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죽음은 왜 2달만에 알려져야 했나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5/11/03 [21:47]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죽음은 왜 2달만에 알려져야 했나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5/11/03 [21:47]

 

▲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 사건의내막

 

 

지난 10월 18일 한 언론사를 통해 천경자 화백의 사망소식이 들려왔다.

 

소식을 전한 것은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씨. 이씨는 “지난 8월 6일 미국 뉴욕에서 향년 91세로 천경자 화백이 숨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 화백의 유족 3명은 같은 달 27일 서울시 중구 시립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 화백의 사망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는 천경자 화백의 장남 이남훈 팀-쓰리 엔지니어링 회장을 비롯해 차녀 김정희 미국 메릴란드주 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 둘째 사위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차남 故 김종우의 부인 서재란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어머니의 별세 소식은 10월 19일 한국의 어느 은행으로부터 유족들에게 천경자 화백의 은행 계좌 해지 동의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고서 그제야 알게 됐다”면서 “ 언니이자 장녀 이혜선 씨가 어머니의 사망과 관련해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자녀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차녀 김정희씨는 “97년 미국에 가신 뒤로 종종 언니집에서 만났다. 올해 4월 5일 본 것이 마지막이었고, 그 뒤로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면서 “언니가 유골함을 들고 8월 서울을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애도를 표할 기회도 없이 떠나 보내야 된다는데 망연했다. 유골이 어디 있는지만이라도 알려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밝혔다.

 

또 “이해할 수 없는 혜선씨의 행동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어머니에게 누를 끼칠 수 없어 참고 참아왔다”면서 “(언니가)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하길 원했다. 이해할 수 없는 언니의 인격과 행동을 어떻게 분석해 말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두 번의 결혼

천 화백의 자녀들이 성이 다른 이유는 그가 생전 두 번의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천 화백은 1944년 일본 유학 당시 현지에서 도쿄제국대학 유학생 이철식씨와 결혼해 맏딸 이혜선씨와 맏아들 이남훈씨를 낳았다. 하지만 이씨와는 곧 헤어진다. 해방 직후 천 화백이 광주 전남여고에 미술교사로 재직하면서 지역 신문기자였던 유부남 김남중과 연애를 한 적이 있다. 둘은 사실혼 상태에서 둘째딸 김정희씨와 둘째아들 김종우씨를 낳았다.

 

차녀 김씨는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언니는 미국에서 십여년간 희생적으로 어머니를 돌봐왔지만, 모시고 떠날 때 다른 가족들이 전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언니는 떠날 때 어머니의 금융재산 등 전권을 독점한 상태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큰딸 이혜선 씨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가족 간 불화 및 뉴욕에서 홀로 어머니를 12년간 간병한 이유로 ‘동생들이 어머니를 모시기 힘들다’고 말해서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12년 동안 병간호하며 어려울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이제 와서 (나더러) 고인을 독점했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천 화백의 유골 등에 관해서는 “일련의 문제가 정리되면 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미인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들은 “어머니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그림은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미인도’는 위작이 맞다”고 밝혔다. 실제 1999년 천 화백의 ‘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진술한 고서화 위조범 권춘식을 수사했던 전직 검사는 “위조된 게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지난 1991년 봄 국립현대미술관이 ‘움직이는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원작을 복제해 판매하던 중 복제품과 원작을 본 천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위작’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는 진품이라고 판정했다. 이에 대해 천 화백은 “이런 풍토에서 붓 들기가 겁난다”며 출품을 하지 안겠다고 선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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