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시계 조작' 이인규 돌발 폭로 대파문

MB정부 국정원,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으로 내몰고 대선 부정선거 공작까지

취재/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5/03/02 [13:56]

'논두렁 시계 조작' 이인규 돌발 폭로 대파문

MB정부 국정원,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으로 내몰고 대선 부정선거 공작까지

취재/김혜연 기자 | 입력 : 2015/03/02 [13:56]
노무현 서거한 지 5년 다 돼가는 지금 이인규 전 부장 돌발 폭로
‘노무현 망신 주기’는 검찰 아닌, 국정원 주도로 이뤄졌다는 주장

2009년 5월23일 토요일, 이른 새벽부터 언론이 떠들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추정 속보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오전이 되면서는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인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서다.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희대의 사건이었고, 온 국민은 충격에 휩싸였다. 누가, 또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인가? 사람들은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던 검찰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이었던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표적에 두고 서서히 그 주변부터 정리하며 목을 조였다.
 
▲ 원세훈의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지난 대선에도 개입해 부정선거를 벌인 상황이 되고 말았다     © 사건의내막
길고 긴 시간들을 버티고 버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결국 2009년 4월30일 대검찰청 중수부에 소환되는 치욕스런 상황까지 겪고 말았다. 대검 중수부에 소환된 역대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도덕성에서만큼은 우월하다는 자부심으로 참여정부를 이끌어왔던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선상에 오르게 된 참담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로 수많은 언론과 여론의 비난대에 오르게 된 노 전 대통령은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던 것이다.
여론은 급반전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체의 비리가 아닌 주변 인물들의 비리 문제였는데, 굳이 전직 대통령인 그를 전 국민에게 생중계까지 해가면서 망신 주기 소환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냐는 비난이 들끓었다. 검찰을 향해서였고, 그 비난은 고스란히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게로 꽂혔다.   

“盧 언론플레이는 국정원 짓”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이인규 전 부장이 돌발적인 폭로를 하고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망신 주기는 사실 검찰이 아닌, 국정원 주도로 이뤄졌었다는 폭로였다.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당시 국정원장은 원세훈이었고, 원세훈은 지금 지난 대선에서 선거에 개입했던 이유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 수감돼 있는 상태다.
원세훈의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지난 대선에도 개입해 부정선거를 벌인 상황이 된 것이다. 원세훈 그가, 국정원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거센 혼란 속으로 빠뜨려버린 셈이다. 더 중요한 점은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원세훈 전 원장이 자신의 혼자 판단으로 이렇게 엄청난 일들을 벌일 수 있었을까? 배후가 있다면 청와대가 지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단순히 원세훈의 문제가 아닌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죄행위라는 결론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지난 2월25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시계 등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4월30일 대검 중수부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까지 하며 망신 주기를 했던 검찰이 이제서 국정원 탓을 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원세훈 혼자 판단으로 그 엄청난 일들을 벌일 수 있었을까?
배후 있다면 청와대 지목될 수밖에…정권 차원 조직적인 범죄행위


▲ 길고 긴 시간들을 버티고 버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결국 2008년 4월30일 대검찰청 중수부에 소환되는 치욕스런 상황까지 겪고 말았다.     © 사건의내막
이인규 전 부장은 그러면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일부 언론은 노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마치고 돌아간 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권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국정원이) 그런 식으로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특히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두고 ‘검찰의 망신 주기식 수사’ 비난이 들끓으며, 노 전 대통령 죽음의 배경이 됐다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됐었던 데 대해서도 괴로웠던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전 부장은 “그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었다”면서 “이후 내 진로도 틀어지고 가족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 전 부장은 사표를 냈던 바 있다.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과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오히려 검사장으로 승진해 논란이 일기도 있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국정원의 공작은 철저하게 ‘노무현 망신 주기’에 맞춰져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촛불 집회’ 등으로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임 대통령에게 흠집을 내려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MB, 촛불 위기 타개하려 했나?
<경향신문>은 “2009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도 전에 대검에 직원을 보내 국정원 견해를 전달했다”며 “이 직원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게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되 시계 얘기는 흘리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때, 이인규 중수부장은 거절했지만, 국정원이 대검 수사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불만이 검찰 내부에 급속히 퍼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정원 ‘지침’은 전직 대통령 불구속으로 여론 역풍은 최소화하면서도 그에 대한 비난은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경향은 “한마디로 노 전 대통령 망신 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회갑 선물은 노 전 대통령의 금품수수 혐의의 본질이 아닌데도 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상징적이고도 쉬운 단어를 붙여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네이밍(이름 붙이기)’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며 “실제 ‘논두렁’ 얘기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누리꾼 등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논두렁에 가서 명품시계를 찾아보자’는 비아냥도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계에 관한 혐의사실 유포도 국정원 측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들은 수사 기법상 시계 얘기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도, 소환 직전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집중 제기됐다는 것이다.
특히, <경향신문>은 “국정원이 이 같은 여론전을 시도한 것은 2008~2009년 정부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무현 수사’가 이뤄진 2009년은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로, 촛불집회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며 “‘정권의 위기’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던 시점이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는 불리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나서자 국정원의 공작이 더해진 것”이라고 이명박 정권의 국정전환용으로 노 전 대통령이 이용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경향신문>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구속을 주장하는 검찰과 언론플레이를 주장하는 국가정보원이 멱살잡이까지 할 정도로 충돌했다는 증언을 기사로 내보냈다.
2월27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검찰 출신 고위 관계자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보낸 직원이 대검을 찾아와 불구속 기소를 요구하는 등 수사에 개입했다”며 “양측의 견해에 충돌이 있었으며, 이는 검찰 내부에서 상당 부분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양측 간의) 멱살잡이에 가까운 몸싸움도 벌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컨대 대검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를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에게 건의한 반면, 국정원은 여론 역풍을 우려해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되 시계 이야기 등은 언론에 흘리자”고 제안했다는 것.
이 과정에 국정원 측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 하자 검찰이 “수사권 침해”라며 반발하는 과정에서 격한 충돌이 벌어진 것이라고 <경향신문>은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동시에 분개했다. 2월25일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전직 대통령의 수사 내용을 과장·왜곡해 언론에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달한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즉각 상임위를 소집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새정치, 참을 수 없는 분노 ‘울분’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관련 브리핑에서 “국가정보원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검찰 수사 책임자의 고백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공작정치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정보위, 법사위 등 관련 상임위를 긴급 소집해 진실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검찰수사 결과가 허위로 언론에 제공되어 국민 여론을 호도했다면 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더욱이 정치에 개입할 수 없는 국정원이 퇴임한 대통령을 망신 주기 위해 이러한 공작을 벌였다는데 섬뜩한 충격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사 당시 근거 없는 피의사실이 무차별적으로 흘러나와 의문을 자아냈는데 대통령이 돌아가신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침통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아울러, “공작정치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왜 국가정보원이 전직 대통령을 망신 주기 위해 공작정치를 벌였는지 그 이유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면서 “국정원 누가 누구의 지시를 받아 어떠한 식으로 언론에 이런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제공했는지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분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범죄…진상규명하겠다”
이해찬 의원, “원세훈 잘 아는데 혼자서 이런 짓 할만한 위인 못돼”


▲ 이명박 정부는 불리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나서자 국정원의 공작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박완주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매일매일 중계되다시피 보도되던 노 전 대통령의 검찰수사 과정에 얼마나 충격적인 공작들이 있었는지 경악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런 언론플레이의 장본인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라고 하는데, 원세훈 전 원장이 ‘빨대 정도가 아니라 공작 수준에 가까운’ 행위의 최종 결정자였다고 생각한다”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 “원세훈 전 원장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사실이 인정돼 구속된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초유의 사태를 빚은 장본인”이라며 “국정원은 국내 최고의 정보기관이자,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며 “대통령 직속기관이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를 위해 근거 없는 사실까지 유포했다는 의미인데, 그것이 과연 원세훈 원장, 독단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알았는지, 알았다면 언제 알았는지, 사주했는지, 아니면 방조했는지 반드시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정원은 반민주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를 자행한 것이 드러났지만, 이번에는 공작정치까지 해온 것이 드러났다. 망설이지 말고 국정원 개혁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2월26일 브리핑에서도 “국정원이 ‘시계 언론플레이’를 검찰에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직접 공작에 나섰다고 한다는 검찰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면서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하게 하면서 여론을 조작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밝혀진 마당에 국정원이 즉각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고 하는데, 그 결과를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일갈했다.  
또, “검찰도 마찬가지다. 국정원이 시계 의혹을 언론플레이하자고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수사결과를 공유하고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라며 “‘논두렁에 버렸다’는 사실도 아닌 것을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여론을 호도하겠다는 추악한 의도가 밝혀졌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박 대변인은 “국정원의 공작사건이며, 중대 범죄행위”라며 거듭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사건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관련 상임위원회를 긴급히 소집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유은혜 대변인도 “국정원의 논두렁 시계 언론공작이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국정원이 이병기 원장 지시로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에 착수했다고 한다. 국정원의 조사결과를 엄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누구의 지시로 어떻게 이런 공작을 벌였는지 단 한 치의 숨김도 없이 밝혀내야 한다”며 “국정원이 사실을 감추려하다가 진실이 드러난다면 현직 원장이 물러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유 대변인은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패륜적 범죄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범죄 의혹에 대해 굳게 입을 닫고 있는 이유를 묻고 싶다”며 “새누리당은 관련 상임위의 긴급 소집에 대해서 적극 응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으로 재직했던 박범계 의원도 2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인규 중수부장의 노 대통령 수사 관련, 국정원이 언론플레이하고 빨대를 넘어 공작 수준이었다는 폭로는 사실일 것”이라면서, 이 전 중수부장이 뒤늦게 이 같은 폭로를 한 배경을 나름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당시 수사 주역은 이인규, 우병우 부장인데, 노 대통령 서거에 책임이 있던 당사자로서 억울하다는 형식을 띠고는 있으나 우 민정수석 취임 직후라는 점과, MB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공무상 비밀누설 공소시효 5년 경과 뒤 작심발언이라는 점,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 고공행진 국면에서 나온 점 등을 종합하면, 다목적 다용도 의도적 발언으로 보여짐”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부장이 뒤늦게나마 진실을 밝히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MB정권 시절의 범죄적 정치공작을 폭로한 것이라기보다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 아래 우병우 신임 민정수석 보호와 정권 차원의 MB 견제 및 자신의 보신 차원에서 폭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인 셈이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그나저나 수사 내용은 아무리 국정원이라도 검사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대검 중수부가 도청에 뚫리지는 않았을 테고…”라고 비꼬며 이 전 부장 등 중수부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강조했다.

원세훈, 주어진 또 다른 숙제
한편 이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과 연계돼 국정원을 향한 거센 분노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원세훈 전 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댓글 개입 사건으로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지난 2월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이 정치개입을 지시해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확정된 2012년 8월20일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을 선거개입으로 보고, 원 전 원장이 이를 지시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은 사실상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박근혜 후보 선거를 도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지난 대선이 국가기관 개입에 의한 부정선거였던 것이 재판부의 판결로 드러난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피고인들은 국정원의 소중한 기능과 조직을 특정 정당 반대활동에 활용했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동으로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야당에서는 더 이상 거리낌 없이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이 무너졌다”,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였다” 등의 격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전 같았다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이 같은 대선 불복성 발언에 발끈하며 역공세를 펼칠 법도 한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사안이 그만큼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참여정부 실세 국무총리를 지냈던 친노 좌장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은 지난 2월25일, 오랜만에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질문자로 나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고 선언했다.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실형선고 문제를 언급하면서다.
이해찬 의원은 “우리 사회가 2년 동안에 참 많이 혼란을 겪었다”며 “저는 가장 인상적인 것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얼마 전에 징역 3년을 받고 2심에서 구속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의 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이 된 것”이라며 “제가 정치하면서 이런 것은 처음 봤다”고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대통령 때, 그때도 국정원이 이렇게 선거에 직접 개입한 적은 없었다”면서 “어쩌다가 이 나라가 이런 꼴이 됐나? 대통령께서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없고 이용한 적도 없다는 것 저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쯤 되면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기관의 전 원장이 구속됐기 때문에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 의원은 “저는 원세훈 원장하고 서울시에서 같이 일을 해봤기 때문에 잘 안다”며 “그분이 혼자서 이런 짓을 할 만한 위인이 못 된다”고 배후가 따로 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도 언급했듯,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사실상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가 그 배후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친노 강경파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며 “여기에 조그만 잡티라도 부정선거가 개입됐다면 그 부분에 대해 한 표라도 도움을 받은 세력은 그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은 최소한 하는 것이 도리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보다 더 주목된 것은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규정한 대목이었다.
정 최고위원은 “입장을 밝혀야 된다고 요구하는 우리에게 대선 불복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돈당치 않다”면서 사실상 대선 불복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집권 3년차가 시작됨과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난관에 빠져들게 된 셈이다. 벌써 레임덕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 대통령이 이 난관을 정면 돌파할 것인지, 공식적 입장 표명으로 털어버리고 지나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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