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현대차·OCI “내부거래 심하더라!”

공정위, 43개 대기업 계열회사 상품·용역거래 현황 분석공개

김현일 기자 | 기사입력 2012/02/08 [16:07]

STX·현대차·OCI “내부거래 심하더라!”

공정위, 43개 대기업 계열회사 상품·용역거래 현황 분석공개
김현일 기자 | 입력 : 2012/02/08 [16:07]
구호만 동반성장…재벌家 ‘일감 몰아주기’ 안한 곳 없어 충격!
 
대기업 계열사 사이의 구체적인 내부거래 실상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수많은 중소기업과 사회단체들이 대기업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다가 내부거래로 편법상속하고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탈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겨우 부당 내부거래의 윤곽을 조금 밝혔을 뿐인데 엄청난 파장을 몰아치는 분위기다. 대기업의 내부거래는 예상했던 대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비상장 소규모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이는 대기업에서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형태의 편법상속이나 증여의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현실을 증명해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주주와 종업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오너 일가가 갈취하고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김현일 기자
이제 대기업, 특히 재벌집단의 부당 내부거래를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장 질서를 왜곡시켜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며 소액주주와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탐욕적인 불법 부당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와 국세청은 물론이고 정부 어느 부처도 이를 근원적으로 바로잡으려는 실효성 있는 노력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부당 내부거래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체적인 자료를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바로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그래야만 소액주주들이 이를 바로잡고 시장질서도 빨리 회복시킬 수 있다. 대기업이 1%의 탐욕에 분노한 99%의 목소리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공정한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공정사회는 영원히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수일가 지분 많고 규모 작을수록 내부거래…‘1%의 탐욕’ 입증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144조원
공정위는 국내 43개 대기업 집단의 계열회사 1083개사의 계열회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을 처음으로 지난 10월17일 분석해 공개했다.
국내 43개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비중은 12% 정도이나 비상장사가 상장사보다, 총수 있는 집단이 총수 없는 집단보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총수 일가나 계열사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비중이 높았으며 업종 중에선 SI(시스템통합관리), 부동산, 도매, 광고 등이 높았다.
대기업 집단 중에서 STX·현대자동차·OCI 등의 내부거래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해 높았으며 삼성·현대자동차·SK·LG·포스코 등 5대 대기업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합계가 전체의 70%(103조원)를 넘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에 대한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 1201조5000억원의 12.04%인 144조7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상장사(867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22.59%로 상장사(216개) 8.82%보다 13.77%포인트 높았으며, 총수 있는 집단(35개)의 내부거래비중이 12.48%로 총수가 없는 집단(8개.9.18%)보다 3.30% 포인트 높았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집단은 STX(23.49%), 현대자동차(21.05%), OCI(20.94%) 등으로 거래의 5분의 1 이상이 내부거래였다. 반면에 현대(1.72%), 미래에셋(1.92%), 한진(3.56%) 등은 내부거래 비중이 적었다.
금액으로는 삼성의 내부거래 금액이 35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25조1000억원), SK(17조4000억원), LG(15조2000억원), 포스코(10조5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들 5개 집단의 내부거래 금액 합계(103조5000억원)는 43개 집단 내부거래금액의 71.53%로 매출액 비중(55.1%)보다 높았다.
주력 산업별로는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의 집단이 속해 있는 중화학공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13.08%로 가장 높았고,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이 포함된 유통업이 10.60%로 그 뒤를 따랐다.
또 수출액을 제외할 경우 총수가 있는 집단의 상위 10대 집단 내부거래 비중은 27.86%로 수출액을 포함했을 때(13.23%)의 2배 이상 수준이었다. 해외시장 매출이 많은 삼성(13.68%→35.63%), 현대자동차(21.05%→44.17%), LG(14.25%→40.38%) 등도 수출액을 제외하면 내부거래 비중이 20%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집단 내 주력계열사에 수직 계열화된 회사나 기업의 핵심공정을 제외한 여타 부가가치 창출과 관련된 연구개발·IT·마케팅·기업물류 등 사업 서비스업 영위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의 에스엘시디(S-LCD), 현대자동차의 현대모비스, SK의 SK이노베이션 등 수직 계열화된 회사의 내부거래 금액은 6조원 이상으로 집단 내 전체 내부거래 금액의 각각 18.1%, 25.9%, 35.1%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총수 일가 지분과 계열사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83개 계열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34.65%였으며 계열사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회사(682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19.60%로 50% 미만인 계열회사(401개)의 9.99%보다 9.61% 포인트 높았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 중 내부거래비중이 30% 이상 높은 회사로 공정위가 주목하고 있는 회사는 모두 71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SK의 SKC&C(총수일가 지분율 55.0%, 내부거래비중 63.89%)를 비롯해 현대자동차의 글로비스(50.0%, 45.97%), 삼성에버랜드(46.0%, 40.56%), CJ의 CJ아이레저산업(100%, 97.09%) 등이 포함돼 있다.
업종별로는 컴퓨터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관리 업종 10개를 비롯해 △부동산업 9개 △도매 및 상품 중개업 7개 △전문 서비스업 6개 △사업지원 서비스업 5개 △기타 34개 등이다.
회사 규모에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매출액이 1000억원 미만인 계열회사(627개사) 내부거래 비중이 42.36%로 높았으나 매출액 1조 이상 계열회사(161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10.05%였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내부거래에 대해 일률적 접근은 곤란하다”면서도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고, 소규모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사실로부터 재산증식을 위한 물량 몰아주기의 개연성은 존재한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총수 일가가 상대적으로 내부거래에 용이한 소규모 비상장사를 설립하거나 지분을 취득한 후 계열사들이 물량을 몰아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시스템통합(SI), 부동산, 도매, 광고 등 특정업종에서 문제의 소지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현재 일부 대기업 집단의 MRO(소모성 자재구매), SI분야 내부거래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광고, 건설분야 등에 대해선 계열사 간 수의계약 실태 등 사업자 선정방식 관련 실태를 점검 중이다.
 
재벌가 내부거래 규모 144조원, 비중 12%…금액은 삼성 ‘최다’

부당 내부거래 감시 강화해야
작년에 43개 대기업집단이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이 전체 매출액 1201조5000억원의 12%인 144조원에 이른다는 실태가 공개되자 대기업 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그동안 중소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재벌기업 계열사들 간 내부거래 실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공정위가 재벌기업들의 내부 거래 현황을 조사, 분석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벌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부를 편법 상속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고 기업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까지 설립해 관련 중소기업들을 고사시킨다는 비난이 커지자 공정위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의심을 바탕으로 한 조사 분석이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안인데도 이제사 나선 것에 대해서는 ‘불공정 거래 감시’라는 고유 기능을 갖고 있는 공정위가 ‘할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모두를 불공정 행위로 몰수는 없다. 공정위도 ‘일률적 접근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공정위의 분석내용을 보면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거나 비상장회사 일수록 내부거래비중도 높게 나왔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비중은 34.7%로 지분율 30% 미만인 회사의 12.1%보다 훨씬 높다.
총수 일가 지분이 55%인 SKC&C는 내부거래비중이 60%를 넘고 현대자동차의 글로비스, 삼성에버랜드 등도 매출의 40% 이상이 내부거래로 채워졌다. 이뿐 아니라 총수가 있는 그룹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3.1%로 상장사의 9.3%를 훨씬 상회했다. 단순 수치로 나타난 내용만 보더라도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증여세와 상속세 한푼 내지 않고 총수의 자녀들에게 부를 넘겨주려 한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런 공정위의 분석 결과에 대해 재벌기업들의 항변과 불만도 크다. “특수한 사정이 무시된 일방적인 발표 내용”이라거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구축한 수직 계열화로 불가피한 거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분노한 99%’의 외침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1%의 ‘탐욕’에 대한 항거인 것이다.
이들은 부를 어떻게 축적했느냐를 문제삼는 것이다. 대기업 집단의 부당 내부거래가 과연 99%로부터 얼마만큼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판단해 볼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공정사회 확립과 공생발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기업 스스로 공정한 거래에 앞장서야 할 때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내부거래에 용이한 소규모 비상장사를 설립 또는 지분 취득을 한 뒤 다른 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줄 가능성이 있으며 시스템통합(SI), 부동산, 도매, 광고 등 특정업종에서 문제의 소지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문제를 찾아낸 만큼 남은 것은 단호하고 빈틈없는 후속조치 뿐이다. 부당 내부거래 감시시스템을 강화하고, 내년에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를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지난 10월19일 대기업 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개정안에서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해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 등을 제공하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경우,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는 일감을 제공하는 경우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내부거래 위반행위에 대해 관련 매출액의 5% 내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고,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고발하도록 했다.
조 의원 측은 “올해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총수 일가의 소유주식이 많은 기업에 그룹의 내부거래가 집중된 사실을 확인하고 후속조치로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기업 부당내부거래 감시 강화…오너일가 독식 막는 대책 절실
 
대기업은 일방적 공표에 불만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 집단별 내부거래비중 현황에 대해 해당 대기업들은 “그룹마다 특수한 사정을 무시하고 단순 수치만을 계산해서 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또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상당 부분 성공적인 수직계열화에서 나온 것이 많은데 이 점을 간과하고 내부비중이 높다고 비난하면 곤란하다” 억울해했다. 부품과 완제품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는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경쟁사보다 신속하게 내놓을 수 있고, 전 공정에서 일관된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대기업 집단으로 꼽힌 STX는 “해운과 조선이라는 연관된 두 산업을 수직계열화했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게 나온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실제 STX엔진에서 STX조선해양으로 선박 엔진을 납품하고, STX조선해양은 해운회사인 STX팬오션에 선박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는 내부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자동차 산업 고유의 수직 계열화와 보안문제를 들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부품계열사들이 다수 존재하고 수직계열화를 해야 한다”며 “신차 출시 전략 등이 타사에 노출되면 안되기 때문에 시스템통합(SI)업체인 오토에버시스템이나 광고회사 이노션 등도 계열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태양광산업의 원재료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OCI는 “세계적으로 극소수 기업만 보유한 폴리실리콘 생산에 대한 독자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보호하기위해 부득이 계열사인 이테크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K의 SKC&C(내부거래비중 63.89%), 현대차의 글로비스(45.97%), 삼성에버랜드(40.56%) 등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내부 거래 비중을 매년 조금씩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SK그룹 통신분야 경쟁력의 원천이 SI업체인 SK C&C이고, 최근 구글과 손잡고 모바일 결제 사업을 벌일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 내부거래 비중은 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penf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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