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시작된 지 보름이 훌쩍 지났다. 해마다 1월이면 자천타천 차기 대권주자 물망에 오르내리는 잠룡들이 신년 메시지를 내놓는 등 분주한 행보를 펼친다. 특히 올해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지난해와 달리 주춤하고,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여의도에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돌아올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여야 잠룡들이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과 무당층의 관심을 받기 위해 ‘민생 행보’에 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채 2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몸 풀기에 들어간 잠룡들을 리스트에 올린 채 2022년에 치르는 20대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의 여당은 과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회 있을 때마다 설파하는 ‘20년 집권’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를 낼 수 있을까. 여권 잠룡 4인방의 차기대권 경쟁구도를 예측해봤다.
박원순/
2018년 차기 주자 최고 강자…서울시장 3선 성공 '큰 인물'
용산·여의도 개발 논란으로 '대권 욕심' '정치의 과잉' 자충수
이낙연/
각종 차기 주자 조사에서 맨 앞자리…지지율 연연 않고 ‘묵직한 행보’
내각의 실책에 엄한 질책과 반성 촉구…신년사에서 ‘호시우행’ 주문
1. 박원순 ‘막판 강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차기 주자 선호도 지지도는 내리막길에서 좀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서울시장 후보군 지지도 조사에서 안철수·홍준표 등 야권 후보들을 압도하며 독주했다. 그리고 6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7년 전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세 번째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차기대권 경쟁구도에서 '막판 강자'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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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최초로 3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지방선거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을 겨냥한 한방보다 시민들의 소확행을 챙길 것”이라고 밝혔고, 이후 취임사에서도 ‘사람’이 핵심 메시지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차기 대권 경쟁구도에서 '막판 강자'로의 부상이 예상된다. 박 시장은 지난해 8월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할 계획을 내비치면서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의 철로를 덮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정치권 안팎에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문제의 발언 이후 서울의 집값이 요동을 치자 박 시장은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보류를 발표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임기 초반부터 검증대에 올랐다가 ‘전시성 사업’이란 뭇매를 맞은 것.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대권 욕심에 따른 정치의 과잉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개발 발언’ 논란 이후 여야 후보군을 통틀어 1위를 달리던 박 시장의 차기 주자 선호도는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했고, 지난해 9월에는 여권 차기 주자군 선호도 1위를 이낙연 총리에게 내주어야 했다.
2018년 6월16~17일 리서치뷰 조사 당시 16.0%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범진보 진영에서는 단연 1위를 달리던 박 시장의 존재감은 이후 크게 희석됐다. 신년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지난해 상반기 최고 강자였던 박 시장의 지지도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2011명을 조사한 ‘2018년 12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낙연·황교안·이재명·오세훈에 이어 5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박 시장의 지지도는 8.0%를 기록했지만, 이는 전월 대비 0.7%p 하락한 결과로 3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박 시장은 리얼미터가 범진보 진영 대선주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범여권·무당층 응답자 12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월 대비 1.0%p 내린 10.7%를 기록했다.
<중앙일보>가 2019년을 맞아 정권 재창출 지지층에게 범여권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은 16.0%의 지지율로 3위에 올랐고, 정권 재창출 지지층뿐 아니라 정권교체 지지층을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범여권 대선후보 지지도에서도 10.7%로 선두권을 기록했다. 박 시장의 지지율을 들여다보면 20대(16.0%)와 40대(13.1%)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표본이 적은 제주(35.9%)를 빼면 충청(13.9%)의 지지율이 서울(10.9%)보다 높았다. 고향인 PK(부산·울산·경남)에서는 8.3%로 가장 낮았다.
또한 MBC가 1월1일 발표한 신년 맞이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박 시장은 7.1%의 지지율로 유시민·황교안·이낙연 3인의 뒤를 이어 4위에 올랐다. MBN과 메트릭스코퍼레이션이 손잡고 진행한 차기 대선후보 중 선호 인물 조사에서는 이낙연 총리(10.0%), 황교안 전 총리(9.0%)와 함께 상위 그룹에 올랐다. 이 조사에서 박 시장은 9.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 시장은 2019년 들어 연일 ‘경제 살리기’ 행보를 펼치고 있다. 박 시장의 2019년 신년사를 봐도 ‘경제’에 올인할 태세다. 그는 “부시장 자리가 늘어나면 기업 출신 경제전문가를 임명하겠다"고도 밝혔다.
박 시장은 2018년 12월28일 공개한 신년사를 통해 “정부가 약속대로 2명의 부시장 자리를 추가해주면 그중 한 명은 반드시 기업출신 경제전문가를 임명할 것”이라며 “경제전문 부시장이 서울 경제정책과 기업지원정책을 총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한 “앞으로 서울시를 ‘경제특별시’라고 불러 달라”며 ‘경제를 살리는 10가지 생각’을 공개했다.
주요 키워드는 혁신 생태계 조성과 도심산업 혁신, 혁신창업 지원, 사람 투자, 기업 지원, 공정 경제 실현과 경제민주화 강화, 자영업 구제, 경제모델 창조, 서울시 내부 혁신, 현장 소통 강화 등이다.
박 시장은 신년사에서 “40여 곳에 불과한 서울 시내 창업공간을 100곳으로 늘리고 1조2000억 원 규모의 ‘서울미래성장펀드’를 조성해 서울형 혁신성장기업 2000여 곳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발표했던 혁신성장 6개 거점별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상암 미디어시티 프로젝트와 마곡 융복합 R&D클러스터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홍릉·창동·개포·양재·영동지구 클러스터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혁신학교를 설립해 4년간 5000명 이상 인재를 배출하고, 해외 기업·펀드 유치에도 앞장선다. 상가임대차 보호범위 확대를 위한 환산보증금의 단계적 폐지, 국제적 수준의 해커톤과 창업경진대회 개최 등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경제를 살리고, 청년을 고용하고, 미래에 투자하는 기업가라면 그 누구라도 적극 돕겠다”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큰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1300여개의 서울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날아오르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살리는 일에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따로 있지 않다”며 “중앙정부 정책에 협력하면서 동시에 규제 혁파를 요청하고 재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긍정과 낙관이 우리 경제를 살려내는 특효약"이라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 이낙연 ‘맑음 계속’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각종 기관의 여야 차기 잠룡 후보군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지켜온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9년 들어서도 지지도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2018년 12월24일부터 28일까지 2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12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총리는 13.9%의 지지를 얻어 1위 자리를 고수했다. 2위 황교안 전 총리와 0.4%p 차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면서 양강 구도를 이어갔다.
▲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각종 기관의 여야 차기 잠룡 후보군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지켜온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9년 들어서도 지지도 1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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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보 진영 대선주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범여권과 무당층 응답자 12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 총리는 전월 대비 2.1%p 하락한 19.2%를 기록했지만 선호도 1위 자리는 지켰다. 여전히 다른 주자와는 격차를 상당히 벌였다.
<중앙일보>가 정권 재창출 지지층을 대상으로 범여권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물은 조사에서 이 총리는 20.6%의 지지를 얻어 유시민 이사장(17.8%), 박원순 시장(16.0%)과 함께 ‘빅3’를 형성했다.
정권 재창출 지지층뿐 아니라 정권교체 지지층을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범여권 대선후보 지지도에서도 이 총리는 15.0%의 지지율을 얻으며 유시민 이사장(14.0%), 박원순 시장(10.7%)과 함께 선두권을 기록했다.
이 총리의 지지율(전체 응답자 기준)은 연령별로는 60세 이상(18.4%)과 50대(17.9%)에서 높았고, 20대에선 한 자릿수(7.4%)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정치적 근거지인 호남(26.0%)의 지지세가 다른 지역보다 9~19%포인트 높았다.
그런가 하면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이낙연 총리가 황교안 전 총리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순 선호도 조사에서는 두 사람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매일경제>와 MBN이 여론조사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결과 이 총리와 황 전 총리가 양자 대결을 벌이면 선호도에서 이 총리가 40.4%로 황 전 총리(24.5%)를 크게 앞섰다. 특히 이 총리는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시민들 사이에서도 26.8%의 선호도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진보진영 차기 주자 4명(이 총리, 박원순 시장, 이재명 지사, 김경수 지사)과 보수진영 차기 주자 4명(황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단순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 총리(10%)와 황 전 총리(9%)가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를 다퉜다.
이 총리는 이렇듯 각종 차기 주자 여론조사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묵직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주목도가 높은 정치인으로 꼽히는 그는 매주 대통령과 오찬 주례회동을 통해 국정을 논하고,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하는 비공개 고위 당정청 회의도 주재하고 있다.
내각의 실책에 대해 엄한 질책과 반성을 촉구하는 모습도 보인 이 총리는 올해 첫 근무일인 1월2일 내각에 ‘호시우행’을 주문해 눈길을 끌기도. ‘호시우행(虎視牛行)’은 호랑이처럼 보면서 소처럼 걸어간다는 뜻이 담긴 사자성어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무식 인사말을 통해 “새해에는 세계 경제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더 많은 시련을 겪을 것 같다”며 “새해 우리 경제는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고 고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한 “새해 정부는 국정목표 달성을 향해 흔들림 없이 전진해야 한다”며 “지난해 성과를 내기 시작한 정책들은 더욱 힘차게 추진하자. 성과가 미진한 정책은 보완해 추진하자. 정책을 추진하다 생긴 부작용은 치유하자”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특히 새해 내각 자세로 ‘호시우행’을 제안하면서 “유능한 내각, 소통하는 내각, 통합하는 내각이 되자”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최근 공직자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일이 전·현직 공직자에 의해 빚어졌다”고 지적하며 “사안에 대한 진상이 공식 확인되는 대로 합당한 사후 대책을 차분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새해 벽두부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둘러싼 남북한과 미국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불과 1년2개월 전까지 우리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노출되며 긴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지금의 평화 분위기는 결코 과소평가될 일이 아니다”라는 말로 인사말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