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성회비, 부당하게 쓰이는 실태 고발
등록금 80% 이상 차지하는 기성회비…교직원 술값?
이상호 | 입력 : 2012/02/14 [13:04]
최근 법원은 “국공립대의 기성회비란 것은 기부금의 일종이고 따라서 강제징수는 부당하다”면서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학생들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 1심 판결의 결과인 만큼 최종심까지 이 결과가 유지된다면 민법상 소멸시효인 최근 10년 안에 국공립대를 졸업한 195만 명이 소송을 통해 최대 13조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기성회비는 지난 1960년대 초반 대학교육의 수혜자가 극히 적었던 시절, 가난한 정부가 대학교육 투자를 늘리기 어려웠던 만큼 ‘필요악’적 측면에서 도입되었다. 앞서 사립대에선 기성회비 의무 납부가 사회문제화하자 1999년 기성회비를 폐지했다. 당시 국공립대에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것은 사립대에 비해 등록금이 매우 싸고 기성회비 비중도 낮았기 때문이다.
기성회비는 학생이 입학을 하면 학생의 보호자가 기성회원 중 일반회원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토대로 학부모 등이 모여서 직접 임원과 이사 등을 뽑고 기성회비는 얼마로 할지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국공립 대학에서 운영되는 기성회는 이 같은 절차규정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 임원도 거의 학장이 추천해서 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또한 얼마를 기성회비로 할지도 사실상 결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난 1960년대부터 기성회가 운영되어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등록금을 구성하는 입학금, 수업료, 기성회비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기성회비다. 실제로 지금 서울대학교의 경우 2010년 하반기 등록금을 보면 이공계의 대학 등록금이 379만원인데, 이 중 기성회비가 338만6000원을 차지했다. 더욱이 지난 10년 동안, 2010년까지 수업료는 전체적으로 4.9% 매년 상승을 한 반면 기성회비는 9.5% 올랐다. 또한 기성회비는 탈법적으로 사용된 사례도 많았다. 대학들은 인상 절차가 까다로운 수업료 대신 기성회비를 올려 수입을 늘렸다. 기성회비의 용도가 시설·설비비, 교직원 연구비, 기타 학교운영 경비 등으로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직원 인건비로 전용된 사례가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심지어는 기성회비의 일부가 식비 또는 양주 값, 이런 데로 지불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들어 국공립대 기성회비 폐지를 권고했다. 대학 등록금과 관련해 한 교수는 “판결 취지가 국민권익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권고와 동일한 맥락인 만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고 더 나아가 이번 판결은 한국 고등교육이 유지해온 ‘수익자 부담 원칙’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5~34세 청년층의 대학교육 이수율이 1위인 반면 대학 등록금은 두 번째로 비싸고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비용 부담률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성회비 반환에 대한 소송이 실제로 이뤄질 것이란 것에 대해서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수업료 등은 국고로 들어가지만 기성회비는 대학이 관리한다. 법원 역시 “기성회비를 돌려줄 주체는 국가나 대학이 아니고 기성회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학 등록금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소송의 구조가 각 대학의 기성회와 국가가 피고가 된 독립된 법인 격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국가의 책임은 없다고 발표를 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감사원 결과에서 국가 역시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한 만큼 2심 판결에서는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또 있다. 바로 국·공립대의 반발이다. 전국 26개 국공립대학(4년제) 모임인 국공립대총장협의회는 지난 2월2일 총회를 열고 기성회비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를 했다. 김윤수(전남대 총장) 회장은 “(기성회비 반환 판결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며 “기성회비 문제 개선에 앞서 정부의 재정 지원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200여 개 4년제 대학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황대준 사무총장은 “국립대는 재원이 정부 예산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기성회비 인상을 통해 대학재정을 충당해왔다”며 “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해온 정부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한 국립대 교수도 “재정 지원을 현실화해주지 않고 기성회비를 올려 등록금을 인상하도록 방조한 것은 교과부”라며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제도인데 대학만 매를 맞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성회비 반환 문제는 국·공립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자문 대학선진화관은 “1989년부터 기성회비 운영을 대학 자율에 맡겼고 이번 판결은 대학의 잘못된 운영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등록금으로 이어질까?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는 지난 1월30일 논평을 내고 국·공립대 기성회비 판결을 반값 등록금 정책 도입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논평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국·공립대 기성회 체계의 대폭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며 “수업료보다 기성회비가 몇 배나 더 큰 기형적 구조는 정부가 국·공립대 운영비용을 모두 부담하지 않고 변칙적으로 학생·학부모에게 전가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국·공립대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1999년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해 사실상 등록금에 기성회비가 포함된 사립대도 넓은 의미에서 이번 판결의 취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판결을 전체 대학의 왜곡된 재정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반값 등록금 정책 도입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우리 국가장학금을 1조7500억원 투입할 계획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이 문제를 해결할 대책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 자체 감사에서는 ‘대학등록금 전체를 12.7%+a 각 대학마다 내릴 수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더군다나는 OECD 평균으로 보면 정부 재정에서 고등교육 부담률이 69%가 된다. 고등교육 전체에 드는 돈에서 정부가 부담하는 돈은 69%라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것하고 굉장히 다르게 정부는 21%만 부담을 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79%를 부담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반값등록금 하려면 전체 통틀어서 6조원 정도면 된다’ 이런 통계가 이미 나와 있다”면서 “그동안 지금 비과세 감면이라든가 법인세 감면에서도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법인세만 지금 1조원이 줄어들었다. 삼성 기업 한 곳에 대해서 주어지는 조세감면이 1조원인데, 이것들을 국가가 제대로 걷는다면 얼마든지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사건의내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