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이재명·박원순…‘안이박김’ 음모론 왜 파다?

“안희정 날리고 이재명 잡고 이제 박원순?”…‘안이박김’ 설계 배후는 과연?

글/임두만(정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11/14 [09:11]

안희정·이재명·박원순…‘안이박김’ 음모론 왜 파다?

“안희정 날리고 이재명 잡고 이제 박원순?”…‘안이박김’ 설계 배후는 과연?

글/임두만(정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11/14 [09:11]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경찰의 포토라인에 섰다. 이를 취재한 기자의 전언에 의하면 “김씨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며 매우 담담한 표정이었음을 말했다. 그리고 출두 시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을 담담한 표정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보도한 <연합뉴스>는 첫 기사에서 이재명 부인 김혜경씨 경찰출석…“죄송합니다”로 제목을 뽑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기사는 김씨의 “죄송합니다”는 부정한 죄를 지어서 ‘죄송하다’고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썼다.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줄 수 없음에 미안함을 표시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연합뉴스>는 그렇게 제목을 뽑아 이 지사 부인이 잘못을 뉘우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그리고 이 기사를 <한겨레> <조선일보> 등이 그대로 받아 포털에 전송하면서 ‘김혜경=죄송’ 프레임을 완성했다.

 


 

여의도 안팎 “‘안이박김’은 차기 주자 아니다”…설 솔솔
非文 안희정·이재명·박원순 차기 대권주자 될 수 없다는 설
‘김’의 주인공 김부겸 장관이란 설과 김경수 지사란 설 분분

 

일부 매체의 ‘김혜경=죄송’ 프레임은 전형적인 특정인 죽이기다. 입에서 나온 말이 같아도 뜻과 뉘앙스는 천차만별이다. 김혜경씨의 ‘죄송’은 앞서 언급했듯 많은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할 수 없음에 미안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가기간통신사의 주력 기사 제목으로 뽑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짓’을 했다. 노골적으로 파장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파장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자격이 없다. 알면서 썼으면 특정인 난도질이다. 

 

최성·안희정 Out 뒷말


최성 전 고양시장은 재선의 정치인이다. 경기도 고양시는 수원·창원 등과 함께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광역시급 기초단체다. 이 광역시급 단체 살림을 8년간 책임졌으며, 앞서 국회의원을 지낸 경력까지를 더하면 그 스스로 대권에 도전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그를 경선에 나서게 했을 것이다.

 

▲ 최근 여의도 주변에선 "'안이박김'은 차기 주자가 아니다"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안이박김'이란 말에는 '비문'인 박원순 시장(왼쪽), 이재명 지사(가운데), 안희정 전 지사(오른쪽) 등은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설이 담겨 있다.   <김상문 기자>


그랬음에도 최성 전 시장은 경선 지지율 전체 5%가 안 될 만큼 당원과 국민들에게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대선후보 경선 결과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양시장 경선 컷오프’ 연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든 최성 전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공관위의 판단에 따라 본 경선도 치러보지 못하고 뒷전으로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주류가 선정한 공관위의 판단 기준이 있었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의 컷오프는 내가 보기엔 뜻밖이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2017년 봄 무렵 정치권 평론가 그룹, 언론 종사자들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포스트 문재인’이었다. 당연히 본인도 그런 기조의 길을 걸었다. 충남지사 3선이 유력한 재선 도백이었음에도 일찍이 불출마를 공언, 차기 대권을 향한 길을 잡았다. 그랬던 그였으므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또한 당연했다.


치열한 경선 끝에 안희정 전 지사는 애초 목표(?)대로 안정적 2위를 했다. 이는 안희정 전 지사 곁으로 사람과 돈이 모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차기 안희정’ 설은 더불어민주당 주변에 공공연히 나돌았다. 이에 5년 후를 목표로 안희정 전 지사 측은 ‘캠프’라고 불러도 좋을 싱크탱크까지 움직였다.


그런데 뜬금없는 변수가 생겼다.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Me Too) 고발이었다. 이 핵폭탄급 센세이션은 안희정 전 지사를 정치권 뒷면으로 날려버렸다. 그는 어떤 저항도 해볼 수 없었다. 밖에서 바라본 내겐 뜻밖이었다. 물론 일반 국민들 눈에도 뜻밖이었을 것이다.


지난 3월 ‘안희정 미투 사건’이 터진 직후 청와대에 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안희정 사건은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던데…”라는 돌출 발언으로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3월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홍 전 대표가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언급하며 “정치판이 무섭다”, “임종석 실장이 기획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부른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오찬 회동에 앞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과 인사를 나누며  임종석 실장을 향해 “미투에 이렇게 무사하네”라는 농담도 건넸다. 이에 임 실장은 “대표님도 무사하신데 저야…”라고 ‘뼈있는 농담’으로 받아쳤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안희정 사건이,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얘기가 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꺼냈고, 이에 임종석 실장은 “설마요”라고 답했다.

 

여의도엔 ‘안이박김’ 파다?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안이박김’이란 말이 회자되었다. 이는 ‘안희정 날리고 이재명 처리한 뒤 박원순과 상대하면 김경수가 차기 대권주자’라는 것을 빗댄 용어라는 말도 있다.
실제로 여의도 주변에선 “‘안이박김’은 차기 주자가 아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안이박김’이란 말에는 ‘비문(非文)’인 안희정 전 지사, 이재명 지사, 박원순 시장 등은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다만 ‘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말하는 이마다 다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란 설도 있고 김경수 경남지사란 말도 있다.


이에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시중에선 여권 차기 주자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 ‘안희정이 날아가고 이재명을 잡고 이제 박원순이 남아 있다’, 이런 얘기 들어봤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많이 회자되긴 하는데 동의하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의원이 재차 경찰의 이 지사 압수수색 등을 거론하며 “지금 시중에 이재명 죽이기라는 얘기도 도는데 본인에 대한 탄압, 업보라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이 지사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지사는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그날 제 휴대폰 2개 가져간 게 전부인데 이미 2012년에 벌어진 일이고 2014년 선거, 2017년에도 크게 문제됐던, 그리고 제가 알기로 수사기관도 두 차례 스크린했던 것이라 들었다”며 “만약 제가 정말 법을 어겼다면 그때 가만히 있었을 리 없는데 이제 와서 경찰이 지나치다. 경찰에 대한 문제제기였다”고 답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도 "요즘 이 지사가 엄청난 압박을 받아 안 됐기도 하다. ‘안이박김’이 화제가 된다. ‘안희정 날리고 이재명 날리고 박원순 까불지 마라, 그리고 김은 누구냐’ 이게 회자된다. 그래서 탈당 권유도 받고 갑자기 지사 되자마자 압수수색을 받았잖나. 소회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인생무상이죠“라고 답했다.


조 의원이 한발 더 나아가 배우 김부선씨 논란, 조폭 연루설을 거론한 뒤 “저는 이 지사의 상황을 이해한다. 얼마나 압박 받겠나. 믿었던 사람들도 등에 칼 꽂았다”고 노골적으로 말하자, 이 지사는 “자꾸 이상한 말씀을…(한다)”이라며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조 의원은 또한 “여배우 스캔들 등 이 지사 관련 사건이 저한테 20건 있었다. 이걸 버티고 올라오니 대단하다”며 “‘안이박김’에 당하지 말고 잘 버텨라”고 난데없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성남시장 출신의 그가 강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면서 2017년 5월 이후 민주당 주류의 기운이 달라진다. 재선의 성남시장으로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 문재인 후보와 겨뤘던 그의 최종 득표는 안희정 전 지사에 밀려 3위. 하지만 당시 바람의 강도는 1위 문재인 후보와 1:1 경선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강했다. 그래선지 이 여파는 대선 후 1년이 지난 6월지방선거 경선에서 되돌이풍으로 ‘이재명 후보’ 자신을 때렸다.


공격의 선봉장은 전해철 경기지사 예비후보. 전해철 후보는 양정철·문호철과 함께 3철로 불린 친노·친문의 핵심이다. 이 전해철 후보를 앞세운 반이재명 공세는 같은 당 경선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혈전이었다.


지난 11월2일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경찰에 출석하고 조사를 받게 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주인 설은 경기지사 경선 상대인 전해철 의원 쪽에서 흘러나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피가 터지는 전쟁을 했다. 그리고 전해철 의원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며 고발까지 했었다.


경선이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끝나고 진행된 본선에서도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는 형수 욕설, 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조폭 연루설, 검사 사칭건, 대장동 개발건, 여배우 불륜건 등 이재명 성남시장 8년 의혹이 모조리 불거졌다. 본선 상대인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형수 욕설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여배우 불륜건은 토론회에서 직접적으로 묻는 것으로 문제를 삼았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표심은 이런 ‘설’들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이재명 지사는 현격한 차이로 승리했으며 김영환 후보는 처참하다고 할 표심을 확인시켜줬다.

 

‘안이박김’ 설계자 누구?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판단이 가장 존중을 받는 제도다. 이재명 지사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유권자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논란으로 겨뤘던 문제들이 선거 이후 더욱 크게 부풀려지면서 낙선자보다 당선자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이재명 지사에게 불거졌던 그동안의 모든 의혹들을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고 있거나 언론은 눈을 떼지 않고 시시콜콜 보도하고 있다.


나는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모든 의혹에서 진위 여부를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현재의 언론 행태나 수사기관의 행태가 지금껏 있어왔던 전례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은 판단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선거 승자인 이재명 지사는 선거 당시 제기된 모든 의혹을 언론과 수사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고 있는데, 문제를 제기한 패배자인 전해철·남경필·김영환 등에 대해서는 언론과 수사기관이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이전같으면 승자인 이재명 지사가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고 수사기관이 이들을 압박하면서 이들이 ‘정치보복’ 운운하며 반발했을 것인데 지금은 이재명 지사만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는 걸까. 이미 박원순 ‘까불지 마!’라며 SNS와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박 시장에 대한 공격도 시작된 듯 보인다. 또 일각에선 ‘안이박김’의 배후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래서다. 이런 모든 것들이 미래를 설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면? 이미 본선 상대들은 적폐의 온상으로 정리되고, 예선전 상대였던 최성·안희정·이재명은 이렇게 정리함으로써 시중의 '안이박김'이 사실화된다면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작업은 겉으론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프레임 설계가 그들 스스로에게 패착이 될 것으로 본다. ‘안이박김’ 정치는 설계로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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