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내막> 헌재 “성매매, 성도덕 문란 합헌” 판결

임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6/03/31 [15:16]

<사건의내막> 헌재 “성매매, 성도덕 문란 합헌” 판결

임대현 기자 | 입력 : 2016/03/31 [15:16]
3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에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사진=사건의내막DB>

 

헌법재판소, 6대 3으로 성매매특별법 합헌 결정

여론조사 폐지 의견 43.2%대 37.4%으로 앞서

 

‘철옹성’ 성매매특별법이 또다시 방어에 성공했다.

 

3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에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참여한 재판관은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이 같이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마련된 뒤 헌재가 7차례에 걸친 합헌이나 각하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성매매에 대한 처벌을 안 할 경우 불법체류자의 증가, 노동시장 기형화, 국민의 성도덕 문란케 하는 현상 심화시킬 것”이라며 “성매매 처벌해 건전한 성 풍속 확립하려는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성 구매 남성이나 성매매 업소 건물주들이 헌법소원을 낸 적은 있었다. 이번 판결에 이목이 집중됐던 것은 성매매 여성이 직접 성적 자기결정권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김정미(44)씨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화대 13만원을 받고 성매매하다 재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경찰에 수치심을 느꼈다”는 그는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헌재의 결정이 있기 전인 3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씨는 “영업을 하고 있을 때에 경찰들이 들이닥쳤다”면서 “내 방문을 열고 옷을 입을 때까지 문을 닫을 여유조차도 주지를 않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나는 생계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들어온 케이스”라고 밝히며 “밥을 안 먹어본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한 끼라도 굶으면 사람이 절도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그런 일까지 겪었던 사람”이라면서, “벌금을 내게 되면 타격이 심하다”고 밝혔다.

 

그가 벌금을 내야하는 이유는 성을 판 사람과 구매한 사람을 모두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받는 성매매특별법 21조1항 때문이다.

 

한편, 김씨가 위헌의 소지로 내세운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혼인빙자 간음죄와 간통죄는 폐지가 된 상태이다.

 

지난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국민들을 대상으로 성매매특별법 존폐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는 헌재와 달랐다. 조사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3.2%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 37.4%보다 우세했다.

 

성매매특별법은 지난 2004년 3월 22일 국회를 통과해 같은해 9월 23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성매매 알선 구조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성 풍속을 해치는 성매매 산업을 축소하고 궁극적으로는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다.

 

성매매업소 화제사건이 법의 탄생 배경이다. 2000년 9월 19일 군산시 대명동의 무허가 윤락업소 화재로 인해 여성 5명이, 2001년 2월 14일에는 부산시 완월동 화재로 4명이 각각 사망했다. 2002년 1월 19일에는 군산시 개복동의 성매매업소에서도 불이 나 여성 14명이 숨졌다.

 

그 당시 성매매여성들이 감금돼 있어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신매매와 성매매 강요, 폭행 등에 시달려 왔다. 이같은 문제점을 풀기 위해 제16대 국회 당시인 2002년 7월 25일 조배숙 의원 등 74인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초안에는 “강요에 의해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를 성매매된 자로 구분, 종전의 윤락행위자를 모두 처벌하는 것과는 달리 성매매된 자를 범죄 피해자로 보아 처벌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철회됐다.

 

같은해 9월 11일 조 의원 등은 “성매매된 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지원시설과 상담소의 설치 및 운영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재차 발의했다.

 

이 법률이 국회 여성위원회 수정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원안 가결을 거쳐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로 공포됐다.

 

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의 집창촌은 규모가 축소되거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로 인해 ‘풍선효과’로 오피스텔이나 키스방 같은 음성적인 성매매가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또한 성매매특별법 이후 성매매 처벌 건수가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반면에 찬성론자는 독일이 성매매 합법화 이후 오히려 성범죄가 증가하고, 성매매 종사자가 급증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스웨덴이 성매매로 인해 불법마약과 인신매매 등의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영국 등은 성매매가 합법이다. 대신 성매매 여성들은 등록·정기검진·사회보험 등의 관리를 받는다. 독일은 2002년부터 이들이 의료·실업·연금보험에 들 수 있도록 법적·사회적 지위를 개선했다.

 

또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개인 간의 직접적인 성매매 거래는 규제하지 않고, 성매매 알선 행위를 하는 포주를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는 성구매자만 처벌하고 있다.

 

오늘 헌재의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성매매를 알선한 포주와 성을 판 사람, 산 사람을 모두 처벌 받는 형태를 유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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