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례로 본 '사랑과 전쟁'

간통 무죄 그후 대놓고 외도…혼인파탄 책임 있나, 없나?

김현우 기자 | 기사입력 2012/02/20 [13:37]

법원 판례로 본 '사랑과 전쟁'

간통 무죄 그후 대놓고 외도…혼인파탄 책임 있나, 없나?
김현우 기자 | 입력 : 2012/02/20 [13:37]
50대 남편 부적절한 만남 지속…재판부 “위자료 물어라”
아내와 상의 않고 주식투자했다 손실…“이혼책임 남편에”

 
1. 간통 무죄 뒤 외도…책임은?
간통 혐의가 무죄판결을 받았더라도, 같이 여행까지 다녀오고 심지어 밀회를 위해 오피스텔을 따로 얻기까지 했다면 이는 혼인의 순결성을 해치는 행위로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B(52)씨는 일식당을 운영하던 중 C(47·여)씨와 교제하게 되면서 부인과 이혼한 뒤 1999년 C씨와 혼인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 초기부터 B씨 전처와 관련된 문제, B씨의 자녀들과 C씨 사이의 갈등, 일식당과 관련된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사이가 좋지 못했고, 말다툼을 자주 벌였다. B씨는 다툼이 계속되자 2003년경부터 오피스텔을 얻어 별도로 지내면서 가끔 집에 들르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C씨는 2002년 친구를 통해 초등학교 동창이던 D씨를 만나게 됐다. 이후 C씨는 미국에 있던 D씨가 2004년 귀국할 때까지 애정이 담긴 편지를 주고받았고, D씨가 귀국한 이후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으며, 2007년 11월에는 함께 하와이로 3박 4일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C씨는 2007년경 서울 용산에 오피스텔을 얻어 D씨와 계속 만남을 가졌는데, B씨는 2009년경 C씨를 미행해 오피스텔을 찾아가 둘이 함께 있는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에 B씨는 C씨와 D씨를 간통혐의로 고소했으나, 이들은 작년에 무죄판결이 확정됐다.
한편, B씨가 C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부산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김상국 부장판사)는 최근 “B씨와 C씨는 이혼하고, C씨는 B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는 혼인 초기부터 여러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 역시 2003년경부터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은 채 생활하는 등 갈등을 극복하고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는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피고는 원고와 혼인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2004년경부터 수년간 D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비록 피고가 간통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고는 하나, 이는 혼인의 순결성을 해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가 2007년경부터 D씨와의 밀회를 위해 오피스텔을 따로 임차하기까지 해 2009년 5월까지 그 곳에서 D씨와 함께 지내왔는데, 이것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데에는 피고의 책임이 원고의 책임보다 더 중하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2. 과도한 주식투자 손실 ‘이혼사유’ 
배우자와 충분한 상의를 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과도한 주식투자 손실로 빚이 생겨 그로 인한 갈등으로 별거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이혼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E(40·여)씨와 F(44)씨는 2000년 결혼해 현재 10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그런데 F씨는 혼인 초기부터 주식투자 등으로 인한 빚이 수 천만 원이 있어 그 변제를 위해 E씨는 친정 가족들로부터 돈을 지원받기도 했고, 2003년경 빚을 모두 갚았다.
이후 F씨는 주식투자를 계속해 한때 이익을 내기도 했으나, 결국은 손실을 보고 2005년 말경 7000만 원 정도의 채무가 남았다. E씨와 F씨는 그로 인한 갈등으로 2005년 12월경부터 서로 합의해 별거에 들어갔는데, F씨는 40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추가로 주식투자를 했으나 이익을 얻지 못했다.
2007년 4월 별거를 끝내고 합쳤으나, F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E씨가 자신을 삐딱하게 본다는 이유로 술병으로 E씨의 목을 치려했고, 이에 E씨는 언니 집에서 지내다가 F씨가 사과해 돌아오기도 했다.
2008년 2월 제사 문제로 폭력이 오가며 심하게 다툰 E씨는 시댁과 상의해 F씨와 다시 별거하기로 하고 1000만원을 주며 거주지를 마련하게끔 했고, 이후 둘은 현재까지 별거하고 있다.
별거 기간 중에 F씨는 “아내의 요구가 있을 시 3개월 내에 협의이혼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나 다른 방법으로 괴롭히지 않으며 집에 찾아오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으로 각서를 써주기도 했다.
그런데 2009년 4월 F씨는 E씨를 찾아갔고 E씨가 각서대로 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서로 다툼이 벌어지자, F씨는 심한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2월에도 F씨는 E씨의 집을 찾아갔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자 문을 발로 차며 고함을 치는 등 한동안 소란을 피워 경비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결국 E씨는 이혼소송을 냈고,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 재판부는 “E씨와 F씨는 이혼하고, F씨는 E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 아들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E씨를 지정하고, F씨는 매월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혼인 초기부터 피고의 주식투자 손실로 인한 채무로 갈등을 겪어왔고 원고가 친정 가족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채무 변제를 했으나,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피고는 주식투자 손실로 그보다 더 많은 채무를 부담하게 된 점, 이로 인한 갈등으로 한 차례 별거를 거쳤음에도 피고는 추가 대출까지 받아 주식투자를 해 채무를 증가시켰고, 2008년 2월경 다툼 끝에 다시 별거에 들어가 현재까지 별거하고 있으면서 별다른 갈등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을 종합해 볼 때,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로 파탄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혼인파탄의 책임과 관련, “피고의 주식투자는 결과가 좋았다면 그 과실(果實)을 피고 혼자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누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혼인 초기부터 그로 인한 채무로 갈등을 겪어왔다면 피고로서는 이후 추가 투자에 있어서는 원고와 충분히 상의해 적절한 범위 내에서 투자결정을 했어야 하는데 대출까지 받으면서 투자해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과정에서 원고와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원고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 가계를 설계해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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