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경영승계 이정부에서 끝장 보나?아버지 가신 내보낸 자리에 ‘정의선 사람’ 심고 ‘쇳물’까지 접수…
‘MK 오른팔’ 이정대 부회장 발령 10일만에 사표 던져 설왕설래
‘MK 가신들’ 떠난 빈자리 김경배 대표 등 정의선 측근들이 채워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쇳물’까지 영향력 확대…다시 경영 시험대에 보유지분 높이려면 ‘일감 몰아주기’ 더 필요한데 정치환경 만만찮아 취재/김현일 기자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정몽구 회장 세대의 부회장급 경영진들이 잇따라 물러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정대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이 발령난 지 10일 만에 사표를 냈다. 지난해 12월에는 2세대 MK 가신으로 분류되던 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 김창희 현대건설 부회장, 노재만 북경현대 사장, 임흥수 현대위아 사장, 안주수 현대다이모스 사장이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1월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도 경영진에서 이탈했다.
재계에서는 이정대 부회장의 사임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정대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의 ‘재무통’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정몽구 회장이 사업 기반을 마련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서 동고동락한 핵심 가신 중 한 명으로 ‘현대정공 1세대’로 분류된다. 1981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이 전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기획조정실장 사장, 현대기아차 경영기획 및 경영·카라이프(CL)사업담당 부회장을 거쳤다. 2006년 4월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 사건 당시 재경본부장을 지냈던 인물로 2007년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해 초에도 이현순 현대차 부회장, 양승석 현대차 사장,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 등이 줄줄이 교체됐다. 이들 모두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이끈 공신들로 분류되던 인사들이다. 이런 이유로 이 전 부회장이 지난 2월14일 현대차에서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 발령이 날 때 재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10일 만에 이 전 부회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나름대로 모양새를 배려하긴 했지만 ‘그룹의 재무총괄에서 계열사로 보낸 인사조치’를 이 전 부회장이 수용할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됐다. 이 전 부회장의 현대모비스행(行)이 애시당초 ‘퇴진을 위한 예우’였는데 이를 잘못 해석해 업무에 의욕을 보이다가 뒤늦게 최고위층의 뜻을 파악하고 반발하면서 사표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비자금 사건 등에 깊이 연루되며 재무뿐 아니라 그룹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 부회장의 앞으로 행보도 관심거리다. 만약 이 부회장이 사표를 낸 게 인사에 대한 반발 성격이라면 정 회장이나 현대차그룹으로선 상당한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사로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단은 10명으로 숫자가 줄었다. 이 가운데 총괄부회장은 설영흥(67·중국담당), 신종운(60·품질총괄), 김용환(56·기획총괄), 양웅철(58·연구개발총괄), 김억조(62·노무총괄), 최한영(60·상용차 담당) 등이다. 이 가운데 정몽구 회장의 측근으로 불리던 인사들은 설영흥·김용환·최한영 부회장 등 3명 정도다. 나머지 그룹 내의 부회장들은 대부분이 정의선 부회장과 비슷한 시기 혹은 이후에 승진한 인물들이다. 현대차그룹에서 최근 2년간 고위 임원들의 인사가 집중되면서 정의선 부회장 체제가 가동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정의선 부회장 구도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정권 말기를 틈타 후계구도를 정착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로 10대부호 오른 정의선…편법상속 경영승계 가능할까?
정의선 부회장의 최측근은 지난 2009년 5월부터 현대글로비스를 이끌고 있는 김경배 대표이사. 그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수행비서 출신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현대글로비스는 오너 3세인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의 31.8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정몽구 회장이다. 김 대표는 역대 현대차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로는 최연소 꼽히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김 대표 취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했다. 2009년 매출 3조1928억원, 영업이익 1452억원에서 이듬해인 2010년 매출 5조8340억원, 영업이익 226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09년 37%였던 부품유통 사업 매출이 2010년 50%가량 차지해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급격한 실적 상승 배경에는 편법 증여의 통로로 활용된다고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가 한몫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새로운 사장단을 전면에 포진시켰다. 현대건설 총괄사장에 정수현(60) 사장이, 현대모비스 총괄사장은 전호석(60) 사장을 앉혔다. 북경현대기차판매본부의 백효흠(62) 부사장이 북경현대 총경리를 맡게 됐고 윤준모(57) 기아차조지아공장(KMMG) 부사장은 현대다이모스 대표로 임명됐다. 현대파워텍 배인규(57) 사장은 현대위아 사장으로, 현대파워텍 대표에는 정명철(59) 기아차슬로바키아공장(KMS) 부사장을 임명했다. 체코법인(HMMC)장에는 김준하(56) 전 울산2공장장을 전무로 승진 발령했다. 이러한 인사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정의선 체제로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부회장 체제’에서 ‘사장 체제’로 전환해 위기에 신속히 대응하고 영업 전문가와 해외 생산법인장 출신의 현장 전문가들을 적소에 배치해 시장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쇳물까지 영향력 확대한 정의선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이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2월24일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핵심 계열사 모든 곳에서 등기이사 자격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정 부회장은 완성차 관련 3사(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와 차세대 독자 신기술 발굴을 위한 산·학협력기업 현대엔지비, 그룹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책임지고 있는 현대오토에버 등의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여기에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로도 선임됨에 따라 자동차와 부품, 철강 등 주력 계열사 모든 분야에서 후계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현대모비스를 시작으로 현대차, 현대카드 등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정 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기아차에서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정 부회장은 2009년 현대차 기획·영업담당 부회장이 되면서 후계구도를 다져왔다. 현재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곳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비, 현대제철 등 6곳.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2005년 정몽구 회장의 뜻에 따라 36살의 나이에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투입됐다. 당시 기아차는 적자에 허덕이고, 매각설이 돌 정도로 위기에 빠져 있었다. 당시 재계에서는 공과를 다 떠안아야 하는 대표이사로 정 부회장을 보낸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디자인 기아’를 내걸어 불과 3~4년 만에 기아차를 현대차그룹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가 2006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 영입을 위해 직접 뛴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기아차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지난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정 부회장은 국내외에서 마케팅과 영업, 신차 출시 등을 챙기며 경영 보폭을 넓혀온 정 부회장은 최근 1년간 경영 활동 반경이 부쩍 넓혔다.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이 될 때만 해도 국외 영업에만 치중하는 모습이었으나, 최근에는 국내 영업에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산 롯데호텔에서 부산지역 영업본부장 등을 대상으로 판매 독려에 나서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는 한편, 최근에는 국내 마케팅팀에 고급차 이미지 개선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을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타 재벌 2~3세들이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달리, 정 부회장은 오너 아들이지만 경영자로서 후계자 자질 시비에서는 한발 비켜나 있다. 정의선 부회장에게 현대제철은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유럽발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 3분기에는 적자에 빠지기도 했다. 올해도 중국과 일본의 저가 공세는 물론 포스코와의 경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할 만큼 극심한 업황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가 자회사 매각 등을 포함해 전사적인 비용 절감에 나설 정도로 철강업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강업에 경험이 없는 정 부회장으로선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 등기 임원으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관련 “철강시장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제철의 경영 역량 강화 차원”이라며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의 구원투수임을 분명히 했다. 정 부회장은 원하든 않든 현대제철의 경영환경 악화에 대처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내 위상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의 핵심 역량인 자동차와 제철을 경영함으로써 소재부터 완성차까지 그룹 전체 흐름을 파악함과 동시에 영향력도 강화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경영승계 위한 실탄 어떻게 확보하나? 현대차그룹에서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 경영·지배권이 순조롭게 승계되기 위해서는 어려움도 쌓여 있다. 경영권은 그룹 전반에서 장악력을 확대해나가고 있지만 그룹 전체를 지배할 만큼의 지분은 정 부회장이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지분을 확보하려면 실탄이 충분해야 한다. 그런데 정의선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대한민국 10대 부자’가 됐다는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 부회장을 계열사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계열사의 ‘일감 몰아받기’로 보유 주식의 가치를 높이거나 배당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 및 정치권의 움직임과 국민 여론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지난해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일명 ‘정의선법(法)’으로 통하는 과세방안을 도입했고, 최근 정치권은 일감 몰아주기뿐 아니라 순환출자 금지 등 더욱 강력한 방법을 내세워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재벌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 형태이다. 현대기아차가 주로 현대건설·현대엠코·현대제철·현대캐피탈·현대카드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나 현대차, 기아차 등 핵심 기업의 지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의 관련 기업 지분은 미미한 수준.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31.88%)·현대엠코(25.06%)·현대오토에버(20.1%)·이노션(40%)·기아차(1.75%)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소유지분구조로의 재편이나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 합병,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합병 등을 통한 지분 확보 및 자금 마련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리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지분 20.78%를 보유해 순환출자의 정점에 서 있다. 따라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으면 지배권 승계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모비스 지분 확보에 필요한 실탄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모비스의 지분을 살려면 6조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정 부회장이 갖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을 합치면 3조원이 넘지 않는다. 물론 6조원의 인수자금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지분구조상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음으로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현대글로비스가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22.54%를 확보하면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지배구조가 가능해진다. 순환출자구조에서 탈피해 수직적 지배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도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여야 하는데 역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어떤 시나리오든 정 부회장이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정몽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물려받는 게 현실적이다. 하지만 세금 등을 감안하면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자신의 지분이 많은 계열사를 성장시켜 지분 가치를 높이고, 이를 팔아 세금을 내고도 지분율을 최대한 방어하는 수순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흔히 활용해왔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주식을 다량 보유한 계열사들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 2010년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86.28%, 현대엠코 83.78%, 이노션 48.89% 등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재벌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실탄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최대 걸림돌이다. penfree@naver.com <저작권자 ⓒ 사건의내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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