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만연 위험천만 실태고발

사진감상부터 관전섹스까지…질병인 ‘관음증’ 키우는 사회

취재/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4/05/09 [16:38]

‘관음증’ 만연 위험천만 실태고발

사진감상부터 관전섹스까지…질병인 ‘관음증’ 키우는 사회

취재/이상호 기자 | 입력 : 2014/05/09 [16:38]
성인인증 회원만 출입하는 변태업소…그 안에서 해괴한 짓
커플끼리 테마클럽 입장 타인 앞에서 성행위하며 쾌감 느껴

▲ 이웃집 여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훔쳐보는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영화 '썸머타임' 한 장면.    

무언가를 훔쳐보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욕망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남성들은 타인의 성행위를 훔쳐보려 하고 나아가 그것을 통해서 자신만의 짜릿한 욕망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욕망들이 외화된 것이 다름 아닌 ‘은꼴사’와 ‘페티시 관전룸’이다. ‘은꼴사’는 현재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사진 종류의 하나이다. 여성의 섹시미가 최대한 강조된 이 사진들은 남성들이 은밀한 각도, 은밀한 장소에서 여성들의 모습을 몰래 찍은 사진들이다. 특히 남성들의 노골적인 관음성 시선이 반영된 이러한 사진들은 현재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다양한 페티시 업소들에서도 남성들의 이러한 관음적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성들은 어두운 공간에서 여성들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을 경험하면서 스스로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다. ‘관전룸’이라는 곳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성적 행위들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취재/이상호 기자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관음증’이 또 하나의 변태업소를 만들었다. 이른바 ‘커플 음란클럽’이 그것. 이 업소의 콘셉트는 ‘훔쳐보기’다. 타인이 보는 앞에서 연인 등 커플이 성관계를 하도록 만들어 스릴을 즐기게 하는 것이 이 업소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한 서울 강남구의 한 번화가에는 ‘커플 테마클럽’을 내세운 모 클럽이 개업했다. 홈페이지에서 성인인증을 받아 가입한 회원만 출입할 수 있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가히 충격적이다.
문제가 된 업소는 서울의 번화가에 위치한 한 빌딩 지하 1층. ‘커플 테마클럽’을 내세우고 영업을 하고 있는 이 업소는 각종 음란행위들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관전 아르바이트까지 등장
실제로 클럽 안에선 커플 간의 성행위를 타인이 볼 수 있는 관전섹스, 스와핑, 그룹섹스 등 난잡한 행위들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클럽은 여느 변태업소들이 그렇듯이 회원들만 출입을 허용하도록 했다.
인터넷으로 성인인증을 하고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만 입장할 수 있는 일종의 ‘프라이빗 클럽’이었던 셈이다. 이 클럽이 알려진 뒤 네티즌들의 폭주로 서버가 다운된 홈페이지에는 “성과 관련한 어떤 금기도 금기시한다”는 자극적인 문구로 홍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음지에서 ‘관전섹스’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는 세태로도 알 수 있다. 관전섹스란 말 그대로 타인의 성생활을 보는 것으로 처음에는 발기부전이나 불감증 등 성 트러블로 고민하는 부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다른 커플의 성생활을 보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고치는 '치료'의 목적이었던 셈.
이 관전섹스는 언제부턴가 ‘흥분’의 목적으로 돌변했다. 다른 남녀의 성행위를 보거나 자신의 섹스 장면을 남들이 지켜보는 것에서 흥분감을 느끼는 ‘오락용’으로 그 목적이 바뀐 것. 이들은 자신들의 성행위를 봐줄 ‘도우미’를 인터넷에서 물색하기도 하고 타인의 섹스를 보며 쾌감을 느끼면서 돈까지 얻는 ‘관전 아르바이트’에 나서기도 한다.
직장인 강희석(가명·32)씨도 최근 관전섹스에 빠져들었다. 거의 매일 밤 인터넷 포르노사이트를 뒤져 야동(음란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감하는 강씨. 스스로는 마니아, 남이 보면 중독 수준이다. 정작 실제 성관계를 했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남이 하는 장면을 보는 게 직접 하는 것보다 더 짜릿하다며 밤마다 어김없이 야동에 흠뻑 취한다.
그런 그가 최근 호기심에 새로운 성인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어느 회원으로부터 묘한 제안을 받았다.
“한 여성이 남성과의 성관계를 지켜 봐주면 용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전에 한번 고등학생을 ‘관람객’으로 참여시켰는데 미성년자여서 차마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면서 자신들을 봐줄 성인남자를 찾고 있다더군요. 1시간 동안 보기만 하면 15만원을 주겠다고 유혹했어요.”
강씨는 돈을 대가로 ‘관전’을 해달라는 요청에 깜짝 놀랐다. 접속한 곳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성인사이트였던 이유다. 무엇보다 평소 ‘남이 하는 것’을 보는 게 즐거웠던 그로서는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관전 섹스’ 마니아 등 암암리에 퍼진 ‘엿보기’ 세태가 원인
관음증 즐기는 마니아 노린 유사업소 우후죽순 생길 우려
법원, 관음증 장애로 판단한 판례는 있지만 치료법은 아직?

평범한 직장인 관전섹스 왜?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 유성훈(가명·37)씨를 통해 ‘관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칭 ‘관전 마니아’다. 이제까지 관전에 참여한 경험만 20회 남짓. 과거부터 무엇이든 훔쳐보는 성향이 있었다는 그는 떳떳하게 즐기기 위해 관전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옆집 누나나 여자 화장실을 몰래 훔쳐보고 싶은 욕망이 병적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인터넷에서 쪽지나 이메일 등을 통해 쉽게 상대를 찾고 있다. 관전은 ‘금기’이기 때문에 쾌감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침대 모서리에 앉거나 테이블 의자, 커튼 뒤, 화장실 문을 열고 보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전하죠. 남이 하는 행동을 지켜볼 때면 내가 뭐라도 된 느낌입니다. 남의 관계를 지켜볼 때 남녀의 표정과 신음소리, 동작 하나하나에 나도 모르게 흥분하죠.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내가 지켜봄으로써 상대방도 같이 흥분하는데 진행하다 말고 2:1 섹스를 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관음증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관전섹스는 어느 순간부터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변종 성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세태 속에서 커플 음란 클럽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 또 다른 업소의 생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은꼴사’ 등 사진으로 퍼지는 관음증
‘포르노 마니아’ 였던 최모씨는 최근 들어 자신의 취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하루에도 두세 편씩 보던 포르노를 더 이상 보지 않고 이른바 ‘은꼴사’에 푹 빠졌다. 하지만 겉으로만 보면 그의 이러한 취향의 변화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포르노는 말 그대로 여성의 성기까지 모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성행위 장면을 찍은 것이다.
반면 ‘은꼴사’에서는 그 흔한 가슴노출도 완전히 이뤄지지 않는다. 대부분 옷을 갖춰 입고 있다. 그러나 최씨는 이 ‘은꼴사’에서 기존의 포르노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완전히 색다른 취향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은밀한 관음의 시선’이라는 점이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대부분의 은꼴사는 여성의 벗은 모습을 취급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아주 교묘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나 할까. 또는 누군가가 숨어 몰래 찍은 듯 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이런 사진들을 봤을 때는 그저 심드렁한 따름이었는데, 점점 사진을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푹 빠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거기다 모든 것을 다 훌렁 훌렁 벗어버리는 포르노보다 오히려 더 은밀한 자극 같은 것이 됐다. 섹시한 허벅지, 풍성한 가슴골, 섹시한 입술은 포르노 보다 더욱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기다가 대개 사진들의 배경이 우리가 늘 생활하는 현실이다.
버스 정류장, 택시 정류장, 마트 앞에서 찍혀진 섹시한 사진들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은꼴사는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포르노그래피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듯 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이러한 ‘은꼴사’를 직접 찍는 일을 취미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단순히 남들이 찍는 사진에 만족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가 직접 참여해 자신의 앵글로, 자신의 뷰파이더로 여성을 찍을 때 큰 만족감을 얻는다고 한다. 직장에 있는 시간을 제외한 남는 시간 모두 은꼴사를 찍는 데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은꼴사를 찍는 이모씨는 “사실 중년 남성이라고 하면 별다른 취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고작해야 동년배 친구들 끼리 술 먹는 게 전부가 아닌가.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내 스스로가 몰입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재미꺼리를 찾았다. 다름 아닌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섹시한 여성들을 사진에 담는 것이다. 이런 내 취미를 변태라고 비웃는 친구도 있지만 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재미이다.
요즘에는 스킬도 상당히 늘어 여자들이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상태에서 노련하게 사진을 찍는다. 예전에 좀 스킬이 부족했을 때는 여자들에게 걸려서 민망한 꼴도 당한 경우가 있지만 이제는 그런 경험도 여러 번 있었던 터라 숙련된 기술로 찍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씨의 경우 자신이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공유하고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칭찬을 듣는 것에 늘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그의 사진들은 오랜 숙련 기간 때문인지 탁월한 사진도 적지 않다. 또한 하루의 사진 촬영을 끝내고 책상에 앉아 맥주 한잔 마시면서 그 사진을 감상하는 것이 최고의 낙이라고 한다.

관음증은 장애…치료 받으면 나아진다
전문가들은 화장실이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여성, 또는 나체로 벗은 몸을 상습적으로 몰래 관찰함으로써 쾌락을 얻는 사람들은 관음증이 있다고 본다.
관음증은 정신과 진단분류 중 성도착증에 해당하며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옷을 갈아입거나 성행위를 몰래 관찰하면서 성적 흥분을 하고 이런 증상이 수개월 지속되고 다른 일상생활을 할 수 없으면 이는 병적인 관음증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시각적 쾌락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주로 남자들에게 발생한다.
관음증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정상적인 양육을 받지 못해 소심한 성격을 가지게 된 아이가 성장해서 적극적으로 여성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여성을 몰래 관찰하게 된다는 정신분석학적 가설이 존재한다. 관음증은 15세 이전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사망할 때까지 계속되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관음증 환자들이 본인의 증세를 자각하고 병원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치료 효과가 높다고 조언한다. 관음증은 어렸을 적 트라우마 등을 없애는 정신치료요법을 시행하고 때에 따라 인지행동치료도 필요로 한다. 또한, 증세의 심각성에 따라 성욕 감퇴제와 같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법원이 관음증으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 관음증을 장애로 인정하고, 주거침입 상습 성추행범에게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형의 폭을 의미하는 처단형 범위에서 최저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3년 4월 대전지법 제11형사부는 여성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 여성을 성추행하고 상습적으로 속옷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주거침입 강간 등)로 기소된 A(33) 씨에 대해 징역 2년6월과 신상정보공개 3년,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당시 법원은 이 사건에서 선고하는 형의 종류와 범위를 선택하는 처단형의 범위를 징역 2년6월에서 22년6월로 봤다.
하지만 대부분 피해자들이 A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데도 성추행 피해자 1명과 합의한 점,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주거침입죄와 성추행 범죄가 경합된 범죄라는 점을 이유로 최저형을 선고했다.
특히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최근 성범죄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 간 합의에 따라 형량이 대폭 낮아지는 관행을 줄이기 위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의 의사표시도 형을 감경하는 '특별양형인자'에 포함하지 않고 ‘일반양형인자’로 판단하기로 한 것과 달리 이번 판결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를 특별양형인자에 포함시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 씨는 주로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잠이 들어있는 피해자들을 추행하거나 속옷을 훔쳐 달아났고 이 사건과 유사한 주거침입죄, 절도죄 등으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으로 미뤄 죄질이 좋지 않다”며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한 추행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관음증 등의 정신성적 장애로 인해 성적 충동조절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8일 오전 2시25분경 서구 복수동의 한 빌라 2층에 에어컨 설비를 밟고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B(19·여) 씨를 성추행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여성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 성추행 범죄를 저지르고 속옷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235s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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