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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골든타임 놓친 정부
지난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 최초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최초 신고자인 학생이 던진 첫마디는 “살려주세요”였다. 이후 그는 배가 침몰하고 있음을 알렸다. 당시 신고전화를 받은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내용을 듣고 목포해경을 연결했다. 하지만 목표 해경은 최초 신고자에게 경도와 위도를 말하라며, 배의 위치를 물었다. 신고자가 당황하자 119관계자는 그가 탑승객임을 알렸다. 하지만 해경은 반복해서 GPS를 거론하는 등, 위치를 물었다. 그로부터 1분 30초 뒤 해경 측은 선박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최초 신고자는 ‘세월호’라고 답했다. 결국 해경 등은 초동대처에 실패, 골든타임을 놓치고 304명의 희생자를 만들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골든타임 동안 대책본부를 어디에 꾸려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고, 대통령은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2015년 5월 11일 메르스 최초 발병자 이모씨는 발열증세를 보였다. 그가 찾은 D병원이 이씨의 ‘메르스’를 의심해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지만 ‘만약 메르스가 아니면 해당 병원이 책임져라’는 식의 답변을 들어야 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결국 이씨와 병원이 최초 검사를 요청한 18일과 19일, 36시간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결과를 낳게 했다. 이씨를 간병하던 아내, 동일 병실환자들도 연이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지역 사회 전파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확진환자가 늘어나자 부랴부랴 정부는 보건복지부를 컨트롤타워로 내세워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확진환자와 사망자는 늘어갔다. 대통령은 한동안 이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상황 2.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정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들을 발견하거나 구조하기가 힘이 듭니까”, “물살이 세서 그렇군요” 세월호 참사 8시간이 훌쩍 넘은 시각.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사고가 발생했지만 청와대는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미스테리’가 도마에 오르자 새누리당은 ‘대통령 사생활’, ‘국가안보’라며 방어에 나섰다.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면서 “모두 18차례 보고를 받고 오전 10시 15분과 오전 10시 30분 두 번에 걸쳐 구조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즉각적인 보고를 받은 뒤 ‘여객선 객실과 엔진실까지도 철저히 확인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서도 ‘인명피해가 없도록 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7시간 미스테리’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오전까지 인명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보고를 박 대통령이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대목이다. ‘안이한’ 보고는 실제 정부의 구조자 발표에서도 드러난다. 최초 사고 당시 정부는 구조 인원을 ‘전원’, ‘368명’, ‘164명’으로 바꿔왔다. 또 이틀이 지난 4월 18일에는 179명에서 174명으로 구조자를 수정하기도 했다. 2015년 5월. “다른 나라처럼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확진 환자 발생 다음날 지난 5월 21일), “감시 체계가 정확하게 작동돼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다”(같은달 26일) 하지만 메르스는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현재 감시 대상자만 1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 세월호 때와 마찬가지로 ‘오락가락’이다. “3차 감염은 없을 것”이라던 정부의 주장이 그렇다. 16번째 확진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쓴 2명이 양성 판정을 판은 뒤 이들이 첫 번째 환자와의 접촉 기록이 없음에도 불구, “의료기관 내 감염”이라고만 주장한다. 지난 4일 3차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사망했지만 정부는 “의료기관 내 감염이며 지역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3차 감염과는 거리가 멀다”고만 말한다. 하지만 한 병원 관계자는 “3차 감염은 병을 옮길 수 있는 위험군을 특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면서 “중동에서도 70% 정도가 병원 내 감염이었다. 따라서 지금처럼 병원 내에서 2차 환자가 3차, 4차 환자를 만드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현재 상황은 3차 감염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차 감염자까지는 감염경로를 파악해 격리조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3차 감염부터는 통제도 어렵다. ‘전염’에 대한 정부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파경로와 관련해서 공기전파는 현재까지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며칠 뒤 ‘중동호흡기증후군 자주하는 질문’이라는 글에서 “비말, 공기 전파 또는 직접접촉을 통해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메르스는 대부분 비말감염(감염자가 기침을 할 때 침이나 가래 등에 병원균이 섞여 호흡기로 들어가는 것)을 통해 전파된다. 비말감염은 사실 전염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계에서는 메르스의 감염이 환자 1인당 0.6~0.8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은 최초 감염자 1명 당 14명이 감염됐다. 이 부분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뒤늦게 “2012년 생긴 메르스는 평균 0.6 정도지만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명까지도 감염시킨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변종바이러스에 대한 우려 역시 정부는 일축하고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메르스는 감염자 1명 당 1인을 넘지 않는 전염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전염률은 과거의 사례와 다름을 보여준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는 다시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수렴된다.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해 12일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면서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역량 총동원을 지시했지만 정작 감염자 숫자를 틀리게 발언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난 5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다"고 말했는데, 당시 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그보다 많은 18명이었다. 3시간쯤 앞선 당일 오전 7시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해 각종 언론 매체들이 속보로 알렸는데도 청와대만 몰랐던 것이다. 상황 3. 안되면 ‘경제’ 세월호가 침몰하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던 지난 2014년 5월 9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에 항의한 뒤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던 때였다. 또 안산지역 학생 2000여명은 촛불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경제에 있어서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심리가 아니겠느냐”며 “심리가 안정돼야 비로소 경제가 살아날 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시키는 일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또 그 고통은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비난했다. 박대통령은 세월호와 관련해 “지금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지난 2년간의 침체국면을 지나서 이제 조금 형편이 나아질 만한데 여기서 우리가 다시 주저앉게 된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과 업종의 대표분들로부터 민생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적절한지를 점검해달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견고하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최근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중요한데 이런 징후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어렵게 살린 경기회복의 불씨까지도 꺼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6월 1일 박 대통령이 메르스에 대해 첫 발언을 한 이날. 그는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을 뿐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거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현장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음날 사망자가 2명 발생했지만 박 대통령은 전라남도 여수를 방문, 재벌 기업이 후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축사를 했다. 보통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국무총리는 공석. 국무총리 직무대행 역할을 맡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는 첫 환자 발생 13일만에 긴급관계부처장관회의를 개최했다. 그것도 전날 박 대통령의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라는 지시 때문이었다. 그는 회의의 대부분을 국회법 개정에 할애했고, 메르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회의 이후 3~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열리는 ‘2015년 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출국했다. 이로써 재난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총리, 혹은 총리대행은 또 다시 공백을 맞이하게 됐다. 상황 4.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유체이탈 “재난 분야에 대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아니다” “회의 때 위기관리 매뉴얼 점검을 지시했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잘못된 적폐를 바로잡지 못해 한스럽다” “많은 유언비어가 사회에 혼란을 일으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가 발표한 말들이다. 이중 첫 발언을 제외하면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들이다. 참사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분야에 대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무책임하다는 여론의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서남수 장관의 컵라면 사건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계란을 넣은것도 아닌데...”라고 발표했다. 사고 수습에 대한 책임, 실종자 수색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 마다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이에 반발하는 유가족에게는 ‘유감’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 같은 상황의 책임은 박 대통령이 초래한 것이다. 대통령은 사건 초기부터 사과는커녕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으로 남탓을 했다. 대통령 스스로 “회의 때 위기관리 매뉴얼 점검을 지시했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잘못된 적폐를 바로잡지 못해 한스럽다” 등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여론이 악화되자 박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무한 책임” 등을 언급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2015년 6월 1일 수석비서관회의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 “그동안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 또 국민의 불안함 속에서 어떻게 확실하게 대처 방안을 마련할지 이런 것을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부터 이번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점검을 하고 그 다음에 현재의 상황, 그리고 대처 방안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진단을 한 후에 그 내용을 국민들께 알려야 한다고 본다”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전문 TF를 만들어 회의가 끝난 다음에 발표하고, 또 그런 TF를 통해서 지금 문제점의 진원지, 발생 경로를 철저하게 처음부터 분석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SNS에서 메르스 초기 대응 미흡과 관련해 사과도 해명도 아닌 ‘지적’만 하는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에볼라 환자가 단 한 명일 때 이미 비상 대책 회의를 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열흘만에 초기 대응 미흡했다고 사과도 해명도 아닌 ‘지적’을 한다. 제발 책임지고 비상 대응을 하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문학자는 “‘~있었다’, ‘~생각한다’는 말을 쓰는 것도 사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책임회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더욱이 전체적인 맥락을 봤을 때 대통령은 책임 소재에 자신은 떨어져 있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사건의내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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