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차명주식 830억 자진공시 전말
2006년 이어 또 들통…사과는 않고 어물쩍 실명전환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5/11/13 [12:58]
주로 ‘내수’에 의존해온 신세계그룹이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차명주식을 운용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당국이 허위 공시에 대해 처벌 및 제재 수위를 검토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1월6일 백화점, 이마트, 신세계푸드 임직원 명의로 되어 있던 차명주식 37만9733주를 이명희 회장 실명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주식은 신세계푸드 주식 2만9938주, ㈜신세계 9만1296주, ㈜이마트 25만8499주. 당일 종가를 적용하면 시가 약 830억원에 달하는 주식이다.
임직원 명의로 운용하던 차명주식 슬그머니 실명주식 전환 공시
국세청 조사에서 1000억 차명주식 드러나자 “세금 있다면 다 낼 것
자의 아닌 타의로 전환…증여세 공소시효 넘겨 실명전환 비난의 소지
| ▲ 주로 ‘내수’에 의존해온 신세계그룹이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차명주식을 운용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당국이 허위 공시에 대해 처벌 및 제재 수위를 검토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신세계 그룹 로고 |
|
신세계그룹은 이날 “임직원 명의로 되어 있던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신세계푸드 등의 827억원 규모 차명주식 37만9733주를 이명희 회장의 실명주식으로 전환해 공시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아울러 “해당 주식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차명 보유된 주식이다. 그동안 실명 전환 시기를 잡지 못하다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전환하게 됐다”며, “이제 차명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고, 차명주식 보유로 인해 납부해야 할 세금이 있다면 다 낼 것”이라고 밝혔다.
내수로 먹고 사는 기업의 총수가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은 사회적 책임 이전에 국민의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차명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하지 않은 것과 세금을 내지 않았던 것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의 이날 결정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증여세 공소시효를 넘겨 실명전환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소지가 크다.
이명희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설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올해 5월부터 시작한 국세청 조사에서 총수 일가의 차명주식 1000억원어치가 발견됐다는 야당의원(김기식 의원)의 주장이 나왔다. 김 의원은 10월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부문 종합감사에서 신세계의 차명주식 보유에 대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요구하면서 “차명주식 보유는 사업보고서 허위부실기재, 대량보유신고의무위반, 주요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상황 보고의무 위반 등 각종 공시의무 위반”이라며 조사를 촉구했다.
결국 국세청은 검찰의 수사협조 요청에 따라 이마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문제의 차명주식을 발견했다. 신세계 차명주식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지난 11월4일 끝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무조사가 끝나자마자 신세계그룹이 자진공시를 한 셈.
금융감독원은 신세계그룹으로부터 차명주식 관련 공시 위반 사실에 대한 자료를 받아 제재 수위 등을 검토 중이다. 특히 이번 특별세무조사에서 국세청이 차명주식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것은 해당 주식이 회사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어서 실소유자 및 명의대여자 모두 형사 처분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2014년에 개정된 금융실명법은 누구든지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FIU법)’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자금세탁 행위·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면탈행위, 그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차명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규정까지 두었다. 개정 전에는 금융회사와 그 임직원에 대해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만을 부과할 수 있어서 금융실명법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들었다면, 개정법은 차명소유주와 명의대여인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크게 강화된 것이다.
2014년 개정된 금융실명법 제3조(금융실명거래) 제5항에 따르면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하는 규정이 신설되었기 때문에, 이번 특별세무조사에서 국세청이 차명주식의 존재를 밝혀냈다는 것은 해당 주식이 회사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정 금융실명법이 시행된 2014년 11월 이후 해당 차명주식을 통한 금융거래가 있었고, 해당 금융거래의 목적이 조세포탈 등 ‘탈법행위’ 목적이라면 실소유자 및 명의대여자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신세계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금융당국은 제재 범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차명주식과 관련 “신세계그룹은 현재 드러난 것만으로도 금융실명법 위반은 물론이고 5% 신고·주요주주 보고 등 각종 공시의무 위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금융위·금감원은 조속히 국세청에 신세계그룹 차명주식 관련 과세정보를 요청하여야 하며, 국세청은 금융실명법의 개정 취지에 맞게 해당 정보를 지체 없이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문제는, 신세계그룹 차명주식이 개정된 금융실명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이를 조사·제재해야 하는 금융감독 당국이 국세청의 정보제공 없이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0월금융위와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두 기관은 이마트 차명주식과 관련하여 국세청으로부터 어떠한 사항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고, 특히 금감원장은 차명주식 보유에 따른 공시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에 확인요청을 하였으나 국세청은 개인의 세무정보라는 이유로 협조해주지 않는다며, 필요한 경우 회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문제가 드러날 경우 조치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국세청의 이러한 자료 독점 현상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국세청은 예전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었으나, 2013년 FIU법 개정으로 무제한 정보 취득이 가능해졌다. 국세청은 이렇게 취득한 정보를 폐쇄적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관계당국과 공유해 기업의 각종 탈법 행위를 뿌리뽑아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 그 대상이다.
한편 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세청은 지난 2006년에도 신세계백화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해 이명희 회장의 차명주식을 확인한 바 있다. 정확한 차명주식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10만주 안팎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은 2007년 감사원이 실시한 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감사결과에 나와 있다. 처음에는 차명주식의 실소유주가 누군지 몰랐다가 2007년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이명희 회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
이로부터 9년이 지나 또다시 차명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세계그룹이 2006년 차명주식을 정리할 기회가 한차례 있었음에도 이를 유지해 온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