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세계유산 취소 위기 놓인 내막[본지 문제제기 제4탄]정릉 앞 아파트 추진에…유네스코 “기가 막혀”
정릉 앞 아파트 추진…유네스코 “사실이냐” 문화재청 확인요청
삼성물산이 미는 정릉6구역 재건축 때문에 세계유산 취소 위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 정릉. 이 인근에서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참여해 추진 중인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던 첨예한 대립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취소 권한이 있는 유네스코(UNESCO)가 이례적으로 관련 사실에 대해 문화재청에 ‘확인’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정릉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3월14일 문화재위원회 사적·세계유산 합동분과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정릉6구역 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은 다음에 재심의하기로 보류됐다. 문화재청 등이 유네스코에 해당 개발계획에 대해 설명한 후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현상변경 신청을 재심의하기로 해 심의가 장기간 보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본지는 정릉 앞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취재를 하고 다각도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세계문화유산 취소 위기에 몰린 정릉6구역 재건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봤다. 취재/김현일 기자 서울 성북구 정릉동 506-50번지 일대 정릉6구역 재건축 사업은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중 하나인 정릉(사적 208호) 바로 앞에 아파트를 새로 건설하는 사업. 문화유산과 인접했기 때문에 문화재위원회로부터 문화유산 현상변경에 대한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심의가 6차례나 반복해서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지역 주민들 간의 재건축 사업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그 과정에서 사업을 추진하던 재건축조합이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조합설립 자체가 원천무효라는 판결을 받는 등 난항을 거듭하다 결국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에서 거론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린 것이다. 정릉 앞 아파트 …문화유산 취소 ‘우려’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12일 유네스코가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신덕왕후의 능인 성북구 정릉 앞 정릉6구역 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사실확인’을 요청해왔다는 것. 또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중에서 문화유산의 등재 평가와 보존관리에 관한 사항을 공식 자문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에도 관련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 등은 정릉6구역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해 유네스코에 관련 사실을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다. 세계유산분과위원회 관계자는 “유네스코에서 정릉 앞 재건축과 관련해 정릉 재건축 구역 주민모임인 ‘정릉을 사랑하는 모임(정사모)’으로부터 자료를 접수받았다고 통보하고 사실 확인을 요청해왔다”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도 정보공유 차원에서 관련 사실이 통보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가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해 해당 정부에 사실확인을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서울 종로구 종묘 앞에 고층건물을 짓는 서울시 재개발 사업안이 통과됐을 때 시민단체들이 유네스코에 항의편지를 보냈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세계문화유산과 관련해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 유네스코가 관례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기는 하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정릉구역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사태파악에 나선 만큼 최악의 경우 정릉은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돼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만약 문화재청 등이 유네스코에 관련 사실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유네스코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정릉의 역사·문화적 특성과 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 유네스코가 문화재청 등에 관련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은 정릉6구역 재건축 사업 반대 주민모임인 ‘정사모’가 지난해 12월29일 유네스코에 보낸 동영상 등의 자료 때문이다. 정사모가 정릉 앞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현대적이고 획일화된 높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릉의 가치와 경관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동영상을 제작해 “유네스코가 개발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던 것이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국제기구에까지 호소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문화재청이 재건축조합의 현상변경신청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재벌기업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참여해 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정릉이 세계유산 등재 취소돼 국제망신 당할 수도 ‘기준 없는’ 문화재 현상변경 ‘허용기준’…주민들 갈등 불씨 키워
특히 아파트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단체 등은 개발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나 성북구청보다 문화재위에 불만이 크다. 문화재위가 조합설립이 원천 무효된 존재하지 않는 재건축조합의 부적법한 현상변경신청안을 반복해서 심의를 강행하려 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것이다. 정릉6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조합설립 무효판결을 받았다. 재건축조합에 대한 승인처분이 적법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강행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행정법원이 이를 취소했다. 앞으로 항·상소심 재판에서도 행정법원의 판결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재건축조합의 현상변경 신청은 주체가 될 수 없는 조합이 부적법한 신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화재위에서 조합의 현상변경 신청이 심의를 통과하더라도 항·상소심에서 확정 판결이 나면 사업 자체가 취소된다. 반면 재건축조합은 현재 항소해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항소심이나 상고심 확정 판결까지는 조합의 지위가 유지된다는 주장이다. 문화재청도 재건축조합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고문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은 결과 항·상소심에서 행정법원의 판결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의 설립이 무효로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상소심에서 조합 설립 무효 판결이 확정될 때가지 그 효력이 유지되므로 문화재청에서는 조합 설립이 유효하다고 전제하고 현상변경허가신청에 대한 처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조합에 대한 설립 무효 판결이 확정되면 그때 현상변경 허가 처분의 효력을 상실시키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사모’ 권영길 대표는 “행정법원의 조합설립 무효확인 판결 자체만으로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조합의 법적 지위가 회복되기 전까지 현상변경허가 처분을 보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조합이나 문화재청과는 정반대의 주장의 했다. 문화재위에서 현상변경 신청이 허가되면 바로 강제철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데 추후에 조합설립이 무효라는 확정판결을 받아도 이미 사업지가 강제철거 돼 소유자가 되돌릴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무효 판결난 재건축조합측은 “재산권 침해…빨리 허가하라” 큰소리 ‘기준 없는’ 재건축 문화재 현상변경 정릉6구역 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현상변경 심의가 6차례나 부결·보류·반려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는 것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인정하는 ‘기준 없는’ ‘허용기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문화재위에 과도한 재량권을 주기 때문에 시공사나 재건축조합이 로비로 심의 통과를 시도하는 등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릉6구역 재건축 사업지는 문화재 보호구역 중 ‘2구역’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통상 문화재 보호구역 ‘2구역’은 건축물의 최고 높이를 14~17m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상변경 허용기준에서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에는 문화재청에서 별도 심의하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감안해 융통성 있게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기준이 재건축 사업에 대한 무분별한 제한 완화를 허용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삼성물산과 정릉6구역 재건축조합은 최고높이 36.6m로 아파트를 신축할 계획이다. 이는 문화재 보호2구역에서 제한하고 있는 고도(최고 17m)를 2배 이상 최고하는 높이다.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나 재건축에 반대하는 정릉 주민 등은 이 같은 높이의 서양식 철골콘크리트 아파트가 들어서면 정릉의 주변 경관 및 조선왕릉 특유의 고풍적 분위기가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릉은 지난 2009년 조선왕릉의 ‘탁월하고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태릉·의릉·선릉 등 39기의 능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경관의 훼손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해 개발사업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는 풍수지리 사상을 바탕으로 주변지역과 조화되도록 조성됐고 엄격한 질서에 따라 내부 공간을 구성해 신성한 공간을 창출한 점이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조선왕릉은 지속가능한 보존을 위해 훼손된 능역의 원형 복원 등의 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왜곡·훼손된 능력 경관을 회복해 문화적 가치를 높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라 하더라도 그 보호?보존 상태가 미흡해 가치가 훼손됐다고 인정하면 등재를 취소하기도 한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지난 200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독일의 ‘드렌스덴 엘베 계곡’에 다리가 건설돼 역사적 가치와 경관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2009년 등재를 취소했다. 유네스코가 문화재청 등에 정릉6구역 재건축 사업에 대해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 사업으로 인해 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문화보존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덮어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사모’ 권영길 대표는 “정릉 인근 재건축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문화재 보존 의지와 실태를 절감했다”며 “정릉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왕릉 등 관리실태를 감시하고 국제기구 등에 문제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릉6구역 재건축 사업은 정릉 관리를 위해 함께 지었던 능찰 ‘흥천사’의 극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흥천사 주지 정념스님은 지난 1월 반대 기자회견 등에서 “총 19개동 752세대가 입주하는 대단위 아파트 공사가 서울시 유형문화재가 있는 흥천사에서 불과 70m 이내의 거리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이는 문화재보호구역의 제한 높이를 훨씬 초과한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정념스님은 “우리 스스로 세계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부끄러운 짓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공사가 허가되면 흥천사의 극락보전과 명부전 등 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각종 목조건축물은 균열과 붕괴가 불가피하다”고 반발했던 것이다. 재건축조합측은 “빨리 허가하라” 이와 관련 정릉6구역 재건축조합은 문화재위가 정릉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 부분들을 거의 대부분 반영해 계획안을 수차례 다시 제출했기 때문에 하루빨리 현상변경 신청이 허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릉 구역에서 30m 구간은 소화구역으로 설정하며, 100m 이내 구간에서는 4층 이하로 낮췄으며, 그 외 지역에서도 최고 층수를 12층 이하로 낮추겠다는 안을 냈다는 것이다. 자격시비로 소송이 진행 중인 재건축조합 민병기 조합장은 “재건축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극렬한 반발로 다수의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재건축이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 조합장에 따르면 정릉6구역이 400여 세대인데 다수인 350세대가 찬성하는 개발계획을 소수인 30여 세대가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차례에 걸쳐 개발계획이 변경됐지만 반대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업성이 나빠진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민 조합장은 “잘못 알려진 부분을 설득하고 합의점을 도출해 반대하던 흥천사측도 재건축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며 “재건축사업이 정릉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 개선하는 계획이기 때문에 유네스코에서도 제대로 설명만 되면 등재가 취소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 506-50번지 일대 정릉6구역은 지난 2008년 10월16일 서울시로부터 주택재건축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됐다. 이에 따라 그해 11월25일 정릉6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설립이 승인되고, 2009년 10월 9일 재건축조합의 설립이 인가됐다. 그런데 이 재건축 구역은 정릉·흥천사 등 문화재가 인접해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돼 지난해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현상변경 신청을 했으나 모두 반려·보류됐다. 지난해 11월 재건축조합이 다시 현상변경신청을 했으나 2차례에 걸쳐 심의가 보류된 상태다. 정릉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둘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이다. 원래 황화방(현 중구 정동 영국 대사관 터)에 있던 것을 1409년 태종 이방원이 무안대군(방번)과 의안대군(방석)을 상해하는 왕자의 난 이후 폐후해 이곳에 이장했다. 이후 200년이 지난 1669년 현종 10년에 송시열 등의 요청으로 왕릉으로 복원했다. 특히 정릉은 조선 초기의 왕실사와 고려조 왕릉의 양식과 조선 중기의 왕릉 양식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잘 관리하던 정릉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부 훼손됐다. 1960년대 17만169평이었던 규모는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좌·우·용맥 등이 손실돼 현재는 9만1106평으로 축소됐다. 정릉6구역 재건축 지역은 정릉의 우백호 지역과 능역의 진입공간인 연지·명당수·외재실·제례로·하마비 등의 시설이 있었던 공간으로 추정되고 있다. penfree@naver.com <저작권자 ⓒ 사건의내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물산, 정릉, 유네스코 관련기사목록
|
정치 말말말
인기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