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북한군·중국군 묘지에서 ‘평화기원 추모제’ 열린 까닭

“조국 통일의 한 푸실 날 얼마 남지 않았다”

추광규(인터넷뉴스신문고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2/13 [10:59]

파주 북한군·중국군 묘지에서 ‘평화기원 추모제’ 열린 까닭

“조국 통일의 한 푸실 날 얼마 남지 않았다”

추광규(인터넷뉴스신문고 발행인) | 입력 : 2019/02/13 [10:59]

수구초심이라고 했지만 죽어서도 그리운 고향땅에서 영면을 하지 못하고 머나먼 남쪽 땅에서 안식을 취하는 ‘영혼’들이 있다. 더구나 젊은 나이에 험한 죽음을 맞아야 했지만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남녘땅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면 그 사연은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1968년 1·21 사태 당시 사살된 북한의 124군부대 소속으로 알려진 29명의 유해를 비롯해 1998년 남해안 침투 반잠수정에서 발견된 유해, 1987년 대한항공 858기 사건의 김승일도 안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중국군 묘지’가 바로 그곳이다.

 


 

북한 124군부대원 등 험하게 죽은 북한군·중국군 유해 묻혀
“불안·공포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 열리도록 굽어 살피시길”

 

▲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에 자리 잡은 ‘북한군 제1 묘역’ 모습.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에 위치하고 있는 ‘북한군 제1 묘역’에서 2월7일 오후 ‘제6회 평화협정기원제’와 ‘제2회 반제자주통일열사 추모제’가 열렸다.


평화협정운동본부가 주최하고 평화행동목자단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43년 10개월간의 수감 생활로 세계 최장기수 출신인 안학섭 선생을 비롯해 노수희 범민련 서울연합의장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족작가협회 지창영 사무차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안학섭 선생(90세·1953년~1995년 수감)은 추모사를 통해 먼저 간 젊은 영령들을 위로한 후 북미 2차 정상회담에 대해 “경천동지할 사건이다. 세계를 제패한다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2월27일 만난다고 하는데 바라던 바다. 우려가 되지만 대화를 위해서 자리가 마련되었다니 좋은 일이다. 좋은 결과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노수희 범민련 서울연합 의장은 “조국 통일의 한을 안고 누워 계시는 영령들이 그 한을 푸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김일성 김정일을 잇는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사적 노력으로 세계 평화의 날을 이룩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 의장은 이어 “2018년은 격동의 시대였다”면서 “영령들이시여 이제 조금만 기다리시면 편안한 마음으로 영면 하시기를 간곡히 소원한다. 영령들이시여 부디 저희들에게 지혜를 주시고 우리 대한민국의 통일을 열망하는 모든 민중들에게 자주적으로 조국 통일을 하는데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시옵소서. 편하게 영면 하소서”라고 기원했다.


평화협정운동본부 송무호 상임대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추모제를 올린다”면서 “요즘 정세는 열사님께서 조금은 위로 받으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학봉 시인은 ‘전사여 영원한 전사여’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통해 이곳에 묻혀 있는 넋들을 위로했다.
1부 추모제를 마친 후 이어진 2부 기원제에서는 ‘평화협정 기원문’을 통해 통일을 염원했다.


평화협정운동본부 회원 일동 명의로 된 기원문을 통해 참석자들은 “분단의 상처를 안고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이 자리에 서고 보니 한 맺힌 역사가 강물이 되어 가슴을 적신다”면서 “지난 2018년은 70여 년 분단 역사에서 일찍이 있어 본 적이 없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격동의 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늘 있었던 전쟁위기의 먹구름이 일거에 걷히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가 활짝 열린 대변혁의 해였다”면서 “남과 북은 서로 불신의 벽을 허물고 흔들림 없이 평화의 디딤돌을 놓았다”고 강조했다.


평화협정운동본부 회원 일동은 계속해서 “천지신명과 조상님께 기원한다”면서 “북·미 간 평화협정이 속히 이루어져 우리 민족에게 불안과 공포가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도록 굽어 살피고 도와주소서!”라고 기원했다.


이어 “촛불로 적폐정권을 심판한 우리 민중들이 이제 민족의 자주권을 찾아 적폐청산을 완성하는 길에 파도처럼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라고 거듭 기원했다.


주최 측은 이날 행사의 성격에 대해 “역사적인 남북정상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국통일의 전성기를 펼쳐나가야 할 새해가 밝았다”면서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반제자주통일의 열망을 안고 열사들이 하염없이 누워 계시는 적성 인민군 묘지를 찾아 결의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제는 강신(신을 모시는 행위)을 시작으로 고천문 낭독, 초헌, 아헌, 종헌, 사신, 철시복반을 거쳐 음복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북한군·중공군 묘역’은 경기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산55번지에 위치해 있다. 휴전선으로부터 약 5km 떨어진 곳이다. 묘역은 총 면적 6099㎡로 1묘역과 2묘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6·25 전쟁에서 전사한 북한군과 6.25 전쟁 이후 수습된 북한군과 남파공작원 등의 유해 824구가 안장되어 있다. 중공군 유해 362구는 지난 2014년 중국으로 송환되었다.


묘역은 국방부가 1996년 6월 제네바 협약과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강원도 인제군 원통 광치령 고개 등 전국에 흩어져 있던 ‘적군묘지’를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하면서 조성됐다.


이후 관리권이 지난해 12월 국방부에서 경기도로 넘어왔다. 경기도는 북한군 묘역을 전쟁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평화의 공간으로 조성해 관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묘역은 따뜻한 남쪽을 바라보지 않고 죽은 자들의 고향인 북쪽을 바라보게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 이곳의 성격을 뚜렷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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