어 있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실제로 이 명함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Ke뱅크와 BBK가 한몸임을 시인하는 이 대통령의 진술서까지 나왔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지난 3월13일(현지시각)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이 대통령이 2003년 4월 미국 법원에 제출한 6쪽 분량의 진술서를 공개해 BBK를 둘러싼 진실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문서는 2006년 2월 이후 로스앤젤레스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김경준씨 관련 소송에도 제출됐으며 지난 2008년 8월 또 다른 소송에서도 증거로 제출됐다. 이 대통령은 진술서 3쪽 ‘LKE뱅크와 BBK’와의 관계‘ 5번 항목에서 BBK는 통합된 금융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려는 LKE뱅크의 사업모델상 투자자문(투자신탁)을 전담하는 하나의 ‘비즈니스 컴포넌트’라고 진술했다.

즉 자신이 대표이사이던 LKE뱅크가 통합금융 서비스를 추구하면서 그 한 분야인 투자자문분야는 BBK가 맡는 등 BBK가 LKE뱅크 통합금융서비스의 한 구성체였음을 이 대통령 자신의 입으로 분명히 밝히는 것이라고 안치용씨는 지적했다.

LKE뱅크의 금융 서비스 중 증권은 E뱅크 시큐리티, 투자자문은 BBK가 맡는 식으로 BBK가 LKE뱅크를 구성하는 계열사였다는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BBK명함에 BBK, LKE뱅크, E뱅크 증권주식회사 등 3개 회사가 나란히 인쇄돼 있는 것과도 정확히 상통하는 대목이다.

또 BBK 브로셔에서 BBK는 EBANK 금융 서비스 그룹 자매회사라고 설명된 것과도 일치하는 진술이라고 안씨는 해설했다.

아울러 이대통령은 진술서에서 LKE뱅크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하기 위해 2000년 2월 진술인(이명박을 뜻함), 김경준, 하나은행이 합작으로 설립한 사이버종합금융회사라고 설명했지만 BBK는 LKE뱅크와는 별개의 주주와 독립된 경영진 책임하에 운영됐다고 밝혔다. 계열사지만 주인은 다르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BBK 의혹 총선과 대선에서 여권 치명상 입히는 독소로 작용할 가능성
야권, BBK 정치쟁점 삼아 MB 옥죄고 새누리당+박근혜 공략 수단으로

 
 최근 BBK 명함과 MB의 진술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주)펜그리고자유
이 대통령은 또 자신은 BBK와는 법률적 관계가 없고 임원이나 주주도 아니며 BBK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씨는 “이 대통령이 이처럼 BBK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BBK가 LKE뱅크의 사업구성체라고 진술한 것은 자신이 대표를 맡았던 LKE뱅크가 BBK와 사실상 한몸임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대통령은 자신과 다스와의 관계에 대해 다스의 주주도, 임원도 아니며 공적으로, 법률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다며 ‘친형인 이상은이 다스의 주요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운영은 김성우 사장의 책임하에 이루어져 왔습니다’라고 밝혔다”며 “이 대통령의 표현대로 ‘이상은이 회장이지만 그러나 운영은 김성우 사장이 한다’는 것으로 이는 이상은이 바지사장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진술서에는 한글진술서를 영문으로 번역한 캘리포니아주 공식법원 통역사의 확인서가 첨부돼 있다.
확인서에는 공식법원통역사 ‘윌리엄 김’이 2006년 2월15일 6쪽으로 된 한글 진술서를 영문으로 번역했으며 ‘이 문서의 번역이 사실이며 정확한 것’이라고 선서하고 서명한 것으로 돼 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김경준씨의 옥중발언 역시 상당한 파장을 불러 모으고 있다. 유 전 의원에 따르면 2007년 대선 당시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씨가 2007∼2008년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많은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보낸 편지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라는 주장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는 것.

유 전 의원에 따르면 “김씨는 누나(에리카 김)와 처마저 국제범죄인 인도청구를 통해 끌어온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협박이 있었다”며 “검찰개혁 등을 위해 BBK 국정조사 증인으로 참석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수사의 수사축소 내지는 은폐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유 전 의원은 “검찰은 김씨의 편지 내용이 사실이 아니란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김씨의 주장을 묵살하고 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한술 더떠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기획입국 당시 처음에는 박근혜 쪽에서 나한테 와서 협상하자고 했다”는 내용의 김경준씨 육성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나꼼수’가 공개한 녹음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알려진 이혜훈 의원을 협상 제안자로 지목했다.

BBK 의혹이 하나둘씩 불거질 때마다 신나는 곳은 야권이다. 야권은 일찍부터 이 문제를 이명박 대통령을 옭아매는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점찍고 총공세를 예고해왔던 터다. 특검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야권의 입장.

더구나 이 같은 BBK 특검 가시화는 이번 4·11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경우 더욱 속력을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야권으로서는 일단 이번 총선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후일을 도모해도 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야권이 흥미를 느끼는 것은 이 문제와 관련한 제보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LA법원의 BBK 재판 과정에 제2의 ‘이명박 BBK 대표이사’ 명함이 증거로 제출된 사실이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에 의해 확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합진보당은 총선 후 ‘BBK 재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시절 이 명함에 대해 ‘사용하지 않고 폐기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자신의 발언을 부정하게 된 셈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명박 대통령은 BBK 실소유자 논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셈”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원죄’였던 BBK는 레임덕을 가중시키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은 “본인이 떳떳하다면 쏟아지는 의혹에 침묵할 이유가 없으며, 이 사건을 은폐하려할수록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MB정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BBK 사건을 재수사하고 국민 앞에 낱낱이 진실을 밝히든지 그럴 수 없다면 19대 국회에서 야당들이 힘을 모아 반드시 BBK 재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청와대에 경고했다.
 
검찰, BBK 악몽 재현되나?
국내외에서 BBK 의혹의 열쇠를 풀 만한 단서가 연이어 나오면서 긴장하는 것은 비단 청와대뿐만이 아니다. 수사책임을 지고 있는 검찰 역시 이 사건의 논란이 어디로 불똥을 튈지 조심스레 보고 있다. 검찰이 나름 각오하고 예상했던 일이지만 5년 만에 재현된 BBK 악몽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눈치가 역력하다.

검찰이 이처럼 긴장하는 것은 이번 사안이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나꼼수’가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진술 녹취록을 통해 “기획입국을 박근혜측이 제안했다”고 지난 3월11일 폭로하면서 박 위원장 역시 논란의 한 가운데 서게 됐다.

김씨는 “처음에는 박근혜 쪽에서 왔다. 박근혜 쪽에서 빨리 오라는 거였다. 이혜훈 의원이랑…그런데 검찰이 다 알고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이 말대로라면 기획입국은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아니라 박근혜 후보측 아이디어가 된다.

유원일 전 의원에 따르면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은 당시 한나라당 쪽에서 시도했지만 검찰이 한나라당 쪽 인사는 관심없다며 민주당 쪽 인사를 대라고 화를 냈다는 후문. 이 말을 사실대로 믿는다면 검찰이 한나라당의 기획입국 사실을 알고도 특히 한나라당 내 유력 후보인 박 후보측이 입국을 종용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검찰수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대목이다. 의혹이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될 수 있는 내용인 셈. 파문이 확산되자 검찰도 즉각적으로 반박에 나섰지만 여론의 기류는 심상치 않은게 사실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밝힌 검찰의 입장은 이렇다. ‘나꼼수’의 주장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내용 및 당시 언론보도만 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것. 박 후보 측 인물들이 당시 김경준씨를 접촉한 사실은 이미 당시 수사에서도 확인된 내용으로 뒤늦게 새삼스러울게 없다는 검찰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검찰은 실제로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유모 변호사 등은 김경준과 그 가족 및 변호사를 접촉해 BBK 관련 자료를 건네받았으며 2007년 8월경 모 언론과 김경준의 언론인터뷰를 주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검찰은 속내가 불편하다. 이미 5년 전 대선 직전에 불거진 사안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BBK 사건’의 악몽이 또 다시 재현될 조짐이 심하게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은 ‘나꼼수’측의 불만표출에 대해 비교적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이번 경우 검찰이 특정 방송내용에 대해 별도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 그만큼 검찰 수뇌부가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BBK 불똥’을 우려하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BBK 의혹과 관련한 ‘김경준 기획입국 수사’가 자칫 축소수사 내지는 부실수사로 정치 쟁점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십중팔구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외풍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다음날 반박을 통해 ‘나꼼수’ 논란을 차단한 것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증거로써 이미 확인된 결과물을 최소한의 자료검증도 거치지 않고 폭로로 포장하는 꼼수에 대해선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검찰 수뇌부의 의중이 반영될 결과로 풀이된다. 검찰은 “최소한의 확인절차와 자료검증도 거치지 않고 이미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인 범죄자의 말만을 좇아 총선을 앞둔 시기에 또 다시 정치적 목적을 갖고 거짓선동하는 행위는 엄격한 법적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검찰이 반발하고 나선 것까지는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철 수사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이 연관된 BBK 의혹에 대해선 일찍이 선을 긋는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부동산 매입자금 의혹과 일부 야당의원들의 비리연루 사건에 대해선 사실상 ‘공개 수사’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뭉칫돈 수사를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뒤늦게 재배당한 것도 이러한 형평성 논란을 의식한 검찰의 정치적 행보,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BBK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제17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BBK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예측하기 힘든 여러 변수들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다가올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검찰은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과 미래의 권력 눈치만 보면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이 같은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상황이 답보상태인 상황에서 정치권은 각기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BBK 변수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계산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박근혜 위원장이 보다 큰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권 후보로 유력시 되고 있는 박근혜 위원장은 어떤식으로든 BBK와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하고 맹공을 퍼부었던 장본인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유력 정치인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납득할 수준의 해답을 내놓지 못할 경우 그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모르쇠로 일관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유리할까. 관련자 중 한 사람은 복역 중인 가운데 다른 한 사람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부정한다고 해서 과거가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구나 지금 BBK 사건 관련자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권 말기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경우 그동안 숨죽이던 BBK 희생자들이 억울함을 토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박근혜라는 방패막이도 더이상 힘을 쓸 수 없다. 박 위원장은 새로운 대권을 잡기 위해서 BBK 문제를 털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칼자루는 검찰이 쥐었다. 검찰은 BBK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짓게 될까. 앞서 박 위원장은 “대통령 측근비리, 친인척 비리는 당연히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잘못이 발견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모르쇠’, ‘아니다’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선택할 카드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cielk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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