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경악! 진보정치 추락의 끝 어디?

친노 vs 민노 대충돌…대한민국 진보정치 다 말아먹을 셈인가?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2/05/14 [10:40]

부정선거·경악! 진보정치 추락의 끝 어디?

친노 vs 민노 대충돌…대한민국 진보정치 다 말아먹을 셈인가?
송경 기자 | 입력 : 2012/05/14 [10:40]
비례대표 선출과정 총체적 부정선거 치른 사실 만천하에 드러나
통합진보당, ‘친노 vs 민노’ 대충돌…창당 5개월 만에 최대 위기

▲ 이정희 공동대표는 5월3일 오전 열린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상황과 이유가 어떠했건 가장 무거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 김상문 기자
대한민국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진보정치의 중심축인 통합진보당이 이번 4·11 총선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총체적으로 부정선거를 치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총선에 앞서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이정희 공동대표마저 부정 경선 논란에 휘말려 후보직을 사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이정희 대표의 부정 경선이 어쩌면 이번 총체적 부정선거의 전조였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진보정치 세력의 프라이드이자, 최대 자산인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는 뜻이다.
 
취재/송경 기자
정치권에서는 통합진보당 내 주류세력인 구 민주노동당 계열 인사들을 부정선거의 핵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부터 관행처럼 부정선거를 치러왔고, 그렇게 ‘수법’화된 부정선거가 이번 총선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만일, 민노당이 국민참여당이나 심상정·노회찬 등 민노당의 이 같은 패권주의와 결별하고 진보신당을 차렸던 인사들과 통합을 이루지 않았다면 이번 사태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정선거 사태는 진보진영의 세력교체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대선을 불과 7개월여 남겨 놓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사태가 터졌다는 점이다. 즉, 통합진보당 내부의 문제로만 그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이같이 부도덕한 정치세력으로 낙인 찍힌 진보통합당과 선거연대를 이루려 하겠느냐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가 진보정치에 대한 불신을 넘어 야권 정치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진보정치 세력의 프라이드이자, 최대 자산인 도덕성 치명타 입어
이번 사태 진보정치에 대한 불신을 넘어 야권 전반에 중대한 영향

▲ 대한민국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진보정치의 중심축인 통합진보당이 이번 4·11 총선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총체적으로     ©김상문 기자

대한민국 진보정치 말아먹을 셈인가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자체 조사를 벌여온 통합진보당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5월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정당성과 신뢰를 잃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선거관리 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부정 선거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준호 위원장은 “적정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와 계약하고 당 선거관리위원이 아닌 임의적 (인물의)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수정하는 등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선거”라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조 위원장의 이 같이 충격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 당권파인 구 민노당 계열(민족해방 NL계열)은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조금도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에 따라 창당된 지 5개월 여 만에 당이 또 다시 쪼개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당권파인 이의엽 공동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의혹이 부풀려지고 불필요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조사위의 객관성과 공정성 자체도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의장은 “어떤 경우라도 당이 수습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당 정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로 넘어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통합진보당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 비례대표 경선을 치르며 온라인 투표와 현장투표를 합산해 비례대표 순번을 정했다. 조준호 위원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조직적이고 총체적인 부정·부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윤금숙 당선인이 지목되고 있다. 윤 당선자는 민노당 계열로, 온라인 투표에서 4917표를 얻어 5212표를 얻은 국민참여당 출신 오옥만 후보에게 뒤졌다. 하지만, 현장투표에서 윤 당선인은 520표를 얻음으로써 71표를 얻는 데 그친 오옥만 후보에게 크게 이겼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은 비례대표 1번을 받았고, 오 후보는 9번을 배정받았다. 조준호 위원장은 이같이 현장투표는 물론,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유시민 공동대표는 부정선거 사태와 관련“누가 어떤 목적으로 했건 국민의 시각으로 보면 우리 당이 한 일”이라며 “당원과 국민에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 김상문 기자

3·15 부정선거는 저리가라!
현장투표에서는 대리투표가 횡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 위원장은 “투표소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바람에 동일인 필체가 여러 투표 용지에 나타나는 등 대리투표로 추정되는 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투표소 200곳 중 3분의 1 정도를 샘플링한 결과 (이런 부정 사태가) 상당히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 지역선관위원은 “선거가 끝나도 투표 용지와 관련한 서류를 중앙당에 보내지 않았다”고 증언하기까지 했다. 이는 곧, 선거 사무원이 투표 결과를 충분히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된다.
당 선관위가 투표함을 무효화시킨 7곳의 투표소 중에는 선거인 명부보다 실제 투표수가 더 많은 경우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서는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뭉치의 투표용지를 뜯어서 배부할 때 1인당 한 장씩이 아니라 뭉텅이로 뜯어서 나눠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조준호 위원장은 “샘플링 조사결과 당원이 아닌 경우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선거구의 투표함은 봉인이 안 돼 있는 경우도 있었고, 투표 용지에 날인이 없어 누가 투표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게다가, 조준호 위원장은 “투표 마감시간 이후 온라인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적지 않은 수의 현장투표가 집계돼 투표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투표에서는 집단적 대리투표가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조준호 위원장은 “동일한 IP에서 집단적으로 이뤄진 투표에서도 대리투표 등의 부정투표 사례가 확인됐다”며 “노동 현장에선 컴퓨터가 하나니까 쭉 와서 투표하는 경우도 있어 동일 IP가 꼭 부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샘플을 갖고 확인한 결과 투표자가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조 위원장은 “당 사무총국의 당직자가 (서버관리업체에) ‘창(화면)에 들어가기 편하게 수정을 해달라’고 얘길 해서 4차례 소스코드를 열람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선 “소스코드를 열람했다면 투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투표 결과를 조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소스코드 열람 후) 어떤 작업을 진행했는지를 기록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만 아예 없어, 화면 수정만 한 것인지 다른 것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국민참여당 출신, 대대적 반격
당이 공중분열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사태가 내부 폭로를 통해 드러나게 됐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매우 크다. 이에 대한 의혹은 국민참여당 출신의 이청호 부산 금정위원장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그는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18일과 5월1일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연달아 부정 경선의 실체를 고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 내 각 세력 간의 주도권 다툼 과정에서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게 되지 않았겠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국민참여당 출신 인사들은 대부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순위가 밀려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윤금숙 당선인에 밀려 9번을 받게 된 오옥만 후보의 사례가 그렇다. 구 민노당 당권파에 의해 당내 활로 모색이 어려웠던 참여당 계열이 내부 폭로로 당권파를 끌어내리고자 한 것 아니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조준호 위원장의 발표에도 이청호 지역위원장은 “1차 조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왜 누가 했는가’에 대한 2차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끝까지 민노당 출신 당권파들의 싹을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청호 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먼저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니라 당원들 이야기를 정리해 고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정보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말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조준호 위원장이 발표한 부정 사례 외에도 또 다른 부정 사례들이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은 “후보 각자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다”며 “비례대표 1·2·3번이 다 사퇴해야 하고 만약 일반직으로 나왔던 비례대표들까지 문제가 있었다고 하면 그들도 사퇴할 수 있다”고 문제 당선인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대표들 중 누구도 사퇴하면 안 된다고 본다”며 “이번 문제를 해결할 이가 그분들이다. 정 사퇴하고 싶으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전당대회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금은) 차기 전당대회 자체를 연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당 출신인 천호선 대변인 또한 사견임을 전제로 “비례대표 당선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고 본다”며 당선인들의 자진 사퇴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당의 비례대표 당선자 수가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이 정도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저도 그 부분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이어, “결국에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선거관리의 엄정성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지 못하고 소홀하고 안이하게 본 무책임한 태도가 관리자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부정투표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는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민주주의 기본을 무시해 온 일부 당 간부들의 안이함, 도덕불감증, 이런 데 있다고 본다”고 우회적으로 당권파들을 겨냥했다.
 
이정희, 정계 은퇴 강력 시사
논란이 거세지자, 이정희 공동대표는 5월3일 오전 열린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상황과 이유가 어떠했건 가장 무거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당대표직 사퇴 수준이 아닌, 정계은퇴 수준의 조치까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의심에 기초한 추측을 배제하고 논란의 여지 없이 사실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며 “유관 단체 등에 얽매이지 않고 합당한 수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아직 어떤 경선 후보자들에게 부정의 결과가 담긴 표가 주어졌는지 모른다”며 “의혹이 폭넓게 제기되고 있지만 근거가 부족한 의혹이나 의심은 제외하고 행위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무분별한 의혹제기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온라인 투표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해 우려를 준 점과 부정투표가 이뤄질 만한 환경을 만들어낸 현장투표의 관리 부실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했건 국민의 시각으로 보면 우리 당이 한 일”이라며 “당원과 국민에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발표가 나왔고 시민들은 어제 위원회 결과를 신뢰하고 존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체로 수용의 태도를 보였다. 아직까지 ‘근거 부족이나 의혹’ 수준으로 사태를 보고 있는 이정희 대표와 확연한 온도 차이를 보인 것이다. 유 대표는 이어, “다만 처음 겪어보는 문제에 책임 있는 결정을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조금만 여유를 주고 지켜봐주면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답을 보이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일부 언론에서 대표단 사퇴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데 총체적 책임을 분명히 질 것”이라며 “당 대표단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주어진 책임을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문제를 봉합하는 수준인지 쇄신의 의지를 피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신중하게 노력하고 있다”며 “재창당의 각오로 맡은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정희 공동대표가 다소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지도부는 대체로 발 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진보진영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쇄신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각종 부정선거 행태가 기성 정당의 구시대적 정당 운영에 비판적 목소리를 높였던 진보정당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분노와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때 민노당에 몸 담았던 적 있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정희씨 사퇴하고 비례대표 다시 뽑아야죠”라고 비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자기 정파의 승리를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우습게 보는 의식과 행태, 기가 막힌다”며 “참담하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조국 교수는 “단순 실수로 치부하고 덮을 사안이 아니다. 부정선거 책임자, 중징계해야 한다”며 “자기 사람 보호에 급급하여 검찰수사에 당의 운명을 맡기는 선택은 하지 말길 바란다. 당 대표들도 물러나고 외부인사를 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당대회를 준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통합진보당 부정선거의 원인이자 결과인 비례대표 당선자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당쇄신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도 최소 1명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ielk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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