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아버지 '28개월 아들' 살해 진상

보채는 아이 살해…게임에 미쳐서? 생활고 지쳐서?

취재/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4/04/21 [10:59]

22세 아버지 '28개월 아들' 살해 진상

보채는 아이 살해…게임에 미쳐서? 생활고 지쳐서?

취재/이상호 기자 | 입력 : 2014/04/21 [10:59]
비정한 아버지 28개월 아들 보채자 손으로 코·입 막아 죽여
숨진 아이 24일간 베란다 방치하다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려



28개월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아버지 검거된 가운데 그의 엽기 행각이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쓰레기 봉투에 생후 28개월 된 아들을 버린 20대 초반의 아버지가 경찰 조사결과 두 손으로 직접 아들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것.
특히 아버지 정모(22)씨는 4월15일 경찰조사에서 “게임을 하러 나가야 하는데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또 정씨는 손으로 아이의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부검은 지난 4월14일 경북대학교 병원에서 실시됐으나 아직 사인 등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경찰은 정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아버지 정모(22)씨는 숨진 아들을 담요에 싼 채 24일간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하는가 하면 뒤늦게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 부부는 생활고로 별거를 시작했다. 정씨의 아내(22)는 지역의 한 공장에 취직해 기숙사로 들어갔고, 기숙사에서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되자 정씨가 양육을 맡았다. 그러나 정씨는 별거가 시작된 당일 오후에 아들을 집에 혼자 둔 채 외출해 PC방과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난 4월11일에 정씨는 100ℓ들이 쓰레기 봉투에 시신을 담은 뒤 집에서 1.5㎞ 가량 떨어진 구미시 인동에 시신을 버리고 평상시와 같은 생활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엽기적인 행각은 별거 중이던 아내가 아들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
“아들을 보여달라”는 아내의 요청에 정씨는 “어린이집에 맡겼다”, “아는 누나 집에 맡겼다”는 등의 거짓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정씨는 아내가 끈질기게 아들의 소식을 묻자 4월13일 오전 대구 동부경찰서 동대구지구대를 찾아 “노숙을 하던 중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동대구역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특이점이 나오지 않아 계속 추궁하자 자신의 범행을 털어놨다.
하지만 PC방에 가려고 2살 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던 피의자가 당초 진술과 달리 질식사시킨 것으로 확인되면서 게임 중독을 문제 원인으로 지목한 경찰과 언론에 비판이 일고 있다.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4월16일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에 “아들을 살해한 직접적인 살해 동기를 게임 중독으로 볼 수 없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표 소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신의학과 범죄심리학 등에서 많은 사례를 연구해봤지만 게임중독이 범죄를 일으키거나 살인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게임중독을 직접적인 살해 동기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또한 “살인한 사람이 진술 중 ‘게임하러 가야 하는데’라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정도”라며 “학대를 당했거나 열등감, 분노, 사회 부적응, 불만 등이 상당히 강하게 잠재된 사람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표 소장은 과몰입과 중독은 학술적 이론적 차이가 있어 게임에 ‘중독’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약이나 알코올의 경우 중독이 되면 의존증이 생겨서 금단증상이 나타나는데 게임에 ‘중독’ 기준을 부여하는 것은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논란이 많고 정식 학술 연구에서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아동학대 사건은 양육 기술이나 태도, 또는 여건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부모가 된 경우, 어릴 적 학대당한 경험, 경제적 문제, 가정불화, 알코올 중독, 다른 정신적 장애 등의 요인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한다”며 “어떤 문제든 아동에 대해 정상적인 관심과 애정을 쏟지 못하고 양육할 수 없는 사람이 부모인 경우를 어떻게 찾아내고 예방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경찰 역시 범행 동기를 게임 중독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구 동부경찰서 측은 정씨의 범행 동기를 게임 중독으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가 PC방에 자주 간 것은 사실이나 아내와의 별거, 무직에 따른 생활고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대구 동부경찰서 측은 정씨를 조사한 결과, 정신적인 문제는 없었다며 게임 중독, 생활고 등 여러 요인들이 범행 동기로 작용해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발표한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20~54세)과 청소년(10~19세)의 인터넷 중독 위험군 비율은 각각 5.9%, 11.7%로 조사됐다. 하지만 20대와 고등학생만을 따로 떼 집계하면 20대 중독 위험군은 9.5%, 고등학생 중독 위험군은 10.8%로 나타나 그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중독 고위험군의 경우 20대(2.7%)가 고등학생(2.4%)보다 0.3%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대 성인이 고등학생에 비해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일 확률이 더욱 높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게임중독에 빠질 경우 부모와의 갈등이나 성적 하락 등 상대적으로 약한 수준의 피해를 겪게 되지만, 성인의 경우 경제 사정의 악화나 가정 해체 등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피해까지 이를 가능성이 높다. 미래부의 조사 결과에서도 인터넷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겪은 피해가 금단현상(38.3%)이었던 데 반해 성인은 일상생활장애(35.3%)에 관한 피해를 많이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소년에 비해 게임중독을 제지할 주변인이 부족하다는 것도 ‘성인 게임중독’의 위험요소로 꼽힌다.
한 인터넷중독대응센터 관계자는 “인터넷 중독으로 상담을 받는 사람의 90% 이상이 다른 사람의 손에 이끌려 센터를 찾는다. 스스로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센터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며 “J씨 역시 주변인들의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비극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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