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대체의학 ‘자연치료’ 뒤 숨은 진실

“자연치료라는 달콤한 거짓말, 대체의학을 믿으시나요?”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07/07 [10:02]

친절한 대체의학 ‘자연치료’ 뒤 숨은 진실

“자연치료라는 달콤한 거짓말, 대체의학을 믿으시나요?”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7/07/07 [10:02]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병원 약을 안 먹이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병원을 불신하며, 자연치유나 대체요법에 기댄다. 치유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몇몇 사람들의 방법을 따르다가 치명적인 상태에 이른 이들에 대한 기사가 심심찮게 나온다. 배웠다는 부모들이 18세기에나 사용할 치료법을 선택하는 어이없는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막연한 믿음이 있다. 이를 테면 인공적으로 만든 약보다 자연에서 추출한 약이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는 믿음, 현대 의학이 아직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민간 치료법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는 믿음 등이다. 이런 믿음은 현대 의학이 한계를 보일 때 더 강해진다. 긴 대기 시간 끝에 만난 권위적인 의사가 턱없이 짧은 진료 뒤에 제시하는 치료법보다는 훨씬 순하고, 훨씬 환자를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치료법에 이끌리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백신 전문가 폴 오핏(Paul A. Offit) 교수는 현대 의학에 대한 실망에 편승해서 자신들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체의학의 실상을 고발하며 “거대자본과 결탁한 제도권 의학에 탄압당한다는 대체의학의 프레임 뒤에는 미국에서만 340억 달러로 성장한 거대한 비즈니스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체의학은 과연 자연치료인가, 거짓말인가? 폴 오핏 교수의 주장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주>

 


 

 

미국 백신 전문가 폴 오핏 대폭로, 친절한 대체의학 뒤 숨은 진실

‘현대의학 실망’에 편승해 치료 주장하는 대체의학의 실상 고발

탄압당한다는 대체의학 프레임 뒤엔 340억 달러 거대 비즈니스

대체의학은 사이비 의료인과 결탁해 그릇된 정보 퍼트리며 급성장

“대체의학 없다, 오직 치료하는 의학과 치료 못하는 의학 있을 뿐”

 

▲ 현대인들은 대체의학을 따라 헤맨다. 활력을 얻기 위해 고용량 비타민을, 정력을 위해 한약을 복용하고, 면역력 강화를 위해 인도 향신료를 찾는다. <사진출처=Pixabay>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혜연 기자] “미국인들은 대체의학을 무척 좋아한다.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침술사나 척추지압사, 자연요법사를 찾아다닌다. 기억력을 좋게 하려고 은행을 먹고, 독감을 치료하기 위해 동종요법 치료제를 찾는다. 활력을 얻기 위해 고용량 비타민을, 정력을 위해 한약을 복용하고, 면역력 강화를 위해 인도 향신료를 찾는다. 미국인의 50퍼센트가 이런저런 형태의 대체의학을 이용하고 10퍼센트는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한다. 대체의학은 연간 340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다. 내 친구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어떤 친구는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 비발열성 레이저 치료를 이용하고 어떤 친구는 감기를 낫게 하려고 오실로코시넘이라는 동종요법 치료제를 복용한다. 또 다른 친구는 요통을 완화하는 데 침술만한 게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소아과 및 백신학과 교수 폴 오핏(Paul A. Offit)의 말이다. 필라델피아 소아과 병원 전염병과장 및 백신교육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메릴랜드 의과대학에서 에드먼드 브래들리상 소아과 부문 우수상, 미국전염병학회에서 백신 개발 부문 청년연구자상,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연구경력개발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 최고의 백신 분야 전문가인 그가 지난 10년간 질병과 백신을 둘러싼 대중적 오해와 맞서 싸운 지도적인 인사로 변한 이유는 무얼까.

    

질병과 백신 둘러싼 대중적 오해

 

“1960년대만 해도 비주류 의학이니 비정통 의학이니 하며 폄훼되던 대체의학이 이제는 당당히 주류의 대열에 들어서게 된다. 병원은 처방약 목록에 건강기능식품을 포함시키거나 환자들에게 기 치료사의 도움을 받게 하고, 의대생들에게 치유 에너지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친다. 2010년 6000개의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가운데 42퍼센트가 이런저런 형태의 대체의학 요법을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유를 들어봤더니 거의 모든 병원에서 ‘환자가 요구한다’라고 대답했다. 거대 제약회사도 대체의학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2012년 2월27일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는 미국 최대의 메가비타민 제조사 가운데 하나인 알레이서를 인수했다.”

 

“대체요법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주류 의료인들은 냉담하고 오만하며,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치료법을 쓰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와는 반대로 대체요법 치료사들은 인위적인 치료법 대신 자연적인 치료법을 쓰고, 환자와 거리를 두기보다 환자를 편안하게 대하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한 가지 처방전을 적용하면서 번호표를 뽁고, 차례를 기다리며 무뚝뚝한 태도를 보이기보다 개개인에게 맞는 치료 방법으로 살뜰하게 주의와 관심을 끈다.”

 

오핏 교수는 20대 때 골관절염, 30대 때 전이성 악성흑색종, 50대 때 슬개골 연골 연화증과 전립성비대증을 앓는 등 불행한 일들을 겪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전통 의학을 포기하라고 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전립선을 치료하려먼 톱야자를, 발과 무릎의 통증을 치료하려면 황산콘드로이친과 글루코사민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 처방전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들은 명색이 의사인 오핏 교수에게 정형외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서는 안 되고, 침술사나 척추지압사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처방약을 받으러 비뇨기과 의사에게 갈 게 아니라,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보다 자연에 가까운 식품을 구하기 위해 자연요법사를 찾아가야 한다는 ‘훈계’까지 했다. 현대 의학만 철석같이 믿고 그것이 내 건강을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두는 짓을 그만두라고, 결함 있는 시스템에서 떠나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했다.

 

“그래서 나는 제너럴 뉴트리션 센터 매장에 가서 톱야자, 황산코드로이친, 글루코사민을 구입했다. 그렇지만 이것들을 복용하기 전에 이런 건강기능식품들의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들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었다. 관련 연구들이 광범위하게, 내부적으로 일관되게, 세심한 통제하에서, 엄격하게 시행되었다. 그리고 결과들은 아주 분명했다. 톱야자는 전립선을 줄어들게 하지 않았고, 황산콘드로이친과 글루코사민은 관절의 통증을 치료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침술, 자연요법, 동종요법, 메가비타민에 대한 연구들을 검토했는데, 역시나 내 친구들을 통해 전해 들은 어마어마한 효과에 비하면 별로 대단한 내용이 없었다. 그나마도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것은 일부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효과가 있는 치료법들의 경우, 놀라운 건 효과를 일으키는 방식이었다.”

 

오핏 교수는 이런 경험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 자신도 대체의학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척추지압요법은 동맥을 손상시켜 영구 마비를 일으켰고, 침술은 폐나 간, 심장에 감염을 일으키기도 했다. 건강기능식품은 출혈, 정신병, 간기능 장애, 부정맥, 발작, 뇌부종을 일으키고, 메가비타민은 사실상 암 발병률을 감소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병원 표준치료위원회 회장으로서, 나는 90가지 이상의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한 후 심각한 췌장염으로 고통받은 한 아이의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아이의 부모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아이는 건강기능식품 외에도 사람의 소변을 주요 재료로 한 암 치료, 대체요법도 이용했다고 한다. 이런 모든 내용을 통해, 나는 전통적인 치료 방법들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더라도, 대체의학에 무임승차권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모든 치료에 동일하게 높은 시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렇지 않다간, 자기들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과학 따위는 신뢰하지 말고 오직 자기들만 바라보고 믿으라는 대체의학 치료사들의 눈속임에 계속해서 속고 말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우리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병이 낫기만 한다면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을 때 일어날 테니까 말이다.”

 

이후 오핏 교수는 사실과 미신을 구분하기 위해 대체의학 분야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검토하기 시작했고, “사실상 전통의학, 대체의학, 보완의학, 통합의학, 전일론적 의학 같은 건 없다”면서 “의학에는 효과가 있는 의학과 효과가 없는 의학만 있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핏 교수는 효과 있는 의학과 효과 없는 의학을 가려낼 가장 좋은 방법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을 신중하게 평가하는 것”이라면서 침술에서 비타민까지 대체의학의 모든 분야에 대한 총공격에 나섰다. 그리고 현대 의학에 대한 실망에 편승해서 자신들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체의학의 실상을 고발하기 시작한다.

 

“거대자본과 결탁한 제도권 의학에 탄압당한다는 대체의학의 프레임 뒤에는 미국에서만 340억 달러로 성장한 거대한 비즈니스가 있다. 이 대체의학 비즈니스는 사이비 의료인, 미디어 유명 인사들과 결탁해 대중에게 그릇된 정보를 퍼트리며 크게 성장했고, 그에 비례해서 대체의학을 믿고 따른 환자들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 의학이 미심쩍어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같은 대안을 찾고 싶다면, 경험에서 우러나온 오핏 교수의 지적에 귀기울여 보라. 가족 누군가 한 명은 복용 중인 각종 건강기능식품, 한 번쯤은 들어본 기적의 암 치료법, 대체요법의 전모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미국의 건강식품 산업은 우리 돈으로 약 36조 원 규모의 노다지 산업이다. <사진출처=Pixabay>     © 사건의내막

    

노벨상 수상자도 현혹된 대체의학

 

오핏 교수는 현대 의학에 대한 막연한 불신으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사례도 여럿 소개한다. 

 

# 사례 1. 2009년 미국이 신종플루 위기를 맞았을 때 유명 대체요법 치료사 부타르는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보다 신종플루 백신으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다”라는 위험한 충고를 던졌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부타르의 주장 이후 4700만 명의 미국인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었고 25만 명이 입원하였으며 1만 2천 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백신으로 사망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 사례 2. 1977년 10월 일곱 살 조이 호프바우어는 방사선 치료와 화학요법으로 95%의 회복율이 입증된 임파선 암에 걸린다. 조이의 부모는 ‘방사선’과 ‘화학’이라는 말에서 탈모, 구토, 설사, 빈혈 등의 나쁜 이미지를 떠올리고는, 아들과 함께 자메이카로 가서 주류 의학보다 훨씬 자연적이며 통합적인 치료법, 즉 살구 씨를 재료로 한 레이어트릴 치료를 받는다. 뉴욕주 사회복지부는 미성년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이의 부모를 아동방치죄로 기소를 하지만, 조이의 부모와 시민운동가들, 언론, 그리고 영화배우 스티브 매퀸이 한편이 되어 3년간 논란을 벌인다. 논란 와중에 대체의학만으로 치료받던 조이는 결국 1980년 7월 사망한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베트남전 반대와 핵확산금지 운동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으며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타임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꼽히기도 했던 라이너스 폴링은 1970년대에 갑자기 비타민C 예찬론을 펼친다.

 

자신이 직접 효험을 봤다고 주장하며, 비타민C를 일일권장량의 수백 배 이상 다량복용하면 감기 예방은 물론이고, 암을 비롯한 인간에게 알려진 거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비타민 만병통치약론을 주창한 것이다. 폴링의 권위와 유명세에 힘입어 전 세계적인 비타민 열풍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종합 비타민 시장이라는 거대 산업이 탄생한다.

 

그러나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비타민에 관한 수많은 연구 조사는 비타민이 감기와 암 예방 등에 전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비타민제를 복용할 경우 각종 질병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렇게 비타민의 약효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폴링은 실험 결과를 보고도 이를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타민C를 복용한 그와 그의 아내는 암에 걸려 사망했다.

 

평범한 사람부터 오프라 윈프리, 스티브 잡스 같은 유명 인사들은 물론, 심지어 메멧 오즈 같은 하버드 대학 심장전문의까지 대체의학의 마법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로잡는다. 그러나 마법은 그들의 믿음을 배신하고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오프라 윈프리보다 인지도 높은 유명인사가 또 있을까? 미국 전역에서 방영되는 그녀의 토크쇼가 일주일에 4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모을 정도로 한창 인기 있던 시기에 오프라는 조만간 미국 대체의학계의 가장 유명한 후원자가 된 한 남자의 경력을 열어주었다. 바로 ‘닥터 오즈 쇼’의 스타 메멧 오즈다. ‘윈프리 쇼’와 마찬가지로 ‘오즈 쇼’도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매일 100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그의 쇼를 보았으니 말이다. 

 

시청자들이 ‘오즈 쇼’에 열광한 이유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오즈는 현대 의학은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치유가 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던 시대, 인간이 만든 잡다한 기술들에 의해 어지럽혀지기 전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메멧 오즈는 절대로 현대 의학을 반박할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는 하버드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 의과대학, 와튼 경영대학을 졸업한 후 컬럼비아 대학 의료센터에 소속되어 심혈관질환 수술 정교수가 되었다. 그가 펴낸 여섯 권의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고, <헬시 리빙>지의 ‘새천년의 치유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즈는 그냥 유명하기만 한 게 아니라 하나의 상표(미국의 의사 TM)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즈는 자연요법, 동종요법, 침술, 기 치료법, 신앙요법, 척추교정 지압에서부터 죽은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체요법을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쇼를 이용했다. 어떤 면에서 ‘닥터 오즈 쇼’는 무엇이 질병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우리의 가장 원시적인 개념, 즉 초자연적인 힘으로 시작하는 의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종의 항해라고 할 수 있다.”

 

독버섯처럼 퍼지는 대체의학

 

하지만 오핏 교수는 “대형 제약회사와 종합병원으로 대표되는 제도권 의학은 환자를 돈으로만 보고 고압적 자세를 취하는 반면, 대체의학은 친환경적이며 환자편이라는 프레임은 대체의학 산업이 즐겨 활용하는 이분법적 세계관”이라면서 “그들은 현대의학의 약점을 과장하면서, 현대의학이 풀 수 없는 미지의 부분을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꼬집는다.

 

예컨대 엄밀한 실험을 하는 주류 의사들이 치매를 치료하거나 기억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반면, 대체의학 치료사들은 이미 찾았다고 큰소리치며 환자들을 유혹한다는 것.

 

오핏 교수가 메가비타민, 레이어트릴, 톱야자, 자폐치료크림, 동종요법 등 미국을 풍미했던 기적의 치료법들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오진 환자이거나 병명도 불분명한 환자를 치료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돌팔이 치료사들, 효과도 없으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터무니없는 치료비를 청구하는 대체의학 의사들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난다.

 

사실 미국의 건강식품 산업은 우리 돈으로 약 36조 원 규모의 노다지 산업이다. 이들은 만병통치약을 팔던 19세기의 돌팔이 약장수들과 마찬가지로 규제의 바깥 영역에서 활보하는 무법자들이며, 이들의 로비 단체인 국민건강협회 간부의 상당수는 의료 범법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는 건강식품의 안전성이 의심되자 FDA는 이들을 약품으로 분류하여 검증하기 위한 법안 마련을 시도한다. 하지만 대체의학 업계는 막강한 자본력을 동원하여 미국의 유력 정치인에게 로비하고, 영화배우 멜 깁슨과 우피 골드버그를 광고 모델로 삼아 정부가 국민의 건강선택권을 빼앗으려 한다며 대중을 호도하는 데 성공한다.

 

결국 대체의학 업계는 음식도 약품도 아닌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제3의 범주를 만들어 건강기능식품법을 관철시킴으로써 막대한 비용이 드는 안전성 검증 의무를 피할 수 있게 된다.

 

1994년 이후 미국에서 신규 판매된 5만1000종의 제품 가운데 안전성 시험에 대해 문서로 증명된 제품은 0.3퍼센트인 170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대부분은 허브 제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이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후에 안전과 효능을 주장하는 것이며 FDA가 이를 인정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대체의학에 절대 속지 마라

 

이 같은 대체의학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에는 1999년 대체의학국(NCCAM)이 설립되었고 지금까지 약 16억 달러를 대체의학 연구에 썼다. 그들은 레몬과 라벤더 향을 들이마시는 것이 상처의 치료 촉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 37만 달러를 지출했고, 고대 인디언 치료제가 제2형 당뇨병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 39만 달러를 지출했다. 이밖에 자석매트, 커피 관장, 기도 등 다양한 대체의학 치료법에 대해 검증한 결과 대부분이 치료받는다는 심리 효과만으로 상태가 호전되는 현상인 플라시보 효과를 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오핏 교수는 “대체의학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치료하는 의학과 치료하지 못하는 의학이 있을 뿐이다”라고 조언하면서, 대체의학이든 전통의학이든 모든 치료법은 면밀히 실험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는 상식을 일깨워준다.

 

gracelotus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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