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잣대로 파헤친 대체의학의 진실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에 몸을 맡길까?

김보미 기자 | 기사입력 2015/08/19 [09:52]

과학의 잣대로 파헤친 대체의학의 진실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에 몸을 맡길까?

김보미 기자 | 입력 : 2015/08/19 [09:52]

동양의학 원리는 현대의학과 다르며 과학이 못 밝힌 뭔가 있다?
문제는 치료가 되느냐 안 되느냐, 치료과정은 안전한가 위험한가!
근거중심의학과 임상시험 메타분석으로 대체의학 치료효과 판가름
약초요법이 더 안전하고 효과도 더 좋은 ‘천연의 대체약’으로 선전
모든 문제 과학으로 풀 수 없지만 과학은 진실 파악하는 최선의 수단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해 현대 주류 의학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왔으나 여러 면에서 한계도 보이고 있다. 그런 한계 탓에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많은 환자들은 갖가지 민간요법을 포함한 대체의학에 호소하지만, 이에 대해 주류 의학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관심도 두지 않으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니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는 편. 하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자세일까? 독일 출신 영국인으로 세계 최초의 대체의학 교수로 활약하는 에트차르트 에른스트(Edzard Ernst)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펴낸 과학 저널리스트 사이먼 싱(Simon Singh)이 대체의학의 진실을 파헤친 책을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한국에 소개한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윤출판)라는 책을 통해 대체의학의 대표 격인 침, 약초요법, 동종요법, 카이로프랙틱을 들어 실제 치료 효과를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지를 ‘엄정한 과학’의 잣대로 평가한다. 대체의학의 치료 효과를 밝히기 위해 이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근거중심의학이다. 근거중심의학에서는 환자를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대조군 비교 임상시험’, 환자는 물론 치료자까지도 모르게 함으로써 심리적 요인을 제거해 실제 치료효과만을 측정하는 ‘이중맹검시험’, 동일한 치료법에 대한 수많은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하는 ‘메타분석’으로 대체의학의 치료효과를 판가름한다.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사건의 내막=김보미 기자] ‘해독요법’, ‘면역력 강화’, ‘말기암 치료’…. 온갖 종류의 대체의학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한두 번쯤, 아마도 입소문에 의지해, 대체의학 치료법이나 건강법을 경험하거나 찾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명한 대체의학 치료법 가운데에는 중학생 수준의 과학지식으로 살펴보아도 어처구니없는 것들이 많다.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으며, 자신의 몸을 맡기고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할까?
“오늘날 이발소의 흰색과 붉은색 회전 원통이 이발사가 한때 외과의사 역할을 한 상징이라고들 종종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사혈 치료사였던 것과 관련이 있다. 붉은색은 피를 나타내고 흰색은 지혈을 뜻한다. 원통 위 공모양은 거머리를 담는 놋쇠 대야를 나타내고 원통 자체는 환자가 혈류를 늘리기 위해 힘껏 쥐어야 했던 막대기를 상징한다.”
“대체의학 치료사라면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아나잔스카, 볼셰비키 여제>에 나오는, ‘모든 위대한 진리는 신성모독에서 시작된다’는 대공비의 말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 뒷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단서가 붙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신성모독이 위대한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엄정한 과학의 잣대로 본 대체의학
독일 출신 영국인으로 세계 최초의 대체의학 교수로 활약하는 에트차르트 에른스트(Edzard Ernst)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펴낸 과학 저널리스트 사이먼 싱(Simon Singh)이 대체의학의 진실을 파헤친 책을 통해 대체의학의 대표 격인 침, 약초요법, 동종요법, 카이로프랙틱을 들어 실제 치료 효과를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지를 ‘엄정한 과학’의 잣대로 평가한다.
사이먼 싱은 인도 이민자의 아들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입자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했으며, BBC에서 프로듀서로서 5년간 교양과학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펴낸 과학 저널리스트다.
사이먼 싱은 영국 카이로프랙틱협회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3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으며, 카이로프랙틱협회가 고소를 취하함으로써 사이먼 싱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과학자와 언론인이 시민청원운동을 벌여 영국의 명예훼손법이 개정되었다.
에트차르트 에른스트는 독일 출신 영국인으로 세계 최초의 대체의학 교수다. 의과대학(MD, PhD)을 나와서 침, 자연요법, 약초요법, 동종요법, 마사지요법, 척추교정을 수련했다. 하노버대학과 비엔나대학에서 물리치료와 재활의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영국 엑서터대학에서 대체의학과를 설립했다.
대체의학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옥스퍼드 대체의학 핸드북> 등 48권의 저서와 1000여 편의 논문을 집필했다.
“1785년 루이 16세는 메스머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벤저민 프랭클린도 참여한 이 조사위원회는 몇 가지 실험을 했다. 한 실험에서는 메스머의 자화수를 담은 물컵을 평범한 물컵 사이에 놓아두었다. 다섯 개의 물컵은 겉보기에 모두 똑같았다. 그리고 어떤 물컵에 어떤 물이 들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자원한 실험 참여자가 무작위로 물컵을 골라 물을 마셨다. 어떤 여성 참여자는 물을 마시자마자 기절했지만, 나중에 평범한 물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기절한 여성 참여자는 자화수를 마시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아는 상태에서, 자신이 자화수를 마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체가 그에 맞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침과 한약의 효과는 과연?
그렇다면 우리에게 친숙한 침과 한약(약초요법)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침과 한약을 대체의학이라고 부르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불과 1세기 전까지만 해도 이 땅에서는 주류의학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동종요법이나 카이로프랙틱 같은 서양의 대체의학과 동일한 선반에 올려놓고 판단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동양의학은 현대의학과 원리가 다르며 동양의학에는 과학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원리가 어떠하든 환자로서는 치료를 받고 병이 낫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치료가 되느냐 안 되느냐, 치료과정이 안전한가 위험한가 하는 것이다. 침이 실제 치료 효과가 있다면, 현대과학이 기와 경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침의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침이 무언가 치유 메커니즘을 촉발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플라세보 반응을 유발하기만 했을까? 여기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침이 플라세보 반응을 유발했을 가능성이다. 뾰족한 침, 가벼운 통증, 가벼운 침습 성(신체에 상처를 입히는 것), 이국적 성격, 고대의 지혜에 기반을 둔 치료법, 괜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언론보도 등 침의 여러 속성은 플라세보효과가 발생할 이상적인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먼 싱과 에트차르트 에른스트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대체의학을 바라본다. 치료 메커니즘을 분석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체의학의 실제 효과에 주목한다. 후일 과학이 우리 몸속에서 기와 경혈을 찾아낸다 해도, 치료 효과를 측정한 결과치는 달라질 것이 없으므로 이들의 결론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그런데 현상적으로 보면 대체의학이 인기를 끈다는 게 결국 치료 효과가 있다는 말이 아닐까? “누구누구가 이렇게 해서 나았대…”, “병원에서 포기한 환자였는데…”, “효과를 봤다는 사람이 많다니까.” 모두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전통 있는 대체의학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생겨나는, 때로는 황당무계한 치료법과 건강법에는 이와 같은 후일담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러나 일화의 집합이 데이터는 아니다.
대체의학의 치료 효과를 밝히기 위해 사이먼 싱과 에트차르트 에른스트가 사용하는 도구는 근거중심의학이다. 근거중심의학에서는 환자를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대조군 비교 임상시험’, 환자는 물론 치료자까지도 모르게 함으로써 심리적 요인을 제거해 실제 치료효과만을 측정하는 ‘이중맹검시험’, 동일한 치료법에 대한 수많은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하는 ‘메타분석’으로 대체의학의 치료효과를 판가름한다.
사이먼 싱과 에트차르트 에른스트가 내린 대체의학의 치료 효과는 다음과 같다.

대체의학의 치료 효과
1. 침
서구에서 침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침에 대한 연구는 17세기 무렵부터 이루어졌지만, 아편전쟁을 계기로 중국, 동양을 배척하게 되면서 쇠락한다. 그러다 1971년, 미국 국무장관이던 키신저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기적의 치료법’으로 서구에 재등장했으며, 침에 대해 많은 임상시험이 실행되었다.
1979년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침의 효과를 인정하는 보고서를 낸 이후 서구에서 침 치료가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20세기 말 유럽의 침술사 수는 8만8000명을 넘어섰으며 2000만 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침의 원리는 경혈을 자극해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질환을 치료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경혈과 기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면 침의 효과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이먼 싱과 에트차르트 에른스트가 주장하는 것은 플라세보 효과다. 침이 실제로 몸에 닿고 따끔 하는 가벼운 통증이 있는 게 플라세보 효과를 극대화한다. 플라세보 효과를 차단한 ‘위약 대조군 비교시험’ 결과, 침은 몇 가지 유형의 통증과 구역질에만 효과를 보일 뿐, 대부분의 질환에는 효과가 없다. 지압, 뜸, 전기침 등도 마찬가지이다.
2. 동종요법
‘비슷한 것이 비슷한 것을 치료한다’는 생각. 어떤 질병, 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이 있다면, 그것을 아주 소량만 넣어서 만든 약물로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십 년간 시장 규모가 점점 커져, 미국의 경우 동종요법 업계의 연간 매출액은 1987년 3억 달러이던 것이 2000년 15억 달러로 5배 늘어났고, 유럽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동종요법사가 흔히 사용하는 30C 치료제는 모액을 백배로 희석하는 과정을 30회 반복해 얻은 것이다. 모액은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배로 희석된다. 0이 이처럼 쭉 이어진 게 그리 크지 않은 수로 보일지 모르지만, 모액 1그램에 들어 있는 분자 개수는 1,000,000,000,000,000,000,000,000개 이하이다. 0의 개수가 보여주듯 30C 치료제의 희석배수는 모액 속 분자 개수보다 더 크다. 극단적으로 희석된 용액에는 최초의 모액에 들어 있던 분자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
과학적으로 볼 때 동종요법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동종요법사가 흔히 사용하는 30C 치료제는 치료제를 물이나 알코올에 배 희석한 것이고, 여기에는 치료제의 분자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 수백 건의 임상시험 결과, 특정 질환에 동종요법이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3. 카이로프랙틱
척추교정으로 ‘모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치료법이다. 그나마 요통 치료에는 현대의학의 물리치료와 비슷한 정도의 효과가 있지만, 그 외의 질환에는 효과가 없다. 특히 목뼈 교정은 매우 위험하다.
“대체의학 치료사의 행동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아마도 현대의학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대체의학으로 치료받으라고 조언하는 일일 것이다. 중증질환(당뇨병, 암, 에이즈)을 앓는 환자가 의사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대체의학 치료사의 무책임한 조언을 따랐다가 엄청난 피해를 본 사례는 수없이 많다.”
4. 약초요법
“예를 들어, 암 환자가 외과수술, 방사선요법, 항암주사 같은 끔찍한 상황에 직면해 있을 때, 현대의학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 같은 치료법을 가리켜 ‘잘라내고 불로 지지고 독을 주입하는’ 짓이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암 환자는 약초요법에 마음이 끌리게 마련이다. 약초요법이 더 안전하고 효과도 더 좋은 천연의 대체약으로 선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약초요법이라는 대체의학이 정말로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가 하는 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오래되고 널리 이용되는 치료법이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유효성분을 추출해 만든 약이 현대의학으로 편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체의학 약초요법 가운데에는 ‘세인트존스워트’ 같이 가벼운 우울증에는 현대의학의 약보다 더 효과가 있는 약초도 있지만, 여전히 유효성과 안전성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들이 대체의학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대체의학의 기초를 이루는 세 가지 중심 원리와 관련이 있다. 이들 중심 원리는 의학에 대한 자연적, 전통적, 전체론적 접근법에서 유래한다. 대체의학 지지자들은 대체의학을 선택하는 강력한 근거로 이 세 가지 중심 원리를 거듭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교활하고 기만적인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 대체의학의 세 가지 중심 원리는 한마디로 오류다.”
사이먼 싱과 에트차르트 에른스트의 결론은 당황스러우리만큼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도출해내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혈로 사망한 조지 워싱턴, 위인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통계학자 나이팅게일, 아스피린의 발명과정 등을 접하다 보면, 암흑시대의 의료에서 현대의학으로 발전하기까지의 의학의 역사, 약리학과 임상시험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진지한 주제에도 유머를 잘 버무리는 재주를 가진 작가 사이먼 싱은 이번 책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사이먼 싱이 서두에 찰스 황태자에게 바친다고 쓴 헌사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대체의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황태자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오히려 몇 차례 인용한 ‘현대의 미신과 싸운 투사 칼 세이건’에 대한 사이먼 싱과 에트차르트 에른스트의 오마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모든 문제 과학으로 풀 순 없지만…
“그런데도 대체의학 치료사들은 언제나 ‘대체’라는 말을 훈장처럼 앞에 붙여서 불충분한 치료법에 부당한 존엄성을 부여하곤 한다. 그들은 ‘대체’라는 말로, 과학이 놓친 무언가를 포착해 제대로 활용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한다. 그러나 대체생물학, 대체해부학, 대체검증, 대체과학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듯이 대체과학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책은 영미권과 일본에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고, 한국에서는 더 큰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모든 대체의학을 플라세보 효과라거나 단순한 사기라는 사이먼 싱과 에트차르트 에른스트의 주장을 바로 수긍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사이먼 싱과 에트차르트 에른스트를 따라서 경험담이나 주장을 ‘따져보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문제를 과학으로 풀 수는 없지만, 과학적 방법이 진실을 파악하는 최선의 수단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penfree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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