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썩은 닭 파동] 탈출구 찾는 유통·외식업계

‘치킨 포비아’ 전전긍긍…“브라질 닭 안 써요”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3/23 [14:22]

[브라질 썩은 닭 파동] 탈출구 찾는 유통·외식업계

‘치킨 포비아’ 전전긍긍…“브라질 닭 안 써요”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3/23 [14:22]
▲ AI로 인한 치킨 가격에 대한 반발심과 ‘브라질 썩은 닭고기 파동’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로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대형마트는 물론 치킨 외식업자들의 고민은 커져가고 있다. <사진=pixabay>     © 사건의내막

 

조류독감(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과 치킨가격 인상 논란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 브라질산 ‘썩은 닭고기’ 논란까지 확대되면서 ‘치킨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치킨은 2000년대 들어선 이후 ‘국민 간식’으로 불릴 정도까지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간식으로 치킨을 즐기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안전성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직접 검사가 아닌 브라질 현지의 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받아 발표할 정도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통 및 외식 업체 등 민간 차원의 대책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 관련 업계에 한 숨만 늘어가고 있다. <편집자 주> 

 


 

 

브라질산 닭 ‘전량 판매 중지’ 시작한 대형마트 3사
외식업계 울상…부정적 치킨포비아 인식 전전긍긍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이번 브라질 ‘쓰레기 닭고기’ 파동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업계는 유통과 외식업계다.

 

무엇보다 치킨 포비아가 마트 닭 판매점 및 판매대, 그리고 치킨 전문점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치킨 가격에 대한 반발심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대형마트는 물론 치킨 외식업자들의 고민은 커져가고 있다.

 

지난 3월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브라질 한국대사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 당국에 축산물 부정유통으로 적발된 육가공작업장은 총 21곳이다. 그중 한 곳은 국내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BRF다. 앞서 17일 브라질 연방경찰은 육가공업체 공장을 단속해 업체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부패 축산물을 판매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

 

눈치보는 대형마트

 

이같은 파동에 대형마트 3사가 일제히 브라질산 판매를 중단했음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발(發) 닭고깃값 인상 이슈도 상존하는 가운데 여론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3월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는 최근 모든 브라질산 닭고기의 판매 또는 발주를 중단한 뒤 소비자 안심시키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져 아예 닭고기 자체를 기피하려는 현상마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으로 수입되는 닭고기 가운데 83%가 브라질산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3월21일부터 전국 147개 전 점포에서 브라질산 닭고기의 판매를 중단한 이마트는 기존에 판매하던 관련 제품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마트는 즉석 조리 코너에서 브라질산으로 닭다리 구이를 만들어 팔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문제가 된 브라질산 닭고기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지만, 원래 브라질산 닭고기 자체도 이마트 전체 닭고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가 채 되지 않았다”며 “순살 닭강정 등을 미국산으로 만들어온 점포도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브라질산 판매 중단 방침을 계속 이어가는 것과 동시에 고객 불신 불신 해소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도 지난 3월21일 전 점포에서 브라질산 닭고기를 매대에서 철수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브라질산 등 수입산 닭고기 비중 자체가 2% 미만이더라도 식품 관련 이슈는 민감하고 중요하다”며 “앞으로 친환경 닭 프로모션 등을 추진하며 닭고기 판매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3사 중 가장 빠른 지난 3월20일 오후 매장에서 판매하던 모든 브라질산 닭고기를 철수하고 판매 중단 조치했다. 롯데마트가 취급했던 브라질산 닭고기 제품 역시 치킨너겟 등 가공식품 극소량이었다.

 

이같은 브라질 산 닭 파동 외에 대형마트들 앞에는 AI 여파에 따른 닭고기 가격 인상 리스크도 놓여 있다. 이마트는 최근의 닭고깃값 상승세를 반영해 이날 약 40일 만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닭고기 가격을 15%가량 올렸다. 이마트보다 닭고기 판매가가 높은 편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경우 현재까지는 특별한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치킨업체 비상

 

사실 대형마트보다 체인점으로 이뤄진 치킨 외식 업체들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치킨 업체들은 브라질산 썩은 닭고기 파동으로 외식·식품업계가 브라질산으로 만들어왔던 기존 제품들까지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문제가 된 BRF제품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정부 발표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다보니, 아예 브라질산 제품들을 원천 봉쇄해서 자칫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브라질산 닭고기 파동이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정상적인 브라질산 제품까지 무조건 ‘썩은 닭고기’ 취급을 받으며 수입산 닭고기 자체에 대한 소비 기피현상이 조성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지난 3월23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BBQ, bhc, 굽네치킨, 교촌치킨, 네네치킨 등 빅5 치킨 업체는 일반 뼈있는 치킨뿐만 아니라 순살치킨에도 100% 국내산 닭을 사용한다. 순살치킨의 경우, 국내산 닭을 발라내 1Kg 내로 무게를 맞추는데 일반 치킨에서 뼈 무게가 제외된만큼의 살을 더 넣어야하기 때문에 닭은 한 마리 반 가까이 들어간다.

 

순살치킨과 뼈 있는 치킨의 3000원 가량의 가격차이는 여기서 벌어진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순살치킨이 무조건 ‘브라질산’이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들은 순살치킨도 국내산 닭다리살을 사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산 중에서도 닭가슴살이 아닌 닭다리살을 사용하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이 닭가슴살의 퍽퍽한 식감이 아닌 닭다리살의 부드러운 식감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BBQ관계자는 “순살치킨도 100% 국내산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네치킨 관계자 역시 “모든 제품에 국내산 100%만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콜팝치킨’이라고 너겟처럼 작게 잘라서 튀긴 게 있는데 이 역시 국내산”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산만 써왔던 치킨업체들과 달리 브라질산으로 일부 제품을 만들었던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이번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파동으로 일부 제품들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국내 매장 1010여개를 두고있는 맘스터치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치킨 메뉴 3종에 대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판매 중단되는 메뉴는 순살조청치킨, 케이준강정, 강정콤보 등 총 3종이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된 안전한 원료육으로 생산된 제품이지만, 브라질산 닭고기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우려를 고려해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맘스터치는 지난 3월20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와 관련, 문제 발생 직후 BRF제품 사용을 중단했다. 이에 맘스터치에서 판매 중인 모든 메뉴는 국내산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브라질 타사 제품을 사용 중이다. BRF가 아닌 타사의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던 업체들도 줄줄이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버거킹은 국내산과 브라질산 닭고기를 혼합해 패티를 만든 크런치 치킨 판매를, CJ제일제당은 고메 순살크리스피 생산을 각각 일시 중단시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상적인 브라질산 제품들까지 소비를 꺼리게 되는 건 아닌지 염려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마치 브라질산 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처럼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일단은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중단조치 등을 내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더욱 증폭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 수입한다고?

 

한편 이같은 파동에도 앞으로 브라질산 닭 수입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앞서 농식품부는 닭고기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수입 닭고기에 대해 할당관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국내 닭고기 수입물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10만7399톤으로 그중 브라질산은 전체의 83%인 8만8995톤에 달한다.

 

관리당국 관계자는 “문제의 21곳 작업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여온 닭고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유보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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