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불매운동 번지는 속사정

“채용면접에서 웬 국정화…설화수 이제 안녕이닷!”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5/11/05 [10:48]

아모레퍼시픽 불매운동 번지는 속사정

“채용면접에서 웬 국정화…설화수 이제 안녕이닷!”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5/11/05 [10:48]

 

▲  아모레퍼시픽이 인턴사원 채용 면접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것으로 알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 불매운동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종면접에서 ‘교과서 국정화’ 견해 물어 소비자 불매운동 등 파문확산

“이런 정신나간 기업은 국제인권기구에 제소하고 불매로 철퇴 가해야”

아모레퍼시픽, 파문 커지자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 끼쳐 죄송” 긴급진화

 

황제주’로 명성을 날리는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정규직 전환형 인턴사원 채용 면접에서 응시자에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것으로 알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 불매운동 목소리가 나오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영업직 인턴 최종면접에서 면접자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강한 의지를 표시한 국정 교과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0월31일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A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A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영업관리 직무 2차 최종면접 시험장에서 면접관이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님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강한 의지를 표하신 국정교과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면서, “솔직한 의견을 말해도 되느냐고 물은 뒤 국정화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자 면접관은 ‘그래서 국정교과서 찬성이에요, 반대예요?’라며 다그치듯 되물었다”고 전했다.

 

그 후 탈락소식을 통고받은 A씨가 “영업관리 직무를 수행하는데 국정교과서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탈락 사유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듣고 싶다”고 밝히자, SNS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을 질타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교수와 시사평론가 등 지식인들은 SNS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죄질이 좋지 않아 따끔한 교훈을 줄 필요가 있다”면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의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11월2일 페이스북에 “채용 면접에도 국정화 잣대?…‘그래서, 찬성이오 반대요’”라는 <한겨레> 사설을 링크시킨 뒤 “(아모레퍼시픽이)논란이 되자 사과는 했다는데…이거 죄질이 아주 안 좋다”면서 “고용을 무기로 사람의 양심을 포기하도록 하는 짓 아닌가. 국정화, 찬성이요 반대요? 묻는 순간 면접 보는 사람이 겪게 될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생각해 보았는가. 잔인한 짓이다”라고 질타했다.

 

유창선 박사는 이어 “나, 그동안 각종 남성 화장품 아이오페 사용해왔는데…이 참에 다 바꾼다. 그냥 하는 얘기 아니다”면서 “민자당 때 개그맨 김병조가 전당대회 사회 보면서 딸랑이 노릇하며 입 잘못 놀리다가 민심 건드려서 방송에서 하차했던 기억이 나는데…이런 곳들은 좀 당해야 다른 데서 또 그런 짓들 안한다”고 아모레퍼시픽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유창선 박사의 페이스북 글에는 ‘좋아요’라는 의견이 710개나 달렸으며 81회나 공유될 정도로 SNS상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해당글 밑에는 “이런 ㅉㅉ 설화수 너도 이제 안녕이닷, 20여 년을 함께했는데” “불매운동 해야 됩니다. 오만의 극치네요. 제품도 엄청 비싼데 뜨거운 맛을 봐야죠. 갑질을 어디에다 하는 건지…” “아모레퍼시픽 불매운동 시작~ 이런 회사 망해도 싸다. 그동안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 알 만하다. 천하의 근본도 없는 천민 자본가의 전형들이다, 에라이~” 등 비판글이 45개나 주렁주렁 달렸다.

 

김정란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11월2일 페이스북에 “‘국정교과서 반대하시나요? 대기업의 황당한 면접 질문”이라는 기사를 링크시킨 뒤 “아모레 사상검증 면접, 아모레 불매합시다”라고 비판했다.

 

이렇듯 파문이 커져가자 아모레퍼시픽은 11월2일 신입사원 면접 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찬반 의견을 물어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 “신입사원 채용 과정 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지원자와 모든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배동현 아모레퍼시픽 경영지원부문 부사장은 이날 언론사에 배포한 ‘신입사원 채용 관련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최근 신입사원 공채에 응모한 지원자가 면접 과정 중의 특정 질문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지원자의 성향은 합격 여부에 절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배 부사장은 국정화 찬반 의견을 물은 이유에 대해선 “지원자의 사회에 대한 관심과 답변 스킬, 결론 도출의 논리성 등을 평가하기 위함이었을 뿐 그 외에 다른 어떤 의도도 없었다”며 “특정 면접관의 질문 하나에 의해서 지원자의 합격 여부가 결정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면접관의 질문이 “지원자의 사회에 대한 관심과 답변 스킬, 결론 도출의 논리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아모레퍼시픽의 해명은 솔직한 사과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회사 쪽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과 젊은이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이번 사태를 ‘국정 화장품’ 사태로 부른다. 여성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11월2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회사 측은 질문내용과 채용결과는 상관없다고 했지만 질문 자체가 헌법과 인권헌장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백 위원은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이 면접자에게 국정교과서 찬반 여부를 물은 것은 기업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인데, 나치 또는 유신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악랄하고 정신나간 기업은 국제인권기구에 제소하고 불매로 철퇴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모레퍼시픽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정치적 성향을 가리는 면접을 진행했다면 천문학적 배상을 하고 기업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면접 파문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특히 화장품 소비가 많은 여성들이 자주 드나드는 커뮤니티에는 “사상검증 하는 회사 상품은 사지 맙시다”라는 주장과 더불어 불매운동과 회원탈퇴에 대한 글이 줄을 이었다.

 

한 여성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아모레퍼시픽 이미지가 굉장히 좋지 않았나요?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남양우유급으로 떨어질 듯하네요” “여지껏 아모레 사용했는데, 방금 다른 브랜드 주문 클릭했어요”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헤라도 해당되지요? 화장품 살 때 됐는데 미리 알아 다행입니다” “방금 아모레퍼시픽 회원 탈퇴했고요. 왜 탈퇴하느냐는 문항에 국정화 찬반 면접 때문이라고 썼어요. 뷰티 포인트, 블루리본 포인트 아깝지만, 울 엄마 아모레 하이톤 시절부터 오랜 고객이기도 하지만, 친일독재 찬양 기업 제품 공짜로 줘도 못 쓰겠어요. 정나미 떨어지니 제품 원료도 못 믿겠어요. 제품 불매운동 이어지면 대대적인 세일도 할 텐데 그래도 싫어요”라는 여성 누리꾼의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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