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근처 회사를 다니는 이모(34세)씨는 며칠 전 감기 증상이 나타나자 덜컥 겁이 났다. ‘메르스 확진자가 여의도 성모병원에 왔는데, 이 때문에 중환자실이 폐쇄됐다’, ‘메르스는 호흡만으로도 전염되는데 치사율이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높다’는 SNS 상의 정보를 접한 터였기 때문이다. 회사 근처인 성모병원을 출퇴근 때마다 지나쳤던 이씨 였기에 두려움은 더했다. 그는 당장 병원으로 향했고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그는 더 이상 출퇴근 길에 여의도 성모병원 앞을 지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다.
지난 3일 ‘중동호흡기 증후군’, 메르스 감염 환자는 총 30명, 이로 인한 사망자는 2명에 이른다. 최초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15일만에 메르스는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지난해 9월 ‘사우디 발생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의 역학 분석’을 살펴보면 지난 2013년 6워부터 약 1년여간 사우디에서 메르스가 나타났다. 이때 환자 425명 가운데 120명이 사망, 치사율이 39%에 이르렀다. 사스의 치사율이 10%, 에볼라 바이러스의 사망률이 50%인 점을 감안해 보면 메르스의 심각성은 한층 더 다가온다. 더 문제는 메르스의 치료제는 물론,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호흡기 증상 치료를 통한 회복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높은 치사율’, ‘점염성’ 등의 공포가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 두려움이 ‘괴담’ 형태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밖에서 양치질을 하면 안 된다’, ‘메르스는 주한미군의 실험’과 같은 황당한 이야기부터 ‘평택 00 여객 전무 메르스 확진, 기사 10명과 승객들도 접촉’, ‘여의도 성모병원 메르스 환자 때문에 중환자실 폐쇄’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정보가 SNS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확진 환자가 25명이던 지난 2일에는 ‘국회에도 메르스 발병자가 있다’는 내용의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소문은 주로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전파됐는데 “00당 A비서관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A비서관이 근무하고 있는 국회의원회관 9층 전체에 긴급 대피령이 떨어졌다”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확인 결과 A비서관이 복통을 호소해 응급실로 호송된 것은 사실이었으나, 단순 복통이었을 뿐 메르스는 아니었다. 메르스 괴담으로 골머리를 앓던 여의도 성모병원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병원 내에서 확진환자가 나온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관련 의료진과 직원등은 즉시 격리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언비어 내용 중 중환자실이 폐쇄 됐다는 내용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정상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택의 00 여객 관계자 역시 “사실 무근”이라면서 “회사의 전무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병원을 가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같은 괴담은 왜 퍼지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재난이나 질병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만약 구체적인 재난 대책 시나리오가 제공돼 있다면 지금 같은 괴담은 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일반 대중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먼저 눈에 띄는 피해가 나타났을 때다. 재난이나 질병으로 몇 명이 사망했는지, 또 이를 멈출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존재하는지의 여부가 그것이다. 두 번째는 심리적 부분이다. 사안에 대해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거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일반 대중은 ‘계속되는 위험’을 생각한다. 특히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일 경우에는 그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결국 ‘재난 대책 시나리오’, ‘컨트롤타워’의 부재, 그리고 확인된 ‘사실’등을 접한 대중의 불신이 ‘괴담’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불신’의 뿌리는 정부에서 비롯됐다.
괴담의 원인은 정부 먼저 정부는 “다른 나라처럼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발생 다음날인 지난 5월 21일), “감시 체계가 정확하게 작동돼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다”(같은달 26일) 등의 발언을 해왔다. 하지만 메르스는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현재 감시 대상자만 1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 일관성도 갖추지 못했고, 해결책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3차 감염은 없을 것”이라던 정부의 주장이 그렇다. 16번째 확진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쓴 2명이 양성 판정을 판은 뒤 이들이 첫 번째 환자와의 접촉 기록이 없음에도 불구, “의료기관 내 감염”이라고만 주장한다. 의료기관 내 감염이며 지역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3차 감염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병원 관계자는 “3차 감염은 병을 옮길 수 있는 위험군을 특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면서 “중동에서도 70% 정도가 병원 내 감염이었다. 따라서 지금처럼 병원 내에서 2차 환자가 3차, 4차 환자를 만드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현재 상황은 3차 감염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차 감염자까지는 감염경로를 파악해 격리조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3차 감염부터는 통제도 어렵다. ‘전염’에 대한 정부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파경로와 관련해서 공기전파는 현재까지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며칠 뒤 ‘중동호흡기증후군 자주하는 질문’이라는 글에서 “비말, 공기 전파 또는 직접접촉을 통해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메르스는 대부분 비말감염(감염자가 기침을 할 때 침이나 가래 등에 병원균이 섞여 호흡기로 들어가는 것)을 통해 전파된다. 비말감염은 사실 전염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계에서는 메르스의 감염이 환자 1인당 0.6~0.8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은 최초 감염자 1명 당 14명이 감염됐다. 이 부분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뒤늦게 “2012년 생긴 메르스는 평균 0.6 정도지만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명까지도 감염시킨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변종바이러스에 대한 우려 역시 정부는 일축하고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메르스는 감염자 1명 당 1인을 넘지 않는 전염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전염률은 과거의 사례와 다름을 보여준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SNS를 통해 “기존 메르스와 달리 감염력이 매우 높고 직접 접촉하지 않은 사람들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파 양상이 다른 것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의심하게 하는 또 하나의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현재까지는 핵심적인 유전자 부분은 차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변종바이러스에 의한 공기전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국민안전처(안전처)는 국가재난 단계상 메르스 감염 수준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안전처는 지난 2일 “국가 재난단계를 현 단계인 ‘주의’ 상태로 유지하고 현 상황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범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 신종플루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300만명 정도 감염됐을 때 중대본을 가동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치료제 조차 없는 메르스는 선제적 방역망 구축이 절박하다. 격리자가 늘고 3차 감염이 확산되면 통제불능의 의료대란이 올 것”이라면서 “하루가 바뀔 때마다 메르스 환자가 늘어나고,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도 확대되고 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3차 감염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차 감염사례가 속속 터져나오고 있는데도 ‘지역사회로 확산은 없다’며 전염병 대응수준을 ‘주의’ 단계로 유지하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당하고 국제적 위신이 추락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외로, 지방으로 떠나는 관료들 실제 보건의료의 지적대로 청와대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을 뿐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거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현장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음날 사망자가 2명 발생했지만 박 대통령은 전라남도 여수를 방문, 재벌 기업이 후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축사를 했다. 보통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국무총리는 공석. 국무총리 직무대행 역할을 맡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는 첫 환자 발생 13일만에 긴급관계부처장관회의를 개최했다. 그것도 전날 박 대통령의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라는 지시 때문이었다. 그는 회의 이후 지난 3~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열리는 ‘2015년 OECD 각료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로써 재난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총리, 혹은 총리대행은 또 다시 공백을 맞이하게 됐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들이 회의에서 밝힌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악의적 유언비어나 괴담 유포자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로 불안감이 확산되거나 잘못된 의학정보로 상황이 악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할 수 있는 괴담이나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 부총리의 발언 직후 경찰청에서는 메르스 관련, SNS에 게시된 글에 대해 병원에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퍼진다”는 내용의 고소 내용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주무부처의 주문도 있었고, 사회 혼란을 가중하는 유언비어를 통제하기 위해 공개된 영역에 게시되고 있는 메르스 관련 각종 글에 대하여 점검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것은 사실상 메르스의 위험 때문보다도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 때문이다. 정부는 일관되지 못한 발언을 연일 쏟아 붓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조용히 있어라,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면서 “그렇게 말을 하고 싶으면 믿음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불행히도 정부의 말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메르스를 키운 것은 정부의 방역체계 문제이고, 괴담을 키운 것은 정부의 태도와 국민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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