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 패터슨, 무죄 혹은 징역 18년 왜?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5/09/24 [14:18]

아더 패터슨, 무죄 혹은 징역 18년 왜?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5/09/24 [14:18]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아더 패터슨(36)이 미국으로 달아난 지 16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돼 법정에 서게 됐다. 하지만 사건 초기 부실 수사와 검찰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사건발생 18년동안 진범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패터슨이 송환됐으니 죄값을 치러야 하지만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 또 그의 행위에 대한 정당한 형량을 선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건의내막>이 취재했다.

 

▲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의자 아더 존 페터슨이 16년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그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혐의를 부인했     ©사건의내막

 

지난 1997년 4월 3일 이태원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는 아더 패터슨, 에드워드 리, 조중필 세명의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조씨는 칼에 찔려 사망했다. 사인은 동맥 절단에 의한 과다 출혈.

    

사건을 접한 용산경찰서와 미군범죄수사대(CID)는 수사 초기 아더 패터슨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들은 아더 패터슨의 옷에 묻은 혈흔과 그의 손에 새겨진 갱단의 문신, 또 살해 수법이 갱단 특유의 ‘매드 도깅’ 수법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매드 도깅이란 상대가 기분나쁠 정도로 상대를 노려보다가 상대가 화를 내면 흉기로 마구잡이 공격을 가해 상대를 죽이는 수법이다.

    

하지만 아더 패터슨은 혐의를 부인했다. 함께 있던 에드워드 리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에드워드 리의 진술은 오락가락했다. 

    

결국 경찰은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를 공동정범(2인 이상이 하나의 범죄를 분담해 실행할 경우 전체에 대해 공동으로 형사책임을 지는 것)으로 결론졌다.

    

이에 반해 검찰은 에드워드 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졌다. 검찰이 경찰과 달리 결론을 내린 까닭은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의 키 때문이었다. 검찰은 조씨의 목을 칼로 찌르려면 가해자의 키가 피해자보다 커야 한다는 부검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사망한 조씨의 키는 176cm, 에드워드 리는 180cm, 패터슨은 172cm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소 남성들이 소변을 볼 때 자세가 구부러지며, 이때 키로 보면 패터슨 역시 충분히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같은 공검찰과 법원의 공방을 거쳐 에드워드 리는 제1심에서 무기징역, 항소심에서 2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는다.

    

에드워드 리의 무죄선고로 시선은 아더 패터슨에게로 쏠렸다. 에드워드 리가 재판을 받을 때 그는 무기소지(조중필씨를 사망케 한 칼의 주인은 아더 패터슨)와 증거인멸(사건 직후 패터슨은 피 묻은 옷을 태우고 흉기를 버렸다) 혐의만 인정돼 있었다.

    

검찰은 다시 패터슨을 불러들여 재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출국정지 기간이 만료된 1999년 8월 24일, 검찰은 출국정지 연장을 하지 않아 그의 미국 출국을 막지 못한다.

    

죗값 치를 수 있을까?

그렇게 16년이 흘러 아더 패터슨이 지난 9월 23일 국내로 송환됐다. 그가 송환됐고 재판을 받게 됐으니, 이제 그를 범행에 대해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을까? 답은 미지수다.

    

이미 에드워드 리는 무죄가 선고됐고 남은 인물이 패터슨이라고 해서 그가 살인범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패터슨이 살인을 했더라도 검찰이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무죄선고’ 될 가능성도 있다. 살인죄는 증거가 분명하게 입증돼야 한다. 현재 이 사건은 세월이 많이 흘렀고 패터슨이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 역시 “둘다 무죄가 나올 가능성은 이론적으로나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만약에 살인사건에 대해 혐의를 인정한다는 가정하에 패터슨은 몇 년형을 받게 될까?

사건 당시 패터슨은 만 17세로 미성년자였다. 법적으로 미성년자(만 14~17세)에게는 사형 혹은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형량은 최대 20년 범위로 축소된다. 그리고 형량 선고는 사건 당시의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더욱이 과거 그에게 유죄가 입증된 무기소지 혐의는 사라진다. 살인죄가 적용돼 포함되기 때문이다. 증거인멸 혐의는 사라진다. 증거인멸은 다른 사람이 저지른 범죄를 숨기려는 것인데, 스스로 행한 일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소년범죄 20년에서 그가 사건 발생 직후 무기소지와 증거인멸 혐의로 1년 3개월을 복역한 점을 감가하면 결국 18년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법리적인 문제와 국민정서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죄의 경도 문제 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문제들이 있는 사안인 만큼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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