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시작하면 한반도 경제성장률 중국·인도 제칠 것”

북한 바로 알기 릴레이 기획...북에서 살다 온 북한학자 김진향의 진짜 북한 이야기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2/22 [15:09]

“남북경협 시작하면 한반도 경제성장률 중국·인도 제칠 것”

북한 바로 알기 릴레이 기획...북에서 살다 온 북한학자 김진향의 진짜 북한 이야기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2/22 [15:09]

‘북한’ 하면 인권 탄압, 아오지 탄광이나 떠올리던 우리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2018년 화해의 봄. 그 이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더 열렸고, 북미정상회담도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열리는 등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일주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이제 오해와 무지의 대상이던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할 때가 됐다. 지금의 20대 청년들은 북한을 떠올리면 머릿속 지도에서 뻥 뚫린 검은 공간으로 존재한다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남과 북은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북한을 어떻게 믿는가? 통일되면 뭘 할 수 있는가? 남과 북은 정말 함께 잘살 수 있는가? 그래서 북에서 살다 온 대구 출신 북한학자 김진향씨가 진짜 북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슬로비)라는 제목의 이 책은  평화로 가는 북맹 탈출 안내서이자 남북 소통 매뉴얼이라고 할 만하다. 한반도 평화시대에 이른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로 초점을 옮겨, 평화롭게 공존하되 함께 잘살 방안을 제시하는 책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북에 대한 무지, 즉 북맹이 만든 참사
한반도 평화무드 이른 원인은 단순…평화 미룰 수 없기 때문

 

통일 비용론 상정한 통일은 잘못된 통일, 허구적 통일 개념
북측이 한순간 붕괴 우리가 흡수통일 하는 경우 가정해 계산
이는 통일에 대한 오해 불러일으켜 오히려 반통일 담론 양산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이 저성장 구조 어떻게 바꿀지 방향 제시
한반도 평화시대 이른 지금, 남한과 북한 함께 잘살 방안 탐구

 

▲ '북한' 하면 인권 탄압, 아오지 탄광이나 떠올리던 우리에게 갑작스레 2018년 판문점에는 화해의 봄이 찾아왔다.

 

“지난해 가을, 오랜만에 개성에 다녀왔다. 5년 만이었다. 북측 개성시에 위치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한때 나의 일터였으나 한동안은 꿈속에서만 거닐 수 있는 곳이었다. 송악산이 한눈에 보이는 경치 좋은 곳이다. 공단 내 마트에서 아침거리로 우유 하나를 사서 사무실에 들어서면 북측 직원인 진옥과 향이, 은심 동무가 “반갑습네다” 하며 정답게 인사를 건네던 곳이었다.”


북한·통일 문제를 전공한 학자 김진향씨가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의 서문 격인 ‘들어가며’에서 한 말이다.

 

“5년 만에 다시 개성에 갔더니…”


김씨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5년간 대북정책을 수립·집행했고, 이후 개성공단에서 대북협상을 담당, 북에 장기체류하면서 북한사회의 구조와 민낯을 속속들이 들여다 본 유일한 북한학자로 평가된다.


“내가 개성에서 근무를 시작한 건 2008년이다. 4년 동안 그곳에서 체류하며 북측 관계자들과 개성공단, 남북관계 관련 협상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 회의 사무처에서 한반도평화체제담당관과 남북관계국장으로 일한 인연이 닿아 그리 되었다. 물론 그 전에 남북의 평화와 통일·북한을 연구하는 학자였고 개성공단 건설 과정을 함께하기도 했던 배경이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개성공단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간신히 숨통을 유지하던 2011년 7월, 개성을 떠나왔다. 내가 꿈꿨던 공단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 북에서 4년간 살다 온 김씨는 서로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꼽는다.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두려워하고 경계하며 적대시해온 북측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해온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분단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거짓과 왜곡과 허구를 만들었는지 분단체제에서의 남북 상황을 풀어내고, 그들과 함께 살아본 경험으로 진짜 북한을 이야기한다.


“개성공단이 닫힌 지 3여 년… 그새 공단의 가로수는 훌쩍 커버렸다. 그동안 개성공단도 잘 살아주었구나 싶었다. 북 측 동포들은 우리가 하루아침에 내팽개치듯 중단해버린 공단을 잘 관리하고 있었다. 개성공단의 기업과 공장들을 남측 자산, 남측의 공장이라고 버려두지 않고 남북 공동의 민족자산이라며 잘 보살피고 있었다. 정기적으로 청소도 하고 설비도 손보는 등 손 쓸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돌봐왔다고 한다. 참으로 고마웠다. 북측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감격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서로 악수한 손을 마주 잡고는 놓을 줄을 몰랐다. 개성으로 오는 길은 이렇게나 가까운데 우리가 다시 손을 잡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씨는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에 개성공단 전면중단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에 대한 무지, 즉 북맹이 만든 참사·정책 실패로 규정하고 우리 사회의 북에 대한 거짓과 왜곡을 바로잡고자 대중강연에 나섰다. 현재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행복한 평화 너무 쉬운 통일’을 주제로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평화·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조만간 우리는 평양과 개성공단에 가고 금강산과 백두산도 가게 될 것이다.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모란봉 공원에 올라 을밀대와 부벽루에서 대동강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놀라운 현실을 맞닥뜨리기 전, 진짜 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난 70년간 이어져 온 분단체제는 우리가 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분단체제는 북에 대한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일상화한다. 북측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고, 적대와 혐오·반목과 질시를 가르친다. 분단을 가르치지 않고, 평화를 가르치지 않고, 통일을 가르치지 않는다. 북을 알면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길이 보인다. 기쁘면서도 아슬아슬한 마음이다. 70년 분단체제를 넘어 갈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북한은 왜 확 달라졌나?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전후 ‘북한 및 통일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호감도·신뢰도·동질감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북측 사회도 진실로 평화를 원하고 있음을, 앞으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 살아갈 청년들과 용기 있게 나누고 싶었다. 헬조선의 근원이 분단이라는 것을 청년들도 인식할 수 있도록 말이다. 머지않아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게 되면, 그곳에는 남과 북의 청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코워킹스페이스가 생겨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여 스타트업도 열며, 새로운 평화를 실현해가는 기적 같은 현장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의 청년들이 그 현장의 주인공으로 함께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북을 제대로 알고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이 아닌 ‘그저 다르다’고 인식할 수 있는 마음자리가 들어선다면 남북이 함께 윈윈하는 평화와 공동번영의 시대가 새롭게 열릴 것이다.”

 

▲ 최근 10개월 사이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북미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열리는 등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실제로 두 차례의 북미회담이 열리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지금 돌이켜보면 까마득하지만 얼마 전만 해도 한반도에 금방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로 북한에 대한 혐오·조롱·무관심도 컸다.


2018년 대한민국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리고 북한은 갑자기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북측이 변한 걸까, 북측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이 변하는 걸까? 국민 모두가 갑작스러운 남북 평화무드, 나아가 북측이 미국과 화해하려는 모습을 보고 놀라고 당황했다. 지난 1년을 간략하게 되짚어 보자.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기억할 것이다. 북측의 핵실험을 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로켓맨’이니 ‘늙다리 미치광이’니 하던 일이 불과 얼마 전이다. 2017년만 해도 한반도 전쟁설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전쟁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8년 들어 갑작스레 평화무드가 조성됐다. 그리고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30여 분간 도보다리 회담도 가졌다.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이 평양에서 공연을 하고 평양냉면을 맛보는 사진도 등장했다.


남북정상회담에 힘입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열었다. 오랫동안 미국의 적대국으로 악의 축, 불량국가, 깡패국가로 불리던 북한이 미국의 최고지도자와 1년 만에 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열게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해 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평양을 방문해 남측 대통령 최초로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공개적인 대중 연설을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참으로 엄청난 변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 대통령이 북측 국무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을 오를 거라고 상상이나 했는가.


“허구한 날 핵과 전쟁 이야기만 난무하던 한반도에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4·27 판문점선언부터 6·12 북미정상회담, 9·19 평양선언, 2·28 북미정상회담에 이르는 한반도의 평화무드가 북측의 태도 변화 때문일까? 돌아온 탕아처럼, 그들이 갑자기 정신을 차리기라도 한 걸까? 그럴 리가 없다. 북측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2018년 한반도가 평화무드에 이른 원인은 단순하고도 강력하다. 더 이상 평화를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분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0년 6월13~15일에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이제부터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화해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해 나가자고 합의한 6·15 남북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2007년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10·4 남북공동선언문을 채택하며, 6·15 남북공동선언을 적극 구현해 나가기로 재합의했다.”


김진향씨는 “사실 남과 북은 이미 2000년에 평화롭게 통일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우리나라엔 국가의 공식 통일방안이 있는데 1989년 정부가 만들고 국회에서 비준하여 공포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30년 전, 어떻게 통일을 할지 국가 차원에서 공 식 통일방안을 내놓은 것.


“혹시 남북이 이미 통일방안을 합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2000년 6·15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입각하여 통일의 절차와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그런데 문제는 1989년에 만들어 2000년 북측과 합의한 3단계 국가 공식 통일방안이 아직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1단계조차 여태껏 실현되지 않았다. 이제 30년간 미뤄온 1단계를 다시 가동할 때가 왔다.”

 

“굳이 통일까지 해야 하냐고?”


그러나 남북이 함께 평화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건 좋지만, 우리가 굳이 통일까지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어떤 사람들은 ‘통일이 도둑처럼 온다고도 하던데, 오랫동안 교류 없이 살던 두 사회가 갑자기 같이 살게 되면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라며 의문을 표시한다. 하지만 김진향씨는 “당장 통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지금부터는 통일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보아야 한다. 평화가 곧 통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피소드를 한 가지 소개했다.

 

▲ 북한 및 통일 문제를 전공한 학자 김진향씨는 개성공단 운영진으로 오랫동안 북한 사람들을 지켜보고 연대해온 시선으로 남북평화시대를 살아갈 밀레니얼 세대에게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미래를 제시한다.


“2000년 6월 분단 이래 처음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다. 이전까지 남측 대통령이 북측을 방문하거나 북측 최고지도자가 남측을 방문한 적은 없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처음 만난 두 지도자는 악수를 하고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든 뒤,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량에 함께 올랐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그리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눈다. 김정일 위원장이 ‘대통령님, 북과 남이 완전통일까지 가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까?’라고 묻자 김대중 대통령은 ‘지금처럼 남과 북이 진짜 열심히 노력하면 완전통일까지 한 30년이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정일 위원장이 웃으면서 ‘네, 30년…대통령님, 제가 보기에는 북과 남의 완전통일까지는 지난 분단의 세월만큼은 걸릴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지도자의 대화에서는 통일이 갑작스레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강산이 몇 번 바뀌는 오랜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진향씨는 “갑자기 같이 살게 되는 통일은 없다. 자고 일어나면 통일이 되어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면서 “그런 통일은 전쟁밖에 없다.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통일을 해서는 안 된다. 통일은 평화의 수십 년 과정으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평화 그 자체가 통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럼 지금 꼭 통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오랫동안 두 사회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번영하는 시간이 쌓여 자연스럽게 통일 상황으로 흘러간다고 보면 된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통일은 없으니까. 통일은 갑자기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남과 북이 오랫동안 화해하고 협력하는 시간을 보내는 과정, 그 전체의 과정이 통일이다.”


김진향씨는 “그래서 우리나라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통일을 3단계의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면서 “우선 전쟁을 종식하고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발하게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이 북으로 진출하고, 이산가족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교환학생도 오간다. 남과 북 두 정부의 연합 형태인 국가연합 단계도 거친 그러다 보면 평화가 단단하게 제도화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친 이후에 완전통일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통일을 평화의 오랜 제도화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당장 통일을 하느냐 마느냐보다 남과 북이 서로 교류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누가 뭐래도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가는 한 민족, 한 동포, 한 가족이다. 우리와 일본 사이에 적대적인 역사가 있어도 모든 교류를 끊고 모른 척 살지는 않는다. 이웃으로 서로를 궁금해 하고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평화와 통일이 와 있을 것이다.”


김진향씨는 결론적으로 “2018년 들어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게 된 건 분단시대를 종식하고 평화시대로 가고자 하는 남과 북의 확고한 의지가 모인 것”이라면서 “2000년 6·15 공동선언과 2007년 10·4 선언 등 오래전부터 남북이 평화와 통일로 가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쌓여 2018년 4·27 판문점선언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하면 우리 손해?”


하지만 남한에는 ‘통일하면 우리 손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통일 비용론’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통일 비용론이라는 말은 통일하면 우리가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통일 비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통일 과정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거론하면서 돈이 많이 든다며 통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통일 비용론이 상정하는 통일은 잘못된 통일, 혀 구적 통일 개념이다. 여기서 말하는 통일은 북측이 한순간에 붕괴해서 우리가 흡수통일을 하는 경우다. 여기서 통일 비용이란 북측 주민 2500만 명의 전체 사회복지를 우리 남측이 책임지고 그들의 1인당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를 3000달러, 5000달러, 7000 달러로 올리기 위해 우리가 내야 하는 세금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국민들이 매년 엄청난 수준의 통일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진향씨는 “그런 통일은 없다”면서 “국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부정하는 잘못된 통일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통일은 평화의 오랜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그런 비용은 들지 않는다. 통일 비용론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한 국가가 갑자기 붕괴할 수 있을까? 질문을 바꿔보자. 대한민국이 갑자기 붕괴할 가능성 이 있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런 현실성 없는 질문을 북에도 적용하면 안 된다. 그런데 통일 비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계속 북한이 무너질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통일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통일을 반대하게 하는 반통일 담론이다.”


이쯤 되면 통일 반대론자들은 사람들의 생활수준 차이도 나고 말과 문화도 다르니 그걸 맞추기 위해서는 돈도 들고 시간도 들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한반도에 찾아온 화해의 봄바람을 타고 경제 분야에서 남과 북이 협력할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 이때, 김씨는 분단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며 퍼주기의 대명사처럼 여겼던 개성공단의 실제 역할 등 감춰진 진실을 꺼내, 저성장 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통일이 개개인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떤 동력이 되는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그는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의 가치와 대한민국의 공식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그리고 남북이 합의한 통일방안 어디에도 통일비용을 상정하지는 않으며 일방적으로 퍼주는 식의 통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서 “통일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모르거나, 남북이 합의한 통일방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렇다면 남과 북이 분단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무심코 치르는 분단비용은 직접적으로는 분단으로 인한 국방비와 체제 유지비, 사회적 비용은 물론 국제정치적 손실과 외교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어있는 현상, 분단으로 인한 불안 요인이 하나의 원인으로 꼽힘) 등 다양한 항목이 있다.


“군사비 항목만 따졌을 때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년 국방예산은 약 48조 원이다. 우리보다 앞서 통일한 독일의 경우 통일 후 국방예산을 기존보다 80퍼센트 가까이 줄이게 된다. 말하자면 우리는 전체 국방비 의 약 80퍼센트에 해당하는 39조 원이라는 분단비용을 매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건 손해가 아닌가? 또한 모든 남성이 의무적으로 21개월 동안 군대에 다녀와야 한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시간과 기회비용은 또 얼마나 큰가? 만약 분단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돈으로 환산하면 그야말로 엄청날 것이다. 통일비용 자체가 허구적 개념이지만, 평화와 통일의 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분단비용과 비교한다면 극히 미미할 것이다. 사실 통일 비용론은 우리 사회에 강력하게 퍼져 있다.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스트레스 지수와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하면 분단비용은 훨씬 더 불어날 것이다.”

 

남과 북의 가슴 설레는 미래


세계 3대 투자 거물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제 한국으로 이사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고, 2015년에는 “모든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남과 북이 경제협력과 교류를 시작하면 한반도가 중국과 인도를 제치고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뤄낼 것이고, 앞으로 최소 10~20년은 한국어가 중국어보다 더 핫한 언어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김진향씨 역시 책속에서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이 저성장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되 함께 잘 사는 방안을, 앞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한 개성공단에서 얻은 결과물로 상세히 풀어낸다. 또 북측의 자원과 적정기술이 남측의 세계적 영업망과 결합한 모델을 밀레니얼 세대의 일자리 문제와 연결해 제시한다.


나아가 북측 너머 유라시아 대륙과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제권이 형성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그리며 유라시아 대륙이 우리 삶의 무대가 될 때 우리가 얻게 될 혜택을 전망한다.


기차 타고 북으로 여행을, 개마고원에서 북의 청년들과 록페스티벌을 즐기며 함께 유라시아 횡단 열차에 올라 몽골로, 바이칼 호수로 휴가를 떠나게 된다면?


북한을 연구해온 학자로, 개성공단 운영진으로 오랫동안 그들을 지켜보고 연대해온 김씨의 시선은 남북 평화시대를 살아갈 밀레니얼 세대에게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미래를 제시한다. 바로 ‘지금 여기’ 한국에서 유효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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