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끌 10대 키워드 미리 보기

기해년 소비 키워드는 ‘피기 드림’…세포마켓·뉴트로 뜬다!

정리/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8/11/14 [11:06]

2019년 이끌 10대 키워드 미리 보기

기해년 소비 키워드는 ‘피기 드림’…세포마켓·뉴트로 뜬다!

정리/송경 기자 | 입력 : 2018/11/14 [11:06]

구구절절 설명보다 ‘기승전-­컨셉’ 시대…마케팅은 컨셉팅으로 진화
내 인생의 무대 연출하듯 모두 감독이 되어 컨셉 즐기는 소비 현상

 

SNS 기반으로 한 개별 크리에이터, 1인 미디어에서 ‘1인 마켓’ 발전
요즘의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뉴트로’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렘

 

1. 컨셉을 연출하라(Play the Concept)


‘#한강갬성’을 아는가? 이를 보고 ‘감성’의 오자라고 생각한다면 트렌드 무지의 소치다. ‘갬성’은 오늘날 자기 연출에 푹 빠진 소비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단어다. 2019년의 첫 번째 트렌드 키워드가 그냥 ‘컨셉’이 아니라 ‘컨셉의 연출’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재미있거나 희귀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갬성’ 터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컨셉이 될 수 있다. 이미지에 열광하고 변화무쌍함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기능이 아니라 컨셉을 소비한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컨셉이 우선인, ‘기승전­컨셉’의 시대. 마케팅은 컨셉팅으로 진화한다.

 

▲ ‘#한강갬성’을 아는가? 이를 보고 ‘감성’의 오자라고 생각한다면 트렌드 무지의 소치다.    


“그냥 좋아서는 안 된다. 컨셉이 있어야 한다. 가성비나 품질보다 컨셉이 화두가 된 시대다.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컨셉을 연출하는 ‘컨셉러를 자처하며 직관적인 미학 순간적 인 느낌, 가볍고 헐거운 컨셉에 빠르게 반응한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콘텐츠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많은 기업들 역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컨셉 개발에 열심이다. 컨셉에 죽고 사는 소비자들은 셀카 한 장도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 찍기 위해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컨셉이 분명한 전시회나 특별한 이벤트를 찾고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세대가 바로 반응하는 것은 짧고 재미있는 컨셉이다. 나아가 컨셉만 확실하다면 대충 만들어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컨셉의 등장은 분절되고 파편화된 하이퍼텍스트가 특징인 하이퍼 모던 시대를 어릴 때부터 경험한 디지털 원주민들, ‘플로팅floating) 세대’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의 특성인 맥락과 서사의 실종이 컨셉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있는 소비’가 만족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쾌락적이고 유희성이 강한 컨셉 있는 소비가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끊임없이 유동하는 감각적인 젊은 세대는 이미지에 열광하고, 가능이 아니라 컨셉을 소비한다. 이들의 마음을 여는 것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이해보다 가벼운 터치와 작관적인 감성이다. 이제 기업들은 자기만의 컨셉을 가지고 고객들과 수평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구매의 근거가 이유에서 컨셉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마케팅하지 말고 컨셉팅하라.”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도 맑은 어느 날, 한강 공원에 간다고 가정 해보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 교수는 이 질문에 ‘그저 맥주 한 캔’ 정도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초보”라고 평가했다.


“우선 원터치텐트를 빌려야 한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감성 돋는 음악을 장착하고 미니 테이블과 그에 어울리는 예쁜 도시락도 필요하다. 저녁이 되면 미니 전구나 휴대용 무드 조명도 필수다. 여기에 에어베드까지 있다면 완벽한 힐링 컨셉의 완성이라 하겠다. 이렇게 연출된 하루는 하나의 해시태그로 마무리된다.”


실제로 #한강갬성 한 장의 사진을 찍더라도 컨셉에 살고 컨셉에 죽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컨셉이 있어야 진정한 갬성사진이 완성된다. 갬성은 감성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다른 말이기도 하다. 감성이라고 하면 ‘갬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감성을 굴려서 발음한 갬성은 감성보다 감각적이고 순간적인 느낌을 표현할 때 쓰인다.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감성이 보편적인 정서라면 갬성은 각자에게 특화된 정서라 고 정의한다.
김 교수는 “그래도 갬성이 무엇인지 알쏭달쏭하다면 인스타그램에서 #갬성을 검색해보면 느낌으로 알 수 있다”면서 “말로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 그것이 바로 갬성”이라고 설명했다.


“갬성이 특화된 정서라면, 컨셉은 그 정서를 느끼기 위한 직관적인 자극이다. 대한민국의 소비 시장에 컨셉러(건셉+er, 컨셉을 증시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의 신조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직관적인 미학, 순간적인 느낌, 가볍고 헐거운 컨셉에 빠르게 반응한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콘텐츠에 열광하고 이성적인 이해보다 감성적인 공감을 선호한다. 이러한 모든 컨셉의 최우선적인 목적은 당연히 내가 가장 돋보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에게 맞는 컨셉을 잡고 그에 맞는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실 컨셉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디자인 컨셉. 방송 컨셉, 제품 컨셉 등 모든 창작자들은 컨셉을 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이제 컨셉을 찾고 컨셉을 연출하는 일이 전문 창작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마치 내 인생의 무대를 연출하듯 모두가 감독이 되고 누구나 작가가 되어 컨셉을 찾고 즐기는 소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컨셉이라는 이름의 연극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흔자 산다>는 항상 시청률 상위를 달리는 인기를 누린다. 그중에서도 개그맨 박나래가 화제인데, 그를 유명하게 한 ‘나래바’는 바로 컨셉의 힘을 잘 보여준다. 2년 전 ‘나래바’는 소파에 앉아서 예술을 논할 것 같은 프렌치 시크 컨셉이었는데, 이사를 하면서 꾸민 새 나래바는 컨셉을 구현했다. 걸그룹 마마부의 멤버 인 화사의 경우 나래바를 벤치마킹해 자신의 집 한쪽에 이자카야 컨셉의 ‘화사야’를 완벽하게 컨셉팅하기도 했나. 이처럼 ‘내 집 안의 작은 술집이라는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아이템들이 있다. 홍콩 컨셉에는 홍콩 뒷골목 어딘가 있을 것 같은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의 조명이 필수고 이자카야 풍은 나무를 깎아 만든 것 같은 일본 분위기의 네온사인 간판이 빠질 수 없다.”


미국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은 “사회학에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연극과 같다”고 했다. 배우가 관객을 대상으로 무대에서 연기를 하듯, 사람들도 타인을 대상 으로 일종의 연극과 같은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이 연극의 목적은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연극을 통해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드러내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은 통제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


또한 고프먼에 따르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누구나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기를 연출한다고 한다. 여기서 연출의 방식은 물질적인 것부터 비물질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계급사회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수 있는 옷, 에티켓, 말투 등이 중요했고, 이후에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질적 부의 정도가 나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자기 컨셉을 연출해야 한다면, 문제는 무대 위에 어떤 연극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다. 비싸고 좋은 아이템. 일등소품만으로 잔뜩 치장한 무대에는 이제 관객이 오지 않는다. 특별한 무대장치가 없어도 매력 있는 컨셉만 있다면 셀프 연출에 성공할 수 있다.

 

2. 세포마켓(Invite to the ‘Cell Market’)


1인 미디어의 등장은 한마디로 미디어 판을 뒤집었다. 이번에는 유통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SNS를 기반으로 한 개별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1인 미디어에서 ‘1인 마켓’으로 발전한다. 누구나 온라인에서 가게를 열고 물건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시대다. 거대 플랫폼과 각종 비대면 결제 서비스의 발달은 이의 기폭제가 되면서 이른바 ‘셀슈머(sellsumer 혹은 cellsumer)’의 등장을 촉진한다. 지금 유통의 새로운 판이 짜이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에서 프로슈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 이들은 ‘판매 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에서 셀슈머(sellsumer)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셀슈머들이 판매하는 상품과 채널은 매우 기본적이면서도 무척 다양하다. 이는 생명을 이루는 기능적·구조적 기본 단위이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포(cell)와 유사하다.”


이에 따라 김난도 교수 팀은 프로슈머 2.0 형태의 공급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극도로 세분화된 세포 단위의 시장을 ‘세포마켓(Cell Market)’이라 명명했다.

 

3. 요즘옛날, 뉴트로(Going New-tro)


사람들이 <응답하라> 시리즈에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다. 1020 세대에게 과거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이다.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익선동 골목길을 찾고 이미 자취를 감춘 LP판을 꺼내 들며 추억의 전자오락실 게임에 열중한다. ‘레트로’가 과거의 재현이라면 새로운 과거, ‘뉴트로’는 과거의 새로운 해석이다. 브랜드 헤리티지와 아카이빙(archiving)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의 편의성과 반비례해 자기 통제권을 잃어가며 무력감에 찌든 N포세대에게 과거에 대한 동경심은 잠시나마 힘든 현실을 회피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80년대를 겪지 않은 1020 세대가 그 시절을 동경하는 것은 장밋빛 미래가 없는 현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팍팍한 현실 탓인지 배부른 투정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요즘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유명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뉴트로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렘이다.”

 

4. 필환경(Green Survival)


당신이 4년 동안 버린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미국의 한 환경운동가는 그것을 1리터도 안 되는 작은 병에 담았다. 이제 목표는 아예 쓰레기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능해야 하는 것이 ‘필환경’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에 들어가는 환경 부담을 제로로 만드는 것. 이는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지구의 전 생명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즐겁고 유쾌한 ‘필환경’의 실천 현장을 찾아가본다.


“미래 고객인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가 환경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친환경 경영은 필수적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한 기업 중 친환경 제품을 표방하는 브랜드인 올버즈(Allbirds)의 성공은 눈여겨볼 만하다. 구글 최고경영자인 래리 페이지가 신는 신발이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한 신발 회사로 유명한 올버즈는 실리콘밸리 운동화로도 알려져 있다. 올버즈는 지난 2년간 100만 켤레 이상의 신발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는데, 그 인기의 비결은 개념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에 잘 부합하는 제품 전략을 펼친 것이다.”

 

5. 감정대리인 내 감정을 부탁해(You Are My Proxy Emotion)


아기를 키우고, 연애를 하고, 반려견을 입양하고,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바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즐거운 것만 보고 좋은 감정만 느끼려고 한다. 직접 말하는 것이 불편해 내 감정을 대신하는 이모티콘을 날린다. 대신 화내주고, 대신 욕해주고, 대신 슬퍼해주는 서비스의 등장. 이른바 ‘감정의 외주화’다. ‘감정의 맥도날드화’는 지금 무슨 현상을 낳고 있는가?


“얕은 감정이 오가는 사이에 부정적 감정은 갈 곳을 잃게 된다. 해피엔딩의 드라마와 같이 갈등은 금세 해소되고 늘 행복감으로 마침표를 찍는 감정 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슬픔도 거부하고 있다. 성인 남녀 8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40.3%가 '최근에 우는 사람을 보고 싫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11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비하해서 “즙 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서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자주 나오자 일부 시청자는 ‘즙로듀스’라는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어라운드(AROUND)’와 같이 익명의 대중에게 위로받는 앱이 인기를 얻는 것도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곳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렇게 당당히 드러내지 못하고 발설되지 못한 감정들은 쌓이고 쌓여 자연히 감정대리인의 몫이 된다.“


6. 데이터지능(Data Intelligence)


오늘 뭐 입을까? 내일 데이트 어디로 갈까? 점심은 뭘로 하지? 어디 입맛에 맞는 커피 없을까? 이에 대한 답은 이제 ‘데이터’가 알려준다. 인공지능을 넘어 데이터지능의 시대로 오면서 데이터는 정보로, 정보는 지식으로, 지식은 지혜로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된다. 데이터에 의한 결정, 데시젼 포인트가 가까워오고 있다.


“중국 내 2위 보험사 핑안보험은 이러한 데이터 인텔리전스를 적극 활용하는 회사다.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해 AI기술로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보험 상품을 추천하고, 대출 상품도 권유한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한다. 대출을 신청한 고객 앞에 설치돼 있는 안면 인식 카메라를 통해 상담요원은 “현재 소득은 얼마냐, 직업이 무엇이냐”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카메라는 대출자들의 답변 표정과 행동 등을 읽어낸 후 빅데이터 기반 AI 기술을 바탕으로 대출자가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지의 여부까지 분석한다.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거짓말을 하는 고객에게 대출해줄 때는 좀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한다.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은 일이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핑안보험 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보험회사들이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연동한 인슈어테크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7.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Rebirth of Place)


은행과 카페, 호텔과 도서관, 자동차 전시장과 레스토랑, 공간의 협업이 즐거움을 준다. 주변환경에 따라 피부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공간의 화려한 변신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카멜레존’으로 이름 붙일 수 있는 명소들이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쇼핑몰은 물론이고 전시장과 공연장,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색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에 밀리는 오프라인에게 카멜레존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될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프라인 매장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옛날 방식의 매장이 망하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들이 신기술을 입거나 융합을 시도하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등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다면 얼마든지 다시 설 자리는 있다. 온라인 유통의 성장세가 이어질수록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의 효용과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 결정자라기보다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존재다. 온라인 쇼핑이 주는 편리함뿐만 아니라 직접 상품을 만지고 사용해보는 시각적·감각적 경험까지 기대한다.”

 

8. 밀레니얼 가족(Emerging ‘Millennial Family’)


‘3신가전’을 아는가? 밀레니얼 가족의 밥 잘 사주는 엄마에게 꼭 필요한,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 그리고 빨래건조기를 말한다. 이제 집안일은 이들에게 맡기고 엄마들은 자신을 가꾸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햇반을 비롯한 가정간편식의 주 구매층도 1인 가구에서 다인 가구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가족은 소중한 존재다. 가정이 중요한 것도 안다. 하지만 먼저 ‘내’가 있고 그리고 ‘가족’이 있다. 이들에게 집은 ‘적정 행복’의 장소일 뿐이다.


“1996년 CJ제일제당이 ‘햇반’을 처음 출시했을 때만 해도 가장 큰 과제는 ‘즉석밥을 자녀에게 내주는 부모의 심리적 죄책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였다고 한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요리 대신 조립’이 대세인 최근의 변화가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것이다. 불과 20년 만에 한국 식산업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산업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상품을 소비하는 가족들의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바뀐 가족을 우리는 ‘21세기형 밀레니얼 가족’이라고 명명한다. 한 가족의 식사에는 그 사회의 문화와 가정의 관행이 담겨 있다. 단지 얼마나 많은 가족이 간편식을 구매하느냐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간편식으로 표상되는, 낯선 사고방식을 가진 새로운 가족 집단이 등장한 것이다.”
 
9. 그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As Being Myself)


라라랜드가 꿈꾸는 이들의 도시라면 ‘나나랜드’는 궁극의 자기애로 무장한 사람들의 땅이다. 나나랜더에게 타인의 시선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나의 기준이 모든 것의 중심이다. 탈 규범화에 익숙한 이들은 기존 세대가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관에 반기를 든다. 넉넉한 체형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최고의 모델로 등극하고 40대 여성이 아이돌 팬으로 ‘입덕’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곳, 바로 나나랜드다.


“나나랜더에게 남의 시선, 사회의 기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나를 보는 ‘나’의 시선이 가장 중요하고, 나의 기준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는 이들이다. 이들은 지금 이대로의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가장 사랑한다. 물론 이전에도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을 아끼는 방식은 타인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스펙을 얻기 위해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 나를 사랑하는 방법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가장 중요한 존재, 내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하기 시작했다. ‘왜 굳이 그런 노력을 해야 하는 건데?’라고.”

 

10. 매너 소비자(Manner Maketh the Consumer)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로 인한 사회적 피해비용이 연간 8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소비자의 악의적인 갑질에 고통 받는 근로자들도 너무 많다. 유교적 전통에 기반한 뿌리 깊은 위계질서 문화가 갑질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문화 타령만 할 것인가? 사회적 제도와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워라밸에 이어 근로자와 소비자 사이의 매너 균형을 도모하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의 지향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세대 직원들의 이직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감정노동’에 시달려온 서비스업 근로자들을 더 이상 고객의 횡포에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18년의 주 52시간 근로나 워라밸 중시가 직장문화의 시간적?양적인 개선에 관한 것이라면, 감정노동 보호는 그 근무시간 안에 어떤 근로를 할 것인가에 관한 ‘질적인’ 변화를 다룬다. 업주나 경영자 입장에서도 직원에게 무조건 참고 무조건 친절하라고 강요하기 어렵게 됐다. 자신의 자존감과 권리 의식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가 대거 취업 전선으로 뛰어들면서 기존에 묵인되었던 ‘고용인·피고용인’ 관계나 ‘고객-종업원’ 관계에서의 부당한 요소들이 수면 위로 표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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