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내막=이상호 기자]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을 가장한 구조조정으로 적자를 메우려 하는 것일까?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3분기 3조원이 넘는 누적 영업적자 해결을 위해 권오갑 사장과 최길선 총괄회장을 최고경영자로 불러들였다. 이 중 권 사장은 지난 2010년 현대오일뱅크 사장 당시 불황이던 정유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낸 바 있다. 이때 그는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권 사장 취임 이후 현대중공업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노동자의 삶 역시 ‘안정화’ 되지 않았다. 지난 4분기 현대중공업은 흑자전환에 실패했고, 올해는 플랜트 발주까지 줄어들었다. 당분간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 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이란 칼을 빼들었다.
권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회사보다 인건비를 포함한 제조원가가 높아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이후 지난 1월 현대중공업은 과장급 이상 간부 150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당시 노조는 “정리해고의 경우 사측이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이런 노력없이 희망퇴직 형식을 빌려 사실상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노조의 비판은 주장에 가까웠지만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자들에 대한 처우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현대중공업은 일부 조합원 책상에서 PC, 전화기 등을 빼버리고 사내 전상망 접속을 차단했다. 또한 희망퇴직 대상자의 고정 연장근로도 금지해 고정연장수장을 주지 않았다. 희망퇴직 대상자인 한 노조조합원은 “고정연장금지는 부당한 처우”라면서 “강제퇴직의 압박으로 고정연장 수당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현대중공업이 노조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직책자 수당을 지급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당시 소식지를 통해 “2014년도 임단협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왜 회사는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을 계속 하는지 답답하다”며 “직책자 수당 인상으로 조합원과 직책자를 이간시켜 현장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직책자 수당 지급 이후 현대중공업 노조에서는 ‘노노갈등’을 부추긴 후 또 다른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란 말이 돌기도 했다. 이들의 불안은 ‘경영진단 의견서’라는 현대중공업의 2, 3차 구조조정 계획이 담긴 문건이 노출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구조조정의 대상은 근속연수가 오래된 서무직 여성. 요건은 ‘11년 근속 이상 4·5급 서무직(계약직 제외), 여성 직원 중 상반기 평가등급 B 이하인 자, 서무직 수시업무 점검평가 시 2회 이상 부재 중인 자’다. 이 중 2가지 이상 해당되면 우선정리해고 대상자가 된다. 3차 정리해고 대상은 14년 이상 근무한 차장, 부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요건은 ‘14년 이상 근속, 차장 8년차 이상, 1961년 이전 출생자, 부장 6년차 이상, 부서장 평가 성적 하위 30%’다. 회사는 4가지 요건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우선 정리해고 대상자로 분류했다.
노조의 불안은 최근 현대중공업이 전체 고졸 여사원 597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또 다시 현실화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5년 이상 장기근속 여직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나 강제성은 없다”면서 “장기근속 여직원의 경우 희망퇴직을 원하는 일부 여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15년 미만의 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2000년 이후에는 남성만 신입사원으로 채용해 절 반 정도 세대교체가 되었지만, 여성은 2000년 이후 정규직 채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0년 이전에 채용한 정규직 여성을 모두 정리함으로 여성들의 일자리를 전부 계약직‧비정규직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 현대중공업 조합원은 “4일 회사로부터 희망퇴직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실제 사내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이 희망퇴직이지 이는 실질적 구조조정”이라면서 “회사 경영 적자를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쫒아 메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지난 2월 마무리된 노사간 2014년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회사측 교섭 대표가 고용안정을 약속했다”면서 “여사원 정리해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총파업 투쟁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