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母 상대로 자식들 씁쓸한 소송전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5/11/04 [21:51]
72세 A씨는 평생 열심히 일해 왔다. 어린 시절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안해본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시 가난 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바로 ‘아이가 없다’는 점 때문에 남편에게 받는 구박이었다. 남편은 불임인 A씨를 학대하고 무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집 앞에 누군가 버리고 간 아이를 발견하고 키우기로 결심한다. 스스로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에 A씨는 이 ‘업둥이’를 애지중지 키웠다. 아이를 위해서였을까? 집안에서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면서 그녀는 재봉사와 전자제품 외판원으로 일했고, 경동시장에서는 잣을 팔기도 했다. 이를 종잣돈 삼아 부동산에 투자해 A씨는 돈을 벌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는 몇십억대의 자산을 손에 넣게 된다.
이제 좀 편한 생활을 이어가려던 A씨. 하지만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치매를 앓기 시작한다. 그리고 치매와 함께 무릎이 좋지 않자 아들 B씨는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킨다. 이후 치료를 받던 A씨가 갑자기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들 B씨는 어머니를 찾아 이곳 저곳을 뒤지고 다녔다. 결국 어머니를 찾은 곳은 친정. 즉 B씨의 외가였다.
A씨의 동생들은 B씨가 누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데리고 온 거라고 주장했다. 또 아들 B씨가 A씨의 재산을 탐하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함이라고도 덧붙였다. 동생들은 “언니가 아들에게 몇 번의 사업자금을 대줬고 결혼도 두 번이나 시켰다”면서 “더 이상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A씨가 지난 2012년에 썼다는 위임장을 B씨에게 제시했다. 동생들은 “위임장을 도용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아들이 돈을 빼앗을까봐 위임장을 써준 것 같다”고 주장한다.
이에 B씨는 당시 A씨가가 치매 상태였기 때문에 위임장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외삼촌과 이모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돈을 노리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A씨에게 받은 위임장을 가지고 이들 동생들은 재산을 처분하기 시작한다. A씨가 소유한 종로의 20억 상당의 건물을 사당동의 12억 상당의 상가와 교환했다. 문제는 사당동 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들은 A씨가 소유한 또 다른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까지 한 상황. 현재 40억 상당의 A씨 재산은 5억원 미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A씨를 금치산자로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금치산자가 되면 법원이 A씨에게 붙인 후견인이 A씨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기 때문. 이후 B씨는 재산을 원상복구하라며 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는 지난달 약정서와 유언장을 쓸 당시 A씨의 치매가 상당히 진행돼 그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스스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약정서와 위임장은 무효이고, 건물 매매로 인한 소유권 이전 등기도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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