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정원 회장의 ‘에너지 사업’ 뚝심

3년 만에 결실…“하반기에만 1조원 수주 성공”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10/27 [14:38]

두산 박정원 회장의 ‘에너지 사업’ 뚝심

3년 만에 결실…“하반기에만 1조원 수주 성공”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10/27 [14:38]

두산 박정원 회장의 뚝심 경영이 성과를 보고 있다. ‘연료 전지’ 사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생각한 박 회장의 집중 투자가 빛을 발해, 생산능력과 기술면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발전용 업체’로 등극한 것이다. 이에 하반기에만 1조여 원에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고, 앞으로 유럽 등 신시장 진출 길도 활짝 열렸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신에너지 정책’으로 원전 해체의 대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두산의 앞길이 밝다는 평가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올 매출 5500억 3배 급증…핵심기술 100% 국산화 천명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 올 영업이익 흑자전환 전망

美공장증설·익산 新 공장까지 집중투자로 선두 치고나와

‘원전 해체산업’ 육성 공식화…친환경 에너지 행보 수혜

 

▲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사진제공=두산>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발전용 연료전지에 대한 집념이 3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두산의 전북 익산 연료전지 공장(조감도)이 연말까지 정상 가동에 성공하면 생산능력과 기술면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발전용 업체로 올라선다.

    

하반기 1조 수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두산은 한화에너지가 충남 대산산업단지에 짓는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 발전소(50MW급)에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연말까지 SK E&S가 짓는 강동 연료전지 발전소(39.6MW급)에도 연료전지를 공급해 하반기에만 9159억원의 수주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수주는 1153억원에 불과했지만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따내며 올해 1조1260억원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두산은 전망했다. 이는 작년 수주금액(4435억원)의 2.5배 수준이다. 올해 매출도 5500억원으로 작년(1800억원)의 3배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스코틀랜드를 비롯해 해외시장 공략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동현수 두산 사장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등 신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연말 126MW의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능력을 갖춰 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게 된다. 지난 5월 준공한 익산 공장(60MW) 가동이 연말까지 정상 수준에 도달하면 미국 코네티컷주 현지 공장(두산퓨얼셀아메리카)과 함께 126MW급 발전능력을 갖추게 된다. 1MW는 1000명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전력량이다.

 

두산 관계자는 “그동안 발전업계에서 미국 GE나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즈(MHPS)를 뒤쫓는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였지만 조만간 ‘퍼스트무버(선두주자)’로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내 라이벌 포스코에너지를 제치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연료전지시장은 그동안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으로 양분돼 있었으나 최근 두산의 신규수주 우위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두산의 연료전지사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연료전지 발전소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총 230MW 규모의 발전설비가 설치돼있다. 포스코에너지가 180MW를 공급해 전체 설비량의 78%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50MW(22%)는 두산이 공급했다.

 

포스코는 2003년에 연료전지사업을 포스코의 새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뒤 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사업확대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8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로 이어졌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는 고온형 연료전지 발전기의 핵심부품인 스택의 수명이 기존 예상치인 5년보다 짧아진 탓에 장기서비스계약(LTSA)과 관련한 비용이 급증하면서 연료전지사업에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택은 개별전지를 묶어서 만든 발전기 본체를 말한다. 포스코에너지는 미국 퓨어셀에너지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스택을 생산했으나 품질보증기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를 교환해주느라 영업활동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연료전지사업에서 모두 22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사업의 손실이 확대되자 2015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료전지부문에서 단 한 건의 수주도 따내지 못했다.

 

반면 두산은 포스코에너지보다 연료전지사업에 늦게 뛰어들었으나 박정원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덕에 연료전지사업에서 순항하고 있다. 두산은 2014년 미국의 연료전지기업 클리어엣지파워와 국내기업 퓨어셀파워를 인수하며 연료전지사업에 큰 힘을 실었다. 당시 두산 회장을 맡고 있던 박 회장이 연료전지기업 인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인수합병을 통해 인산형 연료전지(PAFC) 생산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고 2015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산그린에너지의 연료전지발전소에 30MW 규모의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두산은 5월에는 64MW 규모의 인산형 연료전지 생산공장을 준공하며 연료전지사업의 생산과 판매, 시공까지 전 부문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사업에서 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두산에게 큰 기회가 되고 있다”며 “연료전지사업 경쟁기업이 단기적으로 부재한 상황에서 두산이 연료전지사업을 하기에 매우 유리한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한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은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텍을 양산하는 데 실패해 이 시장을 포기했다.

    

▲ 두산은 지난 6월23일 전북 익산시 제2일반산업공단에 연료전지 공장을 준공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가운데)이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두산> 

 

미국시장 진출

 

이같은 박정원 회장의 두산이 또 다른 도전을 앞뒀다. 두산이 미국에 전기를 판매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만드는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해서 주정부 등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연료전지를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의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마련한 돌파구다. 연료전지는 박정원 두산 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갖는 분야라는 점에서 전기 판매는 박 회장의 ‘에너지 뚝심’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두산 연료전지 사업부문(BG) 관계자는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라 PPA(전력판매계약) 사업을 진행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PPA란 민간발전사업자가 전기를 생산해 수요자와 계약을 맺어 판매하는 것이다. 두산이 판매할 전기는 발전용 연료전지를 통해 생산한다. 두산은 미국 북동부 코네티컷에 위치한 두산 퓨얼셀 아메리카 사업장에서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고효율 친환경 발전 시스템이다. 두산 관계자는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이라며 “시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은 전력 수요자 인근지역에 소규모 발전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 시장이 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발전용 연료전지는 컨테이너 박스 모양이라 어디든 설치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두산이 전력 수요 거점에 직접 발전용 연료전지를 갖다놓으면 수요처도 인프라 설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은 민영 전기사업자가 전체 인구 75%의 전력공급을 담당할 정도로 잠재 고객들이 많다.

 

두산이 미국에서 연료전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이다. 박정원 회장이 국내 연료전지 선도업체인 퓨얼셀파워와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한 뒤 코네티컷에서 두산 퓨얼셀 아메리카라는 통합 법인을 출범시켰다.

 

이후 두산은 2015년 미국 시장에서 16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지만 지난해에는 해외 시장을 통틀어 329억원치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와 석유·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연료전지 시장 위축 가능성에 대비해 전기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지만 연료전지 시장 자체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29개 주정부 주도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계획이 유지돼 연료전지 연평균 잠재시장은 420대로 추산된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성장 중이다. 두산의 국내 수주 실적은 2015년 3910억원에서 지난해 4106억원으로 늘었다. 두산 관계자는 “시작한지 2년만에 국내외 수주 규모가 1조원을 넘겼다”며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PS) 덕분에 앞으로 수주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의 국산화

 

두산은 기술, 부품, 조립 등 전 공정의 국산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미국 현지공장에서 조달해야 했던 스텍도 연말까지 기술 이전을 마무리하면 100% 국내 양산이 가능해진다. 두산은 한때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불리던 클리어엣지파워가 파산하자 이를 330억원의 헐값에 인수,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같은 해 국내 업체 퓨어셀파워도 사들이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는 박정원 회장이 당시 (주)두산 회장일 때 주도한 사업들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회장 취임식에서 “연료전지사업을 글로벌 넘버원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뿌린 씨앗이 3년 만에 성과를 보게 된 것이다.

 

그룹 내 발전용 연료전지사업부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주)두산 내 매출 비중은 8%에 불과했지만 올해 12%, 내년 19%까지 증가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추정했다. 성장 전망도 밝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오염물질 배출이나 자연훼손, 소음 등의 피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태양광, 풍력발전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2015년 4.5%에 머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29년까지 11.7%로 높인다는 계획이어서 연료전지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두산의 잠재 경쟁 상대는 LG다. LG그룹은 2012년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롤스로이스의 자회사 롤스로이스퓨얼셀시스템즈를 인수한 뒤 현재까지 건물용,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 두산중공업이 건설한 제주 탐라해상풍력단지. <사진제공=두산> 

 

이어지는 호재

 

에너지 관련해서 박정원 호 두산의 호재는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원전 해체사업 확대를 공식화하면서 두산중공업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우려가 사라진데다 신재생에너지발전 사업과 원전해체산업 분야에서 두산중공업이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재개를 권고하면서 두산중공업이 최대 1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 우려를 던 것으로 파악됐다. 두산중공업은 신고리 5·6호기 사업에 2조7,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원전에 들어가는 원자로 등 주기기에 2조3,000억원, 건설분야 4,600억원 등이다. 공사가 중단되면 주기기 사업은 약 1조1,300억원, 건설은 3,900억원 정도의 매출이 사라질 위기였다. 하지만 공사가 재개되면서 남은 1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계획대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위가 공사 재개 외에 원전비중을 축소하는 시민참여단의 내용도 권고하면서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도 지속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본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서남해 해상풍력프로젝트에 사용되는 풍력발전기 제작에 단독 참여할 만큼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현재까지 인천 영흥 육상풍력과 전남신안, 탐라 해상 풍력프로젝트 등 국내 주요 풍력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또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발전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LNG발전 주기기인 가스터빈 국산화 국책 과제를 수행 중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발표될 8차 전력수급계획에는 LNG발전과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관련 정책들이 다수 담길 것”이라며 “두산중공업은 LNG발전과 해상풍력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재는 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해체시장을 키우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6월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 해체작업 가운데 제염·해체 작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원전 해체시장이 커지면 이 분야의 기술개발과 해외업체와 기술 제휴중인 두산중공업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원전과 LNG, 석탄에 이어 풍력, 최근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며 “한국형 원전 수출 사업은 물론 원전해체 사업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원의 뚝심

 

이같은 두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박정원 회장은 대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두산산업(현 두산 글로벌BU)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오비맥주 상무, 두산 부사장·사장, 두산산업개발·두산건설·두산 부회장, 두산건설·두산 회장을 거쳐 입사 31년 만인 지난해 3월 두산그룹 총수의 자리에 올랐다.

 

두산의 바닥부터 시작해 수십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박 회장은 준비된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안팎에선 외부 노출이 많지 않은 탓에 은둔형 경영자라는 별명도 있지만 주요 사업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직접 점검하는 현장형 경영자기도 하다.

 

일례로 박 회장은 올 하반기 첫 경영일정으로 체코 플젠과 도브리스에 있는 두산스코다파워(두산중공업 자회사), 두산밥캣 EMEA(유럽·중동·아프리카)법인을 방문해 현지상황과 신제품 등을 직접 살폈다.

 

국내 재벌 오너 3·4세 중 손꼽히는 우수한 경영능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도 있다. 2015년 KBS 탐사보도팀이 대학교수, 증권사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공공·민간연구소 전문가 50여명에게 의뢰해 30대그룹 재벌 3·4세의 경영능력을 평가한 결과 박 회장은 승계 정당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회사 발전 전망부문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 이어 4위로 평가됐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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