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대출회사, 불법대출 판 키운다!

무직자를 재직자 만들어 고리로 돈 빌려주는 실태고발

취재/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4/04/21 [15:12]

허술한 대출회사, 불법대출 판 키운다!

무직자를 재직자 만들어 고리로 돈 빌려주는 실태고발

취재/이상호 기자 | 입력 : 2014/04/21 [15:12]
전화만 받으라’는 알바 문구에 혹한 20대 여성 결국 검찰조사까지
고객 신분증 이용해 휴대폰 개통부터 대출까지 한 통신판매원 구속
유선상으로 이뤄지는 대출, 허술한 점 많아 불법사례 이용 가능성 높아


부채 1,500만원, 급여 160만원을 받고 있는 박모(25세·여)씨는 많은 빚을 해결할 수 없어 부업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전화만 받아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에 남겨진 전화로 아르바이트를 문의했던 박씨. 그녀는 결국 넉달 뒤 경찰 및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취재/이상호 기자
경기도 안양에서 살고 있는 박모씨는 혼자서 돈을 벌고 있다. 가족은 그녀를 포함해 4명. 힘든 생계로 대출을 알아보았고, 빚은 2년새 1,500만원으로 늘어났다. 매달 이자비용과 가족 생활비를 빼고나면 그녀에게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이자를 내고 가족들 생활비를 지불하면 차비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주말에 편의점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점심값 정도를 벌곤 했다. ‘더 이상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다른 야간아르바이트를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던 중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전화만 받아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제목의 글을 보았다”
그녀가 전화를 건 곳은 불법대출알선사무소. 그곳에서 박씨에게 부탁한 것은 이른바 ‘재직전화’와 ‘재직증명서’였다. 즉 대출이 필요한 무직자를 회사에 다니는 것 처럼 꾸며 금융사로부터 돈을 받게 하는 수법이었다.
불법대출알선사무소는 그녀에게 대출금의 10%를 주겠다고 말했다. 돈이 필요했던 박씨는 이들의 제안에 선뜻 응했고, 지난해 11월 첫 번째 일을 맡게 되었다.
“그들은 먼저 재직증명서를 만들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알려주는 곳으로 이 증명서를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 몇시간 뒤 ‘000에서 전화가 가서 아무개씨를 찾으면 일을 한다고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실제 어느곳에선가 전화가 왔고, 대출받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묻기 시작했다.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했고, 이렇게 그날 네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출자가 손에 쥔 돈이 1,000만원이었다. 나는 이 중 10%인 100만원을 수고비 조로 받았다”
이렇게 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6차례에 걸쳐 허위재직증명서 발급 및 재직확인전화를 받았고, 그 댓가로 총 850만원의 수수료를 받게되었다.
“재직증명서 발급과 전화확인은 경리일을 하는 나로서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한달 일하고 150만원을 벌었는데, 이 일로 큰 돈을 짧은 시간안에 버니 욕심이 생겼다. 당시에는 멈추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문제 밝혀진 것은 한 대출회사 직원의 빠른 눈치때문이었다.
00캐피탈 수탁법인 업체로 이른바 대출 중계업을 하는 김모씨는 한 회사 직원들이 자신에게 대출을 여러차례 의뢰하는 것에 의구심을 가졌다.
“석달 사이에 한 회사에서 대출을 6명이나 받는 다는 것에 의심이 생겼다. 결국 내가 스스로 알아보기로 마음 먹었고, 대출을 의뢰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았다. 그러자 한 고객이 ‘작업대출’로 돈을 받은 것이라고 털어놓은 것이다”
더 문제인 것은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은 대출자가 불법대출알선사무실에 수수료로 60%를 준 것. 그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더 큰 대출건이 있으니 수수료 명목으로 많이 가져가야 한다면서 그 사람들이 대출금의 절반이 넘는 돈을 가져갔다. 그리고 연락이 두절되었다. 내가 잘못한 것이니 어디다가 하소연할 곳도 없었고 애만 태우며 속을 끓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대출금의 60%를 일당에게 빼앗긴 그는 모든 사실을 경찰에 털어놓았다. 지난 2월 그는 경찰조사를 받기로 결정, 모든 사실을 밝혔다. 경찰이 제일 먼저 찾은 것은 바로 재직전화를 받아준 박씨였다.
그녀는 “어느 날 경찰에게 전화가 왔다. 불법대출알선건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은 후 일주일 뒤 나는 경찰서로 향했고, 그간 있었던 일을 거짓없이 밝혔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재직전화를 부탁해 돈을 받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씩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사건이 점차 커진 것이다.
결국 사건은 경찰의 손을 떠나 검찰로 넘어갔고, 그녀는 또 다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검찰 조사에서 주목한 것은 불법대출알선업자들을 검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과 통화만 했을 뿐 만난적도 없었다. 검찰에서는 ‘어떻게 돈 거래가 오고가면서 얼굴 한번 보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 의심을 했지만 사실이었다”
결국 지난주 박씨는 기소되었고, 그녀는 현재 불구속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허술한 대출관리... 불법대출 키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허술한 시스템과 관련, “전화상으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휴대전화와 은행계좌, 인적사항· 재직확인 등을 확인하지만 기본적으로 유선상이기 때문에  정보의 실제 여부는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14일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휴대전화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28)씨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시가 1억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무작위로 개통하고, 이를 이용해 3천만원의 불법 대출까지 받았다.
이씨는 자신의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고객 35명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범죄에 이용했다.
특히 이씨는 휴대전화 개통 시 자신을 믿고 신분증을 맡긴 일부 고객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고 대부업체를 이용해 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을 보면 여러 곳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 A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이씨에게 전화 개통을 부탁하며 신분증을 맡겼다.
이씨는 이 신분증을 이용해 A씨 몰래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했다.
첫 번째 은행에서는 본인 확인 절차를 꼼꼼히 확인해 계좌 개설에 실패했지만, 두 번째 찾아간 은행에서는 이씨에게 A씨 이름으로 된 은행계좌를 발급해줬다.
이후 이씨는 고객의 이름으로 또 다른 휴대전화를 하나 더 개통했다.
이씨는 대출 과정이 비교적 간단한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었고 휴대전화와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로 본인 인증을 거쳐, A씨 이름의 은행계좌로 손쉽게 돈을 대출받았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요구한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은행계좌 등 개인정보가 이미 이씨의 손에 있었기 때문에 범행은 간단했다.
여상봉 익산경찰서 수사과장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됐다”면서 “먼저 은행의 허술한 본인확인, 대부업체의 간단한 대출절차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막으려면 피은행과 대부업체도 개인 신상 확인 절차를 행정적으로 보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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