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연구가 마틴 블레이저 박사의 별난 건강론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취재/김보미 기자 | 기사입력 2014/09/15 [09:42]

박테리아 연구가 마틴 블레이저 박사의 별난 건강론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취재/김보미 기자 | 입력 : 2014/09/15 [09:42]

▲ 박테리아를 30년 넘는 기간 동안 연구한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사라진 미생물은 천식·비만·당뇨 등의 현대병이 늘어나는 중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천식·비만·암 등 심각한 만성질환 발생
미생물은 건강에 유익하고 질병 대비에 도움이 되는 필수 존재
의사들은 항생제 처방 신중을…소비자는 약물복용 전에 고려를

 
어렸을 때, 단 한 번의 항생제 사용으로도 우리 몸의 미생물계는 크게 타격을 입는다. 박테리아를 30년 넘는 기간 동안 연구한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사라진 미생물은 천식·비만·당뇨 등의 현대병이 늘어나는 중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항생제가 남용되고 있는 시점과 현대병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 겹친다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 미국 항생제 사용량의 70퍼센트 이상이 사료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항생제 과용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수십만 년 동안 박테리아와 인간의 세포가 평화로운 공생관계를 유지해오며, 우리 몸의 균형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미생물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항생제 및 제왕절개 수술 등의 의료행위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서,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미생물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덴이 공격받는 것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발견한 배리 마셜 박사는 자신의 위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이식함으로써 위궤양의 주 원인임을 입증하려 했다. 그리고 세계적 미생물학자인 마틴 블레이저 박사 역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자신의 위에 이식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전혀 반대였다.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장점을 입증하려 같은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있는 사람은 천식과 알레르기에 내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어릴 때 한 번 먹은 항생제만으로도 비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미생물로 자폐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 몸 안의 미생물은 그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서로 생태계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항생제 과다복용이 생태계를 모두 망쳤으며, 그 대가는 우리 아이들이 치르고 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법
“결장에 있는 미생물은 섬유질을 분해하고, 녹말을 소화시킨다. 어떤 의미에서 소장 끝부분까지 도달한 음식물은 우리가 소화시키기 어려운 것으로, 배출되기 위해 대기된다. 그러나 결장에 있는 배고픈 박테리아는 이 중 꽤 많은 양을 물질대사로 변환할 수 있다. 박테리아는 소장을 통과하는 사과에서 식이섬유를 소화시켜, 자신이 먹을 음식으로 바꿀 수 있으며, 이때 박테리아가 만들어 내는 것들 중 일부, 특히 짧은사슬지방산 같은 분자는, 결장 안으로 흩어져 결장 벽 세포를 비롯한 여러 곳에 영양분을 제공한다. 이처럼 자신이 머물고 있는 여관의 주인에게 다시 영양분을 돌려준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의 칼로리 중 15퍼센트 정도는 결장 안의 손님인 박테리아가 추출해준 것이며, 우리를 먹여 살리는 데 사용된다.”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급격하게 늘어나는 증상들이 있다. 비만·소아천식·소아당뇨·알레르기·역류성 식도염·셀리악병·크론병. 현대질병이라 부르는 이런 일련의 질병은 서로 연관이 없는 병처럼 보인다. 그런데 서로 연관이 없는 병이 거의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비만의 원인은 기름진 식사 때문이고, 천식의 원인은 대기오염 때문이며, 알레르기는 꽃가루 때문인가? 이런 각 증상에 각각의 원인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무엇인가 우리가 잊고 있는 게 있는 것일까?
뉴욕대학교 인간 미생물군집 프로젝트의 센터장이자 저명한 미생물 분야 연구가인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처음북스)란 책을 통해 인간의 몸속 미생물에 주목했다. 약 70여 년 전 페니실린이 발견된 후에 항생제는 무궁무진하게 발달했다. 항생제는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수많은 병에서 인류를 구원해준 영웅이었다.
하지만 영웅의 힘은 너무 강력해졌다. 영웅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적군뿐 아니라 아군의 시체까지 즐비해졌다.
항생제 남용으로 우리 몸속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던 미생물이 뿌리째 뽑혀나간 후 대혼돈의 시기에 현대질병이 발병하고 있다. 단지 추측만이 아니다. 마틴 블레이저 박사가 수십 년 동안 연구한 과학적 근거가 여기에 있다.
“다른 강력한 항생제 역시 당장 뚜렷하게 부각되는 문제가 없다 해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통념도 없었으며, 심지어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약물을 투여한 후, 며칠 또는 몇 주가 지났을 때 아무런 알레르기가 없으면 안전한 것으로 간주했다. 20세기 후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의학적 진보는 항생제를 보급함으로써 촉진된 것이었다. 항생제 사용에 따른 아무런 해도 없거나 적어도 그런 것처럼 보였다. 엄청난 피해는 나중에서야 나타났다.”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마틴 블레이저 박사가 처음 주목한 것은 우리에게는 야쿠르트 광고로 너무나도 유명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다. 위에 상주하며 위염과 궤양을 일으킨다는 이 박테리아가 왜 인류와 함께 진화해 왔는지가 궁금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박멸해야 한다는 전반적인 의료계 목소리의 반대편에 서서 이 박테리아를 연구했다. 유명한 배리 마셜 박사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신의 몸속에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결국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장점을 발견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산 분비를 조절하고, 면역 반응을 촉진시킨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에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천식·식도염·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정확한 시스템과 찬반 논리는 아직 연구 중이며 토론 중에 있지만 의학적 결과는 명백하다.
즉, 어떤 미생물도 항상 좋기만 한 것도 아니고 항상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여러 미생물이 서로 균형을 이루었을 때 우리 몸도 그에 따라 균형을 잡는다.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그러므로 우리 몸속 미생물은 또 하나의 장기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박테리아의 시대를 산다
“항생제의 사용이 근본적으로 어린 동물의 성장을 변화시켰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농부들은 닭, 소, 돼지에게 항생제를 주기 시작하면서 더 많이 줄수록 가축의 성장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항생제가 가축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화학적 부류와 구조, 작용양식, 그리고 목표로 삼는 미생물에 대한 활동 범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항생제가 동일한 효과를 보였다.”
미생물은 당연하게도 인류의 역사보다 훨씬 오래전에 태어났다. 생명의 역사와 함께 시작했고, 현재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장기에, 피부에, 성기에, 모근에 누구나 가지고 있다. 수십억 년을 진화하며 어떤 환경에서도 살 수 있다. 펄펄 끓는 물이 땅속에서 뿜어 나오며 빛도 없는 심해에도 박테리아는 바글바글하다. 인간이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에도 나름대로의 생태계를 만들어서 살고 있다.
인간이 항생제와 의료행위 남용으로 사라져버린 미생물은 이제 인간의 삶에 다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간이 미생물에 신경을 써서 서로 유용한 공생 관계를 이루든, 그렇지 않든 미생물은 앞으로도 여전히, 인간이 멸망하더라도 꾸준히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쨌든 공생해서 서로에게 이롭게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인간에게 이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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