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려들이 일으킨 도박 파문이 폭로전에 이어 고소고발전으로 치닫고 있다. 승려 도박 사건 파문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의 부도덕한 측면까지 수면 위로 부상한 데 이어, 이번엔 총무원측이 성호 스님의 성폭행 미수로 맞불을 놓으면서 양측의 공방이 벼랑 끝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다. 진흙탕 싸움에 빠진 불교계를 보는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CCTV 영상 속에는 지폐가 수북이 쌓인 가운데 도박이 벌어지는 모습과 술과 담배를 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도박판에는 종회의원을 비롯해 불교계 큰어른 격인 선원장 출신의 스님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CCTV 촬영과 제보 과정에 특정 세력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데에는 돈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고 사람들은 패를 손에 쥐고 있다. 이는 지난 4월23일 전남 백양사 인근의 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촬영된 CCTV 영상 속
스님들의 도박 장면이다. 이날 벌어진 도박판에는 서울 유명 사찰의 주지였던 A스님과 부주지 B스님 등 8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4월24일로 예정된 백양사 방장 지종 스님의 49재를 기리기 위해 전날
백양사에 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저녁 8시부터 시작된 도박판은 다음 날 9시까
지 장장 1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뤄졌다. 동영상 속 5만원 권 지폐가 바닥에 쌓여 있는
모습은 판돈이 수억원대임을 짐작케 했다. 스님들의 일탈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도박판에 술과 담배가 등장한 것이다. CCTV
영상에는 B스님이 왼손에 담배 하나를 물고 있고, 그 옆에 위치한 스님의 오른손에는 맥주병이 들려 있었다. 맞은편 스님의 무릎 앞에는 소주병도 보였다. 이들 중에는 불교계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중앙종회의원을 맡고 있는 고위직 스님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심지어 불교계에서 큰어른으로 통하는 선원장 출신의 C스님도 이날 호텔방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9일 성호 스님은 이 같은 사실이 담긴 동영상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이들을 고발했다. 성호 스님은 “승려들의 도박과 음주, 음행, 횡령, 은처(숨겨둔 부인)가 고위층에도 존재하며 그에 관한 추가 자료와 사진, 동영상을 갖고 있다”며 “검찰 수사 및 종단의 대처 방안에 따라 추가 폭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의 도박판에는 실제 승려가 아닌 자들도 포함되어 있다”며 “이들이 종단 이권사업에 개입하고 계율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먼저 13시간 분량에 이르는 동영상을 성호 스님이 입수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추가 증거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당시 성호 스님은 “승려들이 도박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든 이동식저장장치(USB)가 내가 거주하는 불당에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폭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성호 스님은 지난 5월15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외국에 나가서 도박으로 몇 백억을 잃은 스님도 있고, 조계종 고위층이 룸살롱에서 성매수를 한 일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님들이) 필리핀이나 마카오, 라스베이거스로 나가서 승복을 갈아입고 파친코를 한다. 종회원이라든지 계파별 모임이 있으면 액수도 더 크고, 일과이다”라면서 “스님들이 돈벌이를 합니까? 신도님들이 도박하라고 갖다준 것이 아니다. 부처님 법을 위해서 잘 써라 한 건데 도둑질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부처님 법을) 위반한 건데 종단 내에서 징계하고 싶어도 징계할 주체들이 다 썩어버렸다. 자정능력이 상실 됐다”며 “이번 도박사건의 핵심 승려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이다. 과거에 양심세력인 민중불교의 핵심이었지만 돈맛을 알고 큰절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보다 보니까 타락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불교계 고위층에서 도박은 물론 음주, 음행, 횡령, 은처(부인을 숨겨두는 행위)를 하는 실태도 폭로됐다. 성호 스님은 “명진 스님하고 자승 스님하고 과거 신밧드 강남 룸살롱 소위 풀코스 룸살롱에 가서 성매수한 사실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그걸 가지고 피켓에 써서 조계사 앞에서 석 달여를 넘게 1인 시위를 했다. 명진 스님은 자기만큼은 (성매수를) 한 적이 없다, 좀 빼달라고 해서 빼드렸다. 총무원장(자승) 스님은 한마디가 없다”고도 했다. 또 “과거 자승 스님이 원장 출마하기 전에 처자식을 숨겨든 은처승이고 승랍을 3년 동안 도둑질했다는 문건이 전국적으로 배포가 된 적이 있다”며 “저는 그걸 뿌린 적도 없는데 제가 뒤에서 만들고 시켰다고 해서 집단폭행을 당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직 조계종의 원로 중 한 분은 은처가 아니라 결혼한 분도 있다. 실제로 호적에 올릴 정도이니 현실적으로 숨겨놓은 마누라는 어느 정도 되겠습니까”라고 주장했다. 성호 스님은 ‘폭로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입수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는 “제가 무슨 그걸 거지처럼 주우러 다니고 구하러 다니고 자동으로 저한테 왔어요”라며 “스님도 있을 수가 있고 일반인이 종단을 걱정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지금 종단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은 소수의 특권층이다. 한 5%도 안 된다”고 했다. 자승스님, 룸살롱에 오래 머물진 않았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사정기관인 호법부 부장인 정념 스님은 성호 스님이 제기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룸살롱 성매수 주장에 대해 다음 날 같은 매체를 통해 반박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자승 스님은 당시 장소가 적절치 않아서 오랜 시간 머물지 않고 나가셨다”고 밝혔다. 정념 스님은 “방송 출연에 앞서 (당시 룸살롱에 함께 있었다고 지목된) 명진 스님한테 전화를 드렸다”며 “명진 스님에게 확인해보니 자승 스님은 당시 다른 곳에 있다가 중요한 얘기를 하자고 그래서 왔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진 스님 말씀이 자승 스님은 죄송한 표현이지만 곡차, 술은 입에 대지 못하는 체질이라고 하더라”며 “어제 성매수 얘기가 나왔는데 명진 스님 말씀을 빌리자면 그런 일은 전혀 없답니다”라고 말했다. 허위 사실을 주장하는 성호 스님에 대해 그동안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어떻게 (자승) 총무원장이 일개 개인(성호 스님)을 고소를 하겠느냐”며 “이미 12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성매수가 없었다는) 사실관계로 확인돼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이 되셨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념 스님은 소위 승려 도박 동영상에 대해 “스님들이 5000~6000명이고 수행하시는 분인데 놀이문화라는 게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며 “사회에서 말하는 도박이 있고 내기 문화가 있고 또 어른들이 나이 드시면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화투 이런 문화를) 하면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판돈이 수억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동영상을 보니) 전체 판돈이 400~500(만원)인데 마지막에 나눠 주더라. 그래서 내기문화 겸 또 심심조로 이런 것 한 것은 있지만 사실은 잘못됐지만……”이라고 말을 줄였다. 사회자가 법적으로 판돈은 500만원이 열 차례, 스무 차례 돌면 곱하기 때문에 억대로 가는 것이라고 묻자 “그건 도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내기문화 하는데 무슨 그걸 도박판에 비교하냐”라고 반박했다.
조계종, 뒤로는 성호스님 폭로 사건이 터진 직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현 스님을 총무부장에 임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새 집행부 구성에 돌입했다. 조계종 대의기관인 중앙종회도 지난 5월14일 오후 2시 의장단과 상임분과위원장, 화엄회·법화회·무차회·무량회·보림회 등 각 종책모임 대표가 모여 간담회를 열고 참회문을 발표했다. 중앙종회는 “우리 동료의원이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참회한다”며 “이번 사태에 관련된 자들을 엄중 문책함과 동시에 스스로 각고의 참회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후 4시에는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원장, 중앙종회의장 등 종단 내 입법·행정·사법 책임자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문제 당사자들의 참회와 공직 사퇴 등 조치를 확인하고 호법부의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해 공개 발표한 뒤 검찰에 제공해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스님들이 수행과 교화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혹 당사자들도 “어떤 지탄과 엄중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참회문을 발표했다. 전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을 비롯해 도박 파문에 연루된 승려들은 이날 “이제야 참회문을 내는 것은 그동안 염치가 없어서 차마 언급조차 못했을 뿐이며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며 “앞으로 숨조차 쉴 수 없는 삶이 되겠지만 그 또한 참회의 나날로 삼아 영원히 반성과 참회의 시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박 사건에 연루된 스님들이 소속된 중앙종회 종책모임 무차회도 이날 공식 해체를 선언하면서 “당사자뿐 아니라 본회 구성원 모두의 안일함과 수행자 정신을 망각한 나태함이 빚어진 결과”라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15일 오전 8시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로비에서 ‘108참회정진’을 시작해 100일간 이어갈 예정이다. 개인적 참회도 이어졌다. 정범 스님은 이날 “피눈물로 참회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빗속에서 30여 분간 참회의 절을 올리고, 중앙종회의원과 총무원장 특보, 옥천암 주지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범 스님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88년부터 토진 스님을 알아왔지만 6~7년 전부터 건강 악화로 약을 드시고 있는 상황에서 술·담배를 하실 분이 아니다”라며 “30년지기 스님들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 인사치레로 그 자리에 머물렀지만 도박이라고 할 만한 수준의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도박 의혹 관련자들이 “대부분 집도 절도 없이 다니는 수행자들”이며 “1년 예산이 1000만원도 안 되는 토굴 수준의 절살림을 하는 분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번 사건을 터뜨린 분들은 여러 형사사건에 연루된 분도 있을 정도로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며 “현재 종단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불법적인 방법으로 상대편을 공격하면서 일방적인 자정과 쇄신만을 요구한다면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해 조계종측은 성호 스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한편 그가 과거에 저지른 폭행·횡령 사건 등을 공개했다. 조계종은 “각종 허위사실을 언론에 남발해 종단을 음해하고 있기에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성호 스님의 과거 전력을 공개했다. 조계종이 내놓은 문건에 따르면 성호 스님은 2004년 한 비구니를 성폭행하려다 상해를 입혔고, 이를 저지하는 비구니의 모친까지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주지로 있던 금당사의 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해 타고 다녔고, 금당사 문화재 관람료를 가져가 개인적으로 쓰는 등의 행위를 저질러 검찰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