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최낙율(가명)씨는 남포동에서 동업자를 만나 서류를 건네준 후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떠난 뒤 실종됐다. 그로부터 3시간 후인 오후 8시 30분 아내 조영숙씨는 남편의 부탁을 받고 공장으로 서류를 받으러 간 이후 역시 행적을 감추었다. 이후 아내의 휴대전화 전원은 꺼졌다. 이상함을 눈치 챈 사람은 바로 인근에 사는 남편의 여동생이었다. 최명순(가명)씨는 “지금도 오빠와 언니가 문을 열고서 들어올 것만 같다. 혹시나 어떻게 됐더라도 사람만 찾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이니까, 흔적은 알아야 할 것 아닌가”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두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경찰은 납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한 결과 실종 나흘 만에 부부가 살던 집 근처에서 남편 최씨의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그리고 뜻밖에 이 전화기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부인 조씨였던 것이다. 이 사건은 시작부터 이상함투성이었다. 조씨의 위치가 파악될 무렵 전화기는 다시 꺼졌고 실종 7일째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형사는 “사장님은요 라고 물어와 여기는 경찰서입니다 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종 10일째 또다시 전화가 왔다. 경찰은 “부처님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 자살을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낮에는 켜져 있다가 밤에는 꺼버리니까 위치 추적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의문투성이 사건 실종 11일째 남편 최씨의 차량이 경주에서 발견됐다. 누군가 지문을 닦아낸 사실이 밝혀졌다. 이때 남편과 관련된 경주 재개발 사건의 정체가 드러났다. 소문만 무성했을 뿐 개발이 힘든 땅이었던 것. 최씨는 이 땅에 3억원을 투입했고 이로 인해 개발조합이사 이기인씨와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자기에게 특별한 이익이 없다고 본다면 누가 그들을 죽이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사건 당일을 전후한 알리바이가 입증되었다. 실종 당일 부인은 남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통화 시간이 4초를 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남편과 전화가 안된 것으로 추측된다. 저녁상을 차리고 있던 그때 조씨에게 전화를 건 것은 누구일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남편과 부인을 마지막에 본 동업자 백도일(가명)씨였다. 백씨는 실종 부부를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가족들은 백씨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종 당시 최씨 부부가 마지막으로 함께한 사람이 백씨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백씨는 “아버님 어머님 없으면 가장 피곤한 사람은 나고 공장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내가 무슨 이익을 볼 게 있어서 그런 일을 했겠나”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아버님이 아무 이유 없이 3억원을 투입할 사람이 아니다. 분명 범인은 경주에 있다”고 말했다. 실종 17일째 조씨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는 빨리 끊겨 버렸다. 조씨의 여고동창 안현숙씨에게도 전화가 걸려왔다. 두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화통화 후 경찰관련 조사에서 “우리가 진짜 친하게 지낸 것도 한 5~6개월 정도밖에 안 됐는데 아들 둘을 맡긴다니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고동창 김동선씨는 “전화를 별로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먼저 전화를 하고 수다를 떠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조용한 아이였다”고 밝혔다. 여기저기 유언과 다름없는 말을 남기면서도 가족들에게는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던 것. 이에 순천향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이 사람은 경찰에게 자기의 깊은 얘기를 더 많이 하고 오히려 자기 아들들에게 전화를 하고 아무 얘기를 안 한 것은 가까운 사람에게 자기의 목소리가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가출을 가장한 납치사건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가족에게는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들과 짧게 통화를 한 점 등으로 미뤄 전화를 건 사람이 유력한 용의자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사건의내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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